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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법이 없다>, 중요한 법안들 통과되는 데 기여하길”

기사승인 2019.07.22  16: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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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 GO 인터뷰 366] 곽승규 MBC 기자

20대 국회가 개원한 지 3년이 지났다. 국회 후반기가 되면 달력 기사처럼 나오는 보도 중 하나는 최악의 국회라는 말이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20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300명이 발의한 법안은 22일 현재 20,882건이고 이중 처리된 법안은 5,988건이다. 즉 14,894건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낮잠 자는 법 중 우리에게 필요한 법안이 무엇이고 통과되지 않아 피해를 보는 사람은 누구인지 알려주는 리포트가 있다. 바로 매주 일요일 방송되는 MBC <뉴스데스크>의 ‘법이 없다’ 코너이다. 이 코너는 매주 아직 통과되지 못한 법 중 하나를 선택해 통과되지 않아 피해를 받는 시민들을 만나고 법이 통과 안 되는 이유를 추적하고 있다. 

‘법이 없다’ 코너에 대한 소개를 듣고자 ‘법이 없다’ 코너를 기획해서 취재하는 곽승규 MBC 기자를 지난 18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곽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곽승규 MBC 기자 <사진=이영광 기자>

- 일요일 <뉴스데스크>의 코너 ‘법이 없다’를 2회 방송하셨잖아요. 반응이 있나요?

“어떤 반응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방송 자체를 아직 두 번 밖에 안 한 상황이라 대부분 시청자가 모르신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이런 인터뷰하기에도 좀 민망한 상황입니다 예전만큼 MBC 뉴스를 시민들이 많이 봐주시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몇 번 방송한다고 바로 반응이 오고 그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아요. 반응은 오래 해야 오지 않을까 싶어요.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해나가야 할 것 같아요.”

“지루한 정책 기사 아닌 우리 삶에 필요한 정책 이야기로 구성”

- 댓글 같은 건 안 보시나요?

“보죠. 첫 번째로 양육비 문제를 했었는데요. 양육비 받지 못하는 분들이 댓글 달아주셨어요. 뉴스 잘 봤다고 연락하신 분도 있고요. 특히 양육비 문제는 피해자가 명확한 거라서 그런 반응이 있었고요. 2회는 제가 한 건 아니고 남형석 기자가 소방법 관련해서 했는데 다른 뉴스보다 길게 나가니까 잘 몰랐던 내용까지 포함해서 판단하는 데 도움 됐다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 기자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팀으로 하는 건가요?

“제가 속한 팀이 ‘로드맨’도 만들고 ‘소수의견’이라는 코너도 있어서 그것도 하고 ‘법이 없다’를 새롭게 하게 됐습니다. 저희 팀 멤버는 기자가 5명이에요.”

- 매주 일요일 보도 되는데 고정인지 아님. 달라지나요?

“지금은 일요일 고정코너거든요. 그러나 나중에 더 잘 되면 평일 다른 기자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일요일 고정으로 저희 팀이 하고 있어요.” 

- 일요일로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평일엔 여러 가지 이슈가 많아서 다른 뉴스가 많잖아요. 반면 주말엔 상대적으로 기사가 적으니까 기획 뉴스 할 수 있는 시간이 주말에 배정되어서 하게 됐어요.”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 ‘법이 없다’는 어떤 코너인가요?

“국회 기사를 보면 정치인들 싸우는 것만 나오잖아요. 싸우고 일 안 하면 피해는 시민이 보잖아요. 국회는 법 만드는 기관인데 지금 국회에 통과되지 않고 잠자는 법이 무엇이고 그로 인한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지 따져보는 코너입니다.

‘법이 없다’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어떤 법이 없어서 피해를 보는 현장이나 시민에게 먼저 가고요. 다음으로 왜 그 법이 통과가 안 되고 있는지를 추적합니다. 국회의원들을 찾아가서 인터뷰도 하고 이야기를 구성합니다.” 

- 어떻게 기획하셨어요?

