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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에 없는 ‘나경원 리더십 상처’

기사승인 2019.06.25  1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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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주요 일간지들 한국당 행태 비판…조선일보는 사실상 ‘침묵’

<나경원 리더십 상처…불신임 논란 번질 수도>

오늘자(25일) 중앙일보 2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3당 원내대표 간 국회 정상화 합의가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부결되면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리더십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는 내용입니다. 

상식적인 분석입니다. 원내대표들이 모여 합의를 했는데 의원총회에서 부결되면 누가 그 원내대표와 앞으로 협상을 하려 할까요? 중앙일보가 “나 원내대표가 추후 국회 정상화 협상에 다시 나서더라도 당내 강경 분위기를 참작해 협상력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이유입니다. 

   
▲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국회정상화를 위한 교섭단체 3당 합의문이 추인 받지 못한 가운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의총을 끝내고 원내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당내 지지기반 허약한 나경원 원내대표 … 향후 강경파에 휘둘릴 가능성 높아

동아일보도 오늘 3면 <흠집 난 나경원 리더십… 일부 “재신임 물어야” 주장도>에서 비슷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동아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24일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와 작성한 합의문을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면서 “일각에서는 ‘장외투쟁을 선호하는 황교안 대표를 지지하는 영남권 중심의 강경파들이 나 원내대표를 견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신문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분석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공통점은 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고, 당분간 협상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사실 저는 한겨레 ‘분석’에 공감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2면 <국회 정상화 합의문 ‘휴짓조각’…나경원 리더십 ‘깊은 상처’>에서 “독자적 세력 기반 없이 친박근혜계의 지원을 업고 원내 사령탑에 오른 나 원내대표의 입지는 한층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생각입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친박 세력의 지지를 바탕으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 당선됐던 만큼 ‘친박 진영’의 뜻을 반하기는 어렵습니다. 

경향신문이 오늘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한국당 친박세력을 비롯한 강경파들이 합의를 뒤집은 것은 “아마도 내년 총선을 의식해 강경투쟁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라는 점을 고려하면 나 원내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해 당내 강경파를 설득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온당하죠.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설득하는 방식 대신 원내대표간 협상을 통해 합의한 내용을 무효화 했습니다. 여기서 확인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나 원내대표의 당내 지지기반이 그만큼 허약하다는 것. 그리고 총선 전까지 친박 세력을 비롯한 당내 강경파들 입지에 자유한국당이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대다수 언론이 지적한 ‘나경원 리더십 논란’ … 조선일보엔 없다 

오늘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대부분이 기사와 사설에서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대략 제목만 한번 볼까요. 

<나경원 리더십 타격, 투톱 황교안도 ‘불똥’> (경향신문 3면)
<국회 정상화 합의안 퇴짜 나경원, 리더십 깊은 상처> (국민일보 4면)
<흠집 난 나경원 리더십… 일부 “재신임 물어야” 주장도> (동아일보 3면)
<“협상 맡겨도 되나”… 입지 좁아진 나경원> (서울신문 4면)
<TK 중심 강력 반발… 나경원 리더십 상처> (세계일보 6면)
<나경원 리더십 상처…불신임 논란 번질 수도> (중앙일보 2면)
<국회 정상화 합의문 ‘휴짓조각’…나경원 리더십 ‘깊은 상처’> (한겨레 2면)
<나경원, 강경파 설득 대신 합의문 스스로 뒤집어… 리더십 치명상> (한국일보 4면)

오늘 전국단위종합일간지 중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조선일보입니다. 8개 주요일간지들이 일제히 ‘나경원 리더십 상처’ ‘나경원 리더십 치명상’ ‘입지 좁아진 나경원’ 등의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기사 제목은 물론 본문에도 ‘나경원 리더십’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습니다. 

오늘(25일) 8면에 실린 조선일보 기사 제목은 <80일만의 國會정상화 합의, 한국당 의총서 거부>인데요. 평소와는 달리(?) 팩트와 입장 중심으로 ‘드라이하게’ 기사를 썼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8개 주요일간지들이 별도 기사로 처리한 ‘나경원 리더십’과 관련한 부분을 조선일보는 매우 정제된(?) 표현으로 ‘간단하게’ 정리했습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당은 거의 모든 의원이 합의안에 반대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지정을 백지화할 수 있다는 담보가 없다’ ‘민주당 주장만 들어줬다’고 했다.나 원내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합의문을 추인해주지 않음으로써 더 강력한 힘을 갖고 합의를 해달라는 것이 당내 의원들의 부탁 사항이었다’고 했다.”

조선일보엔 “여야가 80일 만에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2시간여 만에 합의가 또다시 뒤집힌” 상황에 대한 논평이나 칼럼도 없습니다. “자기 당 원내대표가 도장 찍은 합의문을 금세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리면 의회정치는 설 땅을 잃는다”(경향신문 사설) 정도의 지적도 없습니다. 

국회 정상화 합의 추인을 거부한 한국당 의원들의 행태에 대해 경향신문과 한국일보가 ‘몽니’라고 표현한 이유가 뭘까요? 그만큼 한국당이 의회정치와 상식적인 정치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걸 지적하려는 것 아닐까요?

오늘 조선일보 지면은 그런 점에서 매우 튑니다. 주요 일간지들이 대부분 ‘자유한국당의 몽니’를 비판하고, ‘나경원 리더십’을 지적하고 있지만 조선일보 ‘홀로’ 사실상 침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민이 많은 걸까요, 아니면 외면하고 싶은 걸까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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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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