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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쪽지 예산’ 기사 가치가 없나

기사승인 2019.08.09  11: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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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시민이 원하는 정치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이 없다 

“지난주 술을 마시고 국회에 나타나, 추경안을 음주심사했던 자유한국당 김재원 예결위원장이 또다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엔 예산 민원입니다. 그것도 한국당 의원들에게만 공문을 보내 예산민원을 받겠다고 했습니다. 쪽지예산도 아니고 대놓고 공문을 보내 한국당 의원들의 민원을 챙겨준 겁니다.” 

어제(8일) KBS <뉴스9>에서 보도한 리포트 가운데 일부입니다. 이른바 ‘음주 추경’으로 물의를 빚었던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당 소속 의원들에게만 공문을 보내 이른바 ‘쪽지 예산’ 민원을 챙겨줬다는 내용입니다. 

   
   
▲ <이미지 출처=KBS 화면 캡처>

‘음주 추경’에 ‘쪽지 예산’까지 … 예결위원장직 사퇴해야 

이미 김재원 의원은 ‘음주 추경’ 때문에 국회 예결위원장직 사퇴를 요구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자신의 지역구 폐기물 관련 예산을 이번에 5배가량 늘려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김재원 의원은 ‘정부의 추경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예산 삭감을 강력히 주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번에 “자신의 지역구인 경북 의성군에 방치된 폐기물을 처리하는데 예산 99억 5000만 원을 확보” 했습니다. 이걸 기자들에게 보도자료까지 내서 홍보했더군요. 

저는 이 자체만으로도 김재원 의원의 예결위원장직 사퇴 요건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년 예산 안에 꼭 넣고 싶은 사업 한 건씩을 알려주면 반영해주겠다면서 한국당 의원들한테만 민원을”(MBC) 받았습니다. 

어제(8일) MBC <뉴스데스크>가 지적한 것처럼 “국가 예산을, 자기당의 민원으로 채우겠다는 건지, 비난이 쇄도”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쪽지 예산’을 막아야 할 예결위원장이 오히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에게만 공문을 보내 신청하라고 독려했으니 비난을 자초한 셈이죠. 사안의 심각성 때문에 방송사들도 어제(8일) 메인뉴스에서 이 사안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오늘(9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가운데 ‘김재원 쪽지예산’을 지면에서 다룬 곳이 적습니다. 적은 게 아니라 거의 없습니다. 조선일보가 오늘 8면에서 보도한 <‘쪽지 예산’ 근절해야 할 예결위원장, 한국당 의원에만 ‘민원 받겠다’ 공문>이 유일합니다. 

   
▲ <이미지 출처=JTBC 화면 캡처>

전국단위종합일간지 중에서 조선일보만 ‘지면’에서 보도…경향 한겨레도 침묵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소속 김재원 의원이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자당(自黨) 소속 의원들에게만 ‘예산 민원을 받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8일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 (중략)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여야(與野) 4당은 김 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른바 ‘쪽지 예산’으로 불리는 국회의원들의 음성적 관행인 예산 민원 근절에 앞장서야 할 국회 예결위원장이 오히려 먼저 나서 자당 의원들에게만 해당 지역구에 예산상 특혜를 주려 했으니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재원 음주 추경’에 대해 조선·중앙일보가 침묵했기 때문에 저는 이번에도 두 신문이 소극적으로 보도하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의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여야 4당이 공식적으로 반발하는 상황인데도 오늘(9일) 조선일보를 제외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지면은 ‘조용’합니다. 이 사안이 기사 가치가 없다고 보는 건가요? 그럼 지상파 3사와 JTBC 등이 어제(8일) 메인뉴스에서 주요 기사로 다룬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예결위원장이 자당 소속 의원들에게만 공문을 보내 사실상 국가 예산을 총선용으로 활용했는데도 주요 일간지들이 지면에서 이걸 보도하지 않는다? 좀 거칠게 말해, 이런 식으로 지면을 제작할 거라면 아예 종이신문 발행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정치면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기사는 ‘모른 척’ 하면서 굳이 지면에까지 배치할 필요가 없는 사안은 배치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10기 후배’ 윤석열 만난 황교안 “檢인사 편향적”> <황교안과 따로 걷는 나경원… ‘대권 라이벌’ 밑그림 그리나>와 같은 ‘정치 공방’ 기사가 굳이 필요한가요? 이미 인터넷에서 숱하게 나왔던 ‘전형적인 정치기사’를 다음날 지면에까지 그대로 배치하는 ‘관행과 나태함’이 계속되는 한 한국 저널리즘, 특히 정치 저널리즘의 미래는 없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시민이 원하는 정치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저는 주류 언론이 시민 입장에서 정말 필요한 정치 기사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대안을 내놓지 못하면 기존 정치기사가 외면 받는 건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김재원 쪽지 예산’의 문제점을 지면에서 외면한 주요 일간지들은 정말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정치인들 따라다니며 그들이 쏟아내는 ‘말’ 받아 쓴다고 한국 정치가 업그레이드 되진 않습니다.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적 입장’에서 정치를 바라보면 ‘무엇’이 중요한지가 보입니다. 한국 정치 저널리즘의 문제는 ‘정치인의 이해’가 대부분이고 ‘시민 관점’이 배제돼 있다는 겁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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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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