“제가 최근에 육아휴직을 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한 발 떨어져서 뉴스를 볼 시간이 많았습니다. 당시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상정이 이뤄졌고 자유한국당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종일 국회에서 싸우는 모습만 TV에 나오더라고요. 결국, 한국당이 보이콧하면서 국회가 오랜 시간 문을 열지 않게 됐죠. 이렇게 되면 진짜 피해는 누가 보게 되는 건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국회가 싸우기만 하고 일 안 하는 거잖아요. 어떤 일을 안 하고 누가 피해를 보는지 돌아가면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복직한 후 팀 멤버들이 제 아이디어에 살을 붙여주고 구체화시켜줘서 실제 방송으로 나갈 수 있게 됐습니다.”

- 이게 정책 아이템이잖아요. 하지만 정책 아이템은 시청자 혹은 독자가 외면해 버려서 더 기사를 안 쓰게 되는 것 같은데.

“맞아요. 정치 기사가 만날 정치인들 싸우는 것만 나오는 이유도 정책 기사를 내면 지루하기 때문에 안 쓴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젠 시청자들도 바뀌어서 정책 관련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하시는 분도 많아졌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법이 없다’ 코너에서 강조하는 게 현장이거든요. 단순히 국회에서 정치인 이야기만 듣는 게 아니라 그 법이 필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 것도 지루한 정책 기사가 아니라 우리 삶에 필요한 이야기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 한 아이템 당 취재는 얼마나 걸리나요?

“이번 주 아이템을 준비하면서 다음 주 아이템 찾거든요. 그러면 1~2주 정도 걸린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정치부 기자는 아니시잖아요. 근데 국회의원 취재하려면 어렵지 않으세요?

“제가 좀 소심한 성격이라 국회 출입 기자도 아닌데 국회 관련 기사를 시리즈로 준비한다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막상 아이템 찾고 기사 쓰다 보니 걱정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국회의원도 법안 발의하면 통과시키고 싶어 하거든요. 법안 발의해도 통과시키지 못하니 답답함이 있어요. 그래서 막상 가서 물어보면 협조적이고요. 제가 처음 걱정했던 것보다는 어려움이 없어요.”

- 아이템은 어떻게 잡으세요?

“뉴스니까 그때그때 일어나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해서요. 저 같은 경우. 매일 아침에 먼저 그날 열리는 집회와 국회 토론회 일정을 찾아봅니다. 아무래도 예전에는 이런 일정들조차 출입처 기자가 아니면 쉽게 알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온라인으로 검색하면 바로 나오니까 편해요. 집회에 나오시는 분들은 그만큼 절박해서 목소리를 내시는 거니 가능하면 먼저 하려고 하고요. 실제 첫 회에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다뤘는데 그 주에 양육비 해결모임이 준비한 일정이 있어 먼저 다뤘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부족해서 출입 기자는 아니지만 국회 의원회관을 돌아다니면서 이야기도 들어봅니다. 다음으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과 국회 회의록 사이트가 매우 정리가 잘 돼 있기 때문에 어떤 법안이 있는데 누가 반대하는지 나와요. 그래서 이곳도 자주 찾아 아이템을 찾습니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기계적 중립’ 아닌 관점 분명하게, 책임 소재 명확히 따질 것”

- 댓글 보니 ‘법이 없다’가 너무 기계적 중립에 매몰되었다는 의견도 있던데.

“아마 여야 인터뷰를 동일하게 실어서 그렇게 느끼셨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기계적 중립이라는 이야기는 뉴스에 관점이 없을 때 생기는 거 같거든요. 관점 없이 그저 여도 나쁘고 야도 나쁘다는 식의 공방으로 치부해 서로의 주장만 번갈아 보도하는 게 기계적 중립의 큰 문제고 방송뉴스에 대한 가장 뼈아픈 비판 중 하나가 기계적 중립에 관한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법이 없다’는 기본적으로 관점이 있는 뉴스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데 통과되지 않고 있는 법을 찾아보고 선택해 보도하는 것 자체가 관점이 강하게 들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기계적 중립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비판이 있다면 그건 제가 기사 쓰는 게 아직도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제 생각엔 왜 법이 통과되지 않는지 누구 책임이 더 큰지 명확히 보여주는 게 필요하지 않나 합니다.

