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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입장문’과 뉴욕타임스 ‘시걸위원회’

기사승인 2019.07.09  10: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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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중앙일보는 지금이라도 진상조사위를 꾸려야 한다 

“이진주 전 중앙일보 기자가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자신이 작성한 용산참사,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관련 기사들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이를 일부 언론이 인용 보도하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유포되고 있습니다. 본지가 당시 중앙일보 간부와 데스크들에게 확인한 결과 당시 보도가 허위기사였다는 등의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중앙일보가 어제(8일) 발표한 ‘이진주 전 기자 글 관련 중앙일보 입장’입니다. 이른바 이진주 전 중앙일보 기자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과 관련한 파문이 확산되자 중앙일보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 기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노건호씨와 관련한 중앙일보 보도 △용산 참사와 관련한 당시 중앙일보 보도가 사주나 데스크 지시에 의한 허위보도였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주목을 받았습니다. 중앙일보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가 궁금했는데 ‘완전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중앙일보의 ‘참 쉬운’ 입장 발표 … 진상조사위를 꾸려야

일단 저는 “본지가 당시 중앙일보 간부와 데스크들에게 확인한 결과 당시 보도가 허위기사였다는 등의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는 부분을 주의 깊게(?) 봤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해 좀 어이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기사를 쓴 기자가 ‘자신의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는 고백을 했는데 해당 매체는 ‘당시 간부와 데스크들에게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 아닌가요?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간부와 데스크가 ‘당시 내가 허위보도하라고 지시했소’라고 하겠습니까? 

중앙일보가 내놓은 입장은 제가 볼 때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공정한 조사를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거나 아니면 진상조사를 위한 제3자가 참여하는 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는 입장 정도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당시 간부와 데스크들에게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니’라는 부분은 ‘코미디’에 가깝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이진주 전 기자가 주장하는 내용이 팩트에 부합하는지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는 게 가장 기본적인데 중앙일보는 ‘그런 절차’를 매우 부실하게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중앙일보가 ‘어설픈 입장’을 내놓을 때가 아니라 당시 보도와 관련한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 <이미지 출처=이진주 전 중앙일보 기자 페이스북 캡처>

당시 데스크와 간부 얘기 듣고 사실 아니다? … 그건 ‘그들’의 입장이지 검증이 아니다 

물론 저 역시 이진주 전 기자가 쓴 글의 ‘진정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 가운데 한 명입니다. 

△자기반성의 글을 왜 페북에 올렸는지 △용산참사 피해자를 비롯한 유가족, 노건호 씨를 직접 찾아가서 사과할 생각은 왜 못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기사들이 사실과 다른 건지 △당시 어떤 과정을 거쳐 ‘사실이 아닌 기사’가 지면에 나가게 된 건지 △이 과정에 개입된 중앙일보 관계자들은 누구인지 △반성하는 삶은 살고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삶’을 살아온 건지 등등이 글에서 발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기반성 글에서 자신과 가족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가 너무 많은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대목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취재기자였던 당사자가 ‘자신이 쓴 기사’가 허위라는 취지의 글을 공개적으로 올렸다면 이와 관련해선 ‘공식적인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것이 언론의 책임성과도 부합하는 일이구요. 

그러나 중앙일보는 ‘입장 하나’ 달랑 낸 게 전부입니다. 저는 이 문제가 그렇게 간단히 정리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봅니다. 진상조사위를 통한 검증은 최소한의 절차라는 얘기입니다. 

중앙일보의 대처가 얼마나 미흡한 지는 외신들이 비슷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는지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 2009년 4월10일자 중앙일보 <노건호, 미국 유학 중 월세 3600달러 고급주택가서 살아> ⓒ 중앙일보 PDF

외신들은 ‘오보’와 ‘조작 논란 기사’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나 

지난 2003년 경향신문에 <언론재단, 오보 대처 ‘NYT 시걸 보고서’ 발간>이라는 기사가 실렸는데요. 이 기사를 일부 소개할까 합니다. ‘사실무근’ 입장문 하나 달랑내고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중앙일보와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납니다. 

“지난 4~5월 뉴욕타임스는 ‘재난’을 당했다. 제이슨 블레어 기자의 이라크전 관련 보도를 비롯한 기사 조작·날조와, 퓰리처상까지 받은 릭 브래그 기자의 표절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신뢰도에 치명타를 맞았다. 주목할 점은 뉴욕타임스가 이같은 사태에 어떻게 대처했는가다.

후속조치는 블레어 기자의 기사 조작·날조와 관련, 5월11일자 1면과 4개면에 걸쳐 사과문, 조사결과를 게재한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 경영진은 다음날 앨런 시걸 부국장을 위원장으로 한 3개 위원회 구성을 지시했다. ‘시걸위원회’는 평기자에서 간부까지 내부위원 22명, 타 언론사 출신 외부인사 3명 등 28명으로 구성됐고 7월28일 사태 발생 배경과 조직의 문제점, 대책을 담은 보고서를 경영진에 내놨다. 시걸위원회 보고서의 제목은 ‘왜 우리의 저널리즘은 실패했나’였다.” 

2014년 3월23일 KBS가 보도한 기사도 잠깐 인용합니다. <161년만의 정정보도…우리 언론은?>이라는 리포트인데 중앙일보 대처 방식과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납니다. 

“올해 아카데미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노예 12년>. 1840년대, 미국에서 납치돼, 12년을 노예로 산 흑인 남성의 실화입니다. 그런데, 최근, 뉴욕타임스가 1853년 당시 이 사건을 다루면서 주인공 이름을 잘못 표기한 게 밝혀졌습니다. 그러자 뉴욕타임스는 161년 만에 정정 보도를 했습니다. 또, 사소한 실수지만 오보가 발견된 경위까지도 밝혔습니다.” 

중앙일보는 입장문에서 “당시 기사는 취재된 내용을 있는 그대로 보도한 것이며 의도적인 왜곡, 과장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건 중앙일보의 입장이지 ‘객관적인 사실’은 아닙니다. 당시 취재기자의 ‘주장’과 중앙일보 ‘입장’이 배치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평기자에서 간부까지 내부위원 22명, 타 언론사 출신 외부인사 3명 등 28명으로 구성된” 뉴욕타임스의 ‘시걸위원회’ 구성을 중앙일보에게 제안 드립니다. 물론 가능성은 낮게 보지만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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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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