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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음주’ 침묵한 조선·중앙 ‘이해찬 논란’은…

기사승인 2019.08.05  10: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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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여야 모두 비판하지만 결국 하고 싶었던 얘기는 ‘문 정부’ 비판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일식당에서 정종(사케)을 마신 걸 놓고 여야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코미디 같은 일이다. 지금이 어느 땐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고 한국 정부는 대일 경제 전면전을 선포한, 그야말로 비상한 시기 아닌가.” 

오늘자(5일) 중앙일보 사설 <‘사케 공방’이나 벌일 때인가> 가운데 일부입니다. 중앙일보도 지적했지만 정치권이 ‘이런 사안’을 가지고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코미디 같은 일”입니다. 

그동안 자유한국당은 국민들의 반일 감정을 부채질하지 말라며 정부에게 ‘이성적 대처’를 그렇게 강조해 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은 어이없는 ‘사케(정종) 파문’을 가지고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습니다. 코미디는 코미디언에게 맡기고, 정치인은 ‘정치’를 해야 합니다. 특히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선 말이죠.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국회 예결위원장의 ‘음주 추경’은 모른 척 했던 조선·중앙

그런데 제가 봤을 때 더 코미디 같은 일이 조선·중앙일보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추경 심사를 총괄하는 김재원 국회 예결위원장이 술에 취한 채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을 때 두 신문이 보인 반응은 침묵이었습니다. 

지난 3일 한겨레가 사설에서 김재원 의원을 강하게 질타하고, 경향신문과 한국일보가 같은 날 지면에서 관련 기사를 통해 문제점을 짚었을 때 유독 조선·중앙일보는 침묵을 택했습니다. 

조선은 지면에서 기사와 제목 어디에도 ‘김재원 음주 추경’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중앙일보는 ‘중앙선데이’에서 단신으로 관련 기사를 전했지만 역시 ‘김재원 음주 추경’에 대해선 침묵했습니다. 

음주 추경 파문이 지난 1일 밤 발생했고, 하루가 지난 2일 하루 종일 인터넷이 떠들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3일자 지면에서 조선·중앙의 침묵은 의도적으로 보입니다. 보도를 하면서도 유독 ‘음주 파문’만 쏙 뺐기 때문입니다. 

   
▲ 자유한국당 소속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추가경정예산안 협상이 이뤄지는 가운데 1일 음주한 모습으로 나타나 논란이 불거졌다. 국회 본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 중인 모습. <이미지 출처=한겨레TV 영상 캡처>

‘이해찬 논란’…여야 반응까지 자세히 보도한 조선일보 

‘그랬던’ 조선·중앙일보가 이른바 ‘이해찬 논란’에 대해선 전혀 다른 태도를 보입니다. 조선일보는 오늘자(5일) 기사와 사설을 통해 여야를 비판했고, 중앙일보 역시 사설에서 여야를 비판했습니다. 

언뜻 보면 여야 모두를 비판했다는 점에서 두 신문이 ‘공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해찬 논란’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매우 심각한 사안인 ‘김재원 음주 추경’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했던 이들 신문이 정작 ‘단신’으로 보도해야 할 사안에 대해선 사설까지 게재하며 ‘난리’를 떨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의 ‘보도’는 논란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교묘히 감추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여당 대표가 일식당에서 식사하는 일”이 문제가 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걸 문제 삼고 나선 게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입니다. 

이런 사안마저 정치공세를 가하는 야당을 향해 한마디 충고 정도 하고 넘어갔다면 이해라고 했을 법한데 정작 조선일보는 이 사안을 오늘자(5일) 지면에까지 실었습니다. 그것도 여야 공방의 기사로 다루면서 말이죠. “이 문제가 정치 공방으로 번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정의당 논평을 조선일보가 오히려 곱씹어 봐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중앙일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김재원 음주 추경’에 대해선 지면에서 한 마디 없다가 갑자기 코미디 같은 ‘이해찬 논란’에 대해선 사설까지 싣습니다. 여야 모두를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중앙일보가 사설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 대목인 것으로 보입니다. 

“반일 감정을 부추기거나 방관해 온 집권 세력의 태도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는 점에서 자업자득이다.” 

   
▲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해찬 대표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에 대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송=뉴시스>

여야 모두 비판한 조선·중앙? 정작 이들이 하고 싶었던 얘기는 ‘문 정부’ 비판

그러고 보니 조선일보도 비슷한 주장을 사설에서 펼치고 있습니다. 마치 두 신문사 논설위원이 같이 회의를 한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 일으킵니다. 조선일보도 여야 모두를 비판하는 형식이지만 정작 하고 싶었던 얘기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코미디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반일 감정을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죽창’ ‘의병’ ‘매국’이라며 선동을 시작한 탓이 크다. 냉정한 대책을 내놓는 데 주력했다면 이런 논란이 벌어졌겠나.” 

날을 세워도 모자랄 판인 ‘김재원 음주 추경’에 대해선 침묵했던 두 신문이 ‘이해찬 논란’에 대해선 대서특필(?) 양상을 보입니다. 자유한국당에 명백히 불리한 내용은 침묵하면서 굳이 보도할 가치가 없는 사안은 ‘여야 모두 비판’이란 형식으로 ‘정부 비판 프레임’을 작동시킵니다. 이러니 ‘기승전 문재인 비판’이란 소리를 듣는 겁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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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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