“말씀하신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저희도 그런 것을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것을 추구합니다. 다만 사안별로 다르거든요. 한쪽이 일방적으로 반대해서 진도 못 나가는 법이 있는 반면 서로 주장이 대립하는 법도 있기 때문에 사안별로 다르긴 하지만 말씀하신 거처럼 두루뭉술하게 기사 쓰는 게 아니라 어떤 문제에 책임 소재가 있다면 그걸 명확히 따지는 게 저희 콘셉트이고 그렇게 노력할 거예요.”

- 취재하며 느끼는 게 있나요?

“많은데요. 사실 국회 출입한 적 없어서 항상 국회는 싸우는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는데 국회에 통과가 안 돼서 그렇지 좋은 법안이 많더라고요. 그런 법안 만들고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시는 분도 많거든요. 아직 취재 몇 번 안 했지만 노력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껴서 아까 말씀한 대로 분명하게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도 부각해야겠지만 반대로 그런 법 통과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이야기도 잘 듣고 그동안 주목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잘 살려봐야겠다는 걸 느꼈어요.”

- 어려운 점도 있을 거 같아요.

“취재하다 보면 마찬가지 일 텐데 때론 비판의 대상이 있잖아요. 그런 분들이 인터뷰 잘 안 하려고 하죠. 국회의원이 피할 때 잡아 인터뷰하기 쉬운 건 아니니까 그런 게 가장 어렵죠. 인터뷰 피하는 사람의 이야기까지도 듣는 게 어려운 거 같아요.”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건지 계획 부탁드려요.

“아직 2회밖에 안 해서 당장 어떤 반응이 올 거라는 것에 대한 기대는 없고요. 그만큼 꾸준히 해야 할 것 같은데 아주 멀리 보기보다는. 그저 한 주 한 주, 충실히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기계적 중립의 함정이나 이런 데 빠지지 않도록 취재를 꼼꼼히 잘해서 한 주 한주 하다 보면 나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고요. 지속적으로 법이 없어 피해를 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왜 법이 통과가 안 되고 있는지 따져보자는 생각입니다.

저도 이번에 기획하면서야 알게 됐지만 발의된 법 중 상당수가 첫 관문인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에서조차 한 번도 논의되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더라고요. 묻혀있지만 중요한 의미가 담긴 법안을 찾아내고 단 한 건이라도 실제 법안이 통과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를 저희 팀에서 기획한 거라 일단 저희 팀이 하고 있지만 앞으로 잘 돼서 저희 팀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 기자들도 함께 고민하고 발전시켜나간다면 조금 더 발전된 내용으로, 조금 더 자주 방송될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보도국 기자들 모두 함께할 수 있는 코너가 되길 희망해요.”

 - 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나요?

“몇 가지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 재해가 잦잖아요. 큰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하청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국회에서 발의는 많이 하는데 실제 잘 통과되지 않거든요. 그런 것을 먼저 해보고 싶고요. 그다음 어떤 사고가 일어나면 사람 이름 딴 법이 많이 생기잖아요. 그런 게 발표되고 나서 통과가 안 되는 게 많아서 그런 것을 중심으로 해볼 생각입니다.”

- ‘법이 없다’에서 주안점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법이 없다’는 정책 기사 같고 정치부 기사 같지만, 기본적으로 사회부 기사라 생각하거든요. 왜냐면 현장 반 정치권 이야기 반이라서 정치 기사지만 단순히 정치 기사 같지 않고 현장과 연결된 기사라는 게 저희가 중심적으로 생각한 부분이고요. 실제 기사도 사건 현장 반, 정치권 상황반으로 쓰려고 합니다. 정치는 우리 삶에서 분리된 게 아니잖아요. 정치가 정치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민과 관련된 거기 때문에 그런 것을 밀접히 보여주기 위해서 현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주안점인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 한 말씀 부탁드려요.

“기성 뉴스가 잘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짚어주셔서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고요. 앞으로도 따끔하게 지적해 주시면 많이 배우겠습니다.”

이영광 기자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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