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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영장 기각, 조선일보의 ‘오버’

기사승인 2019.07.22  10: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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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입장 번복’ 쏙 뺀 채 삼성 ‘옹호’

“삼성에 대한 수사는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그간 압수수색만 20여 차례, 압수수색 당한 장소는 150군데에 달한다 … 이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경영 활동을 할 수 있는 기업이 있겠나.” 

오늘(22일) 조선일보 사설 마지막 단락입니다. 제목이 <삼성바이오 영장 기각, ‘꿰맞추기식 억지 수사’라는 뜻 아닌가>입니다. 조선일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제목에 다 나와 있습니다. “검찰이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에 따라 억지로 꿰맞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겁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회계사기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 기각 … 그래서 ‘억지 수사’라는 조선일보

사실 이번 구속영장 기각으로 검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건 맞습니다. 이른바 삼성바이오 회계분식 사건과 관련, ‘증거인멸’이 아니라 ‘회계사기’ 혐의로 청구된 첫 구속영장이 기각됐기 때문입니다. ‘회계사기’ 혐의는 이번 사건의 핵심입니다.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그렇다고 조선일보처럼 ‘꿰맞추기식 억지 수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봤을 땐 조선일보처럼 주장하는 게 억지이자 무리한 주장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조선일보는 영장실질심사에서 나온 ‘주목할 만한 부분’을 사설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등은 기존 주장을 번복했습니다. 오늘(22일) 한겨레가 관련 내용을 자세히 전하고 있는데요, 보도 내용 간단히 인용합니다. 

“김(태한) 대표 등은 영장심사에서 ‘삼성바이오는 실질 가치가 건실한 회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부적절한 회계처리가 있었다 해도, 장부상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불가피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애초 삼성 주장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이다 … (중략) 

회계사기 핵심 증거인 내부 문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삼성에피스의 가치가 급등해 회계처리를 바꾼 게 아니라 ‘삼성바이오의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회계사기’라 판단한 핵심 근거를 상당 부분 인정한 셈이다.” (한겨레 8면 <삼바 김태한 영장 또 기각…검찰 “부적절 회계 인정은 진전”>) 

쉽게 말해 2015년 전까지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의 가치 평가가 불가능했다는 게 삼성 측의 주장이었습니다. 2015년 말에야 가치 평가가 가능해지면서 이를 반영해 회계 기준을 변경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지난 19일 열린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심사에서 김 대표가 사실상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삼성 측 해명이 사실상 거짓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조선일보,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입장 번복’은 왜 쏙 빼나 

한겨레가 오늘 지적했지만 “검찰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김(태한) 대표 등이 기존 방어논리를 번복하고 ‘부적절한 회계처리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영장 기각에도 불구하고 혐의 입증에는 진전이 있었다”는 겁니다. 검찰은 김 대표 등을 추가 수사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 오늘자(22일) 사설에는 이 같은 내용이 없습니다. 진술 번복도 없고, 그래서 그동안 삼성 측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났다는 부분도 없습니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회계사기’라 판단한 핵심 근거를 상당 부분 인정했다”는 평가도 없습니다. 

오로지(!)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진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했고, 그래서 ‘검찰의 꿰맞추기식 억지 수사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심지어 김태한 대표 등이 번복한 진술 자체를 ‘모른 척’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삼성이 주장해 온 내용을 고스란히 사설에서 반복하고 있습니다. 한번 보시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그해(2015년) 7월 주주총회에서 이미 확정됐고, 삼성바이오 회계 방식은 다섯 달 뒤인 12월 결정됐다. 회계 조작을 하려 했다면 합병 전에 하는 게 상식인데 나중에 했다는 것이다. 앞뒤가 맞나.” 

이 정도 되면 해당 사설을 쓴 논설위원이 지난 19일 영장실질심사를 제대로 ‘취재’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제가 보기에 오늘(22일) 조선일보 사설은 부실해도 너무 부실한 사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의혹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김태한 삼성 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문제 있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 더 문제 많은 조선일보 사설 

사실 저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도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삼성 측이 그동안 보인 입장을 번복한 데다 ‘부적절한 회계처리가 있었다’는 점까지 일정 부분 인정했는데도 구속영장을 기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영장실질심사에서 김태한 대표는 일본과의 무역 분쟁과 국익 등을 언급하면서 눈물까지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각에서 법원이 이 같은 점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삼성 측이 그동안 유지한 입장을 번복하며 새로운 버전을 업데이트 했는데 조선일보는 ‘새 버전’을 놔둔 채 ‘구 버전’을 계속 반복하고 있습니다. 

“삼성에 대한 수사는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그간 압수수색만 20여 차례, 압수수색 당한 장소는 150군데에 달한다”는 조선일보 사설 내용과 ‘일본과의 무역 분쟁과 국익 등을 언급하며 눈물로 호소한’ 김태한 대표의 모습이 묘하게 겹쳐지는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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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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