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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벌언론’ 중앙일보는 BBC가 아닙니다

기사승인 2019.08.01  11: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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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영국인들이 신뢰하는 BBC와 중앙일보가 동급? 착각일 뿐! 

“BBC는 아르헨티나의 도발 조짐을 영국 정부가 얼마나 무시했는지, 영국군이 아르헨티나의 전력에 어느 정도로 무지한지 등을 짚었다. 전쟁 중에 아르헨티나 외교부 장관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 대처 같은 보수당 정치인은 BBC를 ‘좌파 언론사’라고 불렀는데,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라크 공습을 시작했을 때 ‘이라크의 대량 살상 무기 보유 증거를 대라’며 정부를 맹렬히 공격한 것도 BBC였다.”

오늘(1일) 중앙일보 28면에 실린 <조악한 선동에 맞장구쳐야 애국 언론인가>라는 칼럼 가운데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이상언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썼습니다. 

BBC에 대한 얘기냐구요?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와 청와대를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과 조국 전 민정수석의 중앙일보 비판을 반박하는 내용입니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와 조국 전 수석 비판 위해 BBC 사례 언급한 중앙일보 

중앙일보가 BBC를 언급한 건, 일종의 비유입니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아르헨티나와 전쟁을 벌이는 동안 ‘영국 편’을 들지 않고 공정한 태도를 유지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한일 갈등’ 상황에서 중앙일보가 공정한 태도를 견지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입니다. 

중앙일보가 언급한 BBC 사례는 그 자체로만 보면 언론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습니다. BBC는 ‘영국의’ 공영방송이지만 그렇다고 ‘국제문제’ 등에서 영국의 이해만을 대변하진 않습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영국과 관련된 사안이라 하더라도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공영방송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런 태도 때문에 이상언 논설위원이 언급한 것처럼 “영국 역대 모든 정부가 BBC를 불편한 존재로 여겼”고 “BBC가 보도하면 영국인 대부분은 사실에 부합할 것이라고 믿는” 건지도 모릅니다. 

이상언 논설위원은 “전쟁 중이라는 이유로 언론이 정부 스피커 역할을 하면 선동 공범이 된다”는 노엄 촘스키 발언까지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진보’를 자처하는 지식인은 대처 전 총리를 ‘우파 독재자’라고 비판한다 … BBC에 대한 공격은 민주주의적 소양 부족의 증거로 제시된다. 한국 진보 진영에 대처 식 언론관이 어른거린다. ‘가짜 진보’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 중 하나다.” 

영국인들은 BBC를 신뢰하지만 한국인들은 중앙일보를 신뢰하지 않는다 

이상언 논설위원의 칼럼은 텍스트 자체로만 놓고 보면 일면 타당한 측면도 있습니다만 중대한, 제가 봤을 때 결정적인 오류가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BBC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상언 논설위원은 “BBC는 위스키·프리미어리그 축구 등과 더불어 몇 안 남은 영국의 자랑거리”라고 했습니다. 그럼 역으로 묻습니다. 중앙일보를 ‘한국의 몇 안 되는 자랑거리’로 생각하는 한국인들이 얼마나 될까요? 

BBC 사례를 언급한 텍스트 자체는 훌륭했지만 기본적으로 ‘중앙일보=BBC’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 칼럼은 출발 자체가 비논리적입니다. 

아베 정부의 무역보복 조치와 관련한 조선·중앙일보의 일어판 논란 – 이 사안을 어떻게 볼 것인지는 각자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조선일보는 ‘문제가 된 일어판’의 일부 기사를 슬그머니 삭제하는 것으로 논란을 피해갔죠. 

저는 ‘일어판 논란’과 관련해 중앙일보가 ‘조선일보와 동급’으로 취급되는 게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언 논설위원 주장에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논란을 부를 만한 기사와 인터뷰를 내보내 비판을 자초했기 때문입니다. 

전범기업 미쓰비시 고문 출신의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를 인터뷰 한 게 대표적입니다. 물론 인터뷰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토 마사토시 전 대사가 ‘전범기업 미쓰비시 고문 출신’이라는 점을 제시했어야 합니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인터뷰를 보면서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해당 인터뷰에서 무토가 미쓰비시 고문이었다는 점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게 공정한 보도인가요? BBC였다면 ‘이런 핵심적인 정보’를 누락했을까요? 전 그럴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봅니다. 중앙일보가 BBC가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전범기업 미쓰비시 고문 출신’ 인터뷰 하면서 핵심 내용 밝히지 않은 중앙 

사안이 다르긴 하지만 중앙일보와 관련한 ‘논란’이 제기됐을 때 중앙일보가 보인 태도를 보면 ‘BBC 운운’하는 것 자체가 오버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전 중앙일보 이진주 기자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노건호씨와 관련한 중앙일보 보도 △용산 참사와 관련한 당시 중앙일보 보도가 사주나 데스크 지시에 의한 허위보도였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을 때 중앙일보가 어떤 태도를 보였던가요?  

‘알려 드립니다’라는 짤막한 입장을 내어 ‘완전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한 게 전부입니다. 만약 BBC였다면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요? 가정이긴 하지만 저는 공정한 조사를 위한 절차에 착수했거나 아니면 진상조사를 위한 제3자가 참여하는 기구를 구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영국인이 신뢰하는 BBC이니까요. 

무엇보다 BBC에선 <진작 삼성 귀한 줄 알았더라면>(7월12일자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이라는, ‘삼성을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칼럼이 나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BBC이니까요. 

그런데 중앙일보는 과연 그런가요? 경제 관련 기사에는 대기업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노동자를 ‘죽이는’ 기사들이 넘쳐나고 있고, 삼성 관련 문제에선 여전히 ‘삼성 편을 노골적으로’ 들고 있습니다. 칼럼 표절 논란도 종종 불거졌죠. 

무턱대고 BBC 사례 언급하는 방식, 이제 그만해야 

BBC라면 이런 보도를 했을까요? BBC가 영국 대기업을 일방적으로 편든다? 더구나 BBC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대기업을? 만약 그랬다면 사장과 경영진이 물러나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중앙일보가 자신들에게 제기되는 비판을 방어하기 위해 BBC 사례를 들이민다? ‘BBC 운운’하기 전에, 중앙일보가 제대로 된 보도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독자들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지부터 점검하는 게 순서인 것 같습니다. 무턱대고 BBC 사례 들고 나오는 방식-이제 그만하라는 얘기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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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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