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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재용일보’ 자처하고 나서는 언론들

기사승인 2019.06.17  10: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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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삼성 ‘보도자료’ 충실히 받아쓰는 신문…‘삼성뉴스룸’과 무슨 차이?

<이재용 2주만에 또 위기론… “10년뒤 장담 못해”>

오늘(17일) 동아일보 1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기사 초반부를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달에만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 경영진을 3번 소집하며 위기경영에 나섰다. 이달 1, 13일 반도체(DS)부문 사장단과 회의를 열었고, 14일에는 정보기술모바일(IM)부문 사장단과 만났다. 17일에는 삼성전기를 방문한다. 글로벌 경기침체,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현장을 챙기며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월30일 오후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용의 ‘위기경영’과 ‘투자의지’ 주요하게 보도하는 언론

이재용 부회장의 ‘위기경영’과 극복의지를 강조하는 기사는 오늘 전국단위종합일간지 곳곳에서 보입니다. 

서울신문은 오늘(17일) 1면 <이재용 “10년 뒤 장담 못 해…창업 각오로 도전”>에서 “어떠한 경영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집행해 달라”고 주문한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국민일보는 6면 <이재용 “10년 뒤 장담 못해… 수성 넘어 창업 각오로 도전해야”>에서 이 부회장의 행보를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한국경제 전반에 걸쳐 침체가 올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선제적인 위기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일보는 20면 <이재용 “10년 뒤 장담 못해”... 하루 한번 꼴 사장단 미팅>에서 “투자 현안을 직접 챙기는 이 부회장의 존재감을 통해 기업 안팎에 강력한 위기 극복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는 재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이외에도 조선일보는 경제섹션 3면 <이재용 “어느 기업도 10년 뒤 장담할 수 없다”>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검찰 수사와 화웨이 사태로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주요 부문과 계열사 사장단을 연이어 소집·회의하며 현장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중앙일보 역시 경제섹션 2면 <이재용 “삼성도 10년 뒤 장담 못해…창업 각오로 도전해야”>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 관계사 사장단을 잇달아 소집해 경영전략 및 투자 현황을 챙기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삼성 위기론’ 설파하는 경제지들 … 이재용 ‘의지’ 강조 

사실 지금까지 소개한 이른바 주요 일간지들의 ‘이재용 기사’는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하는 지도 모릅니다. 경제지들, 특히 오늘자(17일) 매일경제와 한국경제는 사실상 ‘삼성일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삼성 쪽 입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늘 1면에 관련 기사를 배치한 매일경제는 사설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고 벼랑 끝에 몰린 것은 기업 스스로 노력이 부족했던 탓도 있지만 기업가 정신을 훼손하는 잘못된 정책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매경은 사실상 삼성을 대신해 삼성이 하고 싶은 얘기를 사설에서 하고 있는데요. 제가 보기에 다음과 같은 부분이 그렇습니다. 

“정부는 말로는 기업의 기를 살리겠다면서도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 등 정책은 기업을 옥죄는 쪽으로 가고 있다. 기업들은 툭하면 압수수색을 받고 적폐로 몰린다. 이래서는 기업이 주도하는 혁신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내수 침체와 수출 절벽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기업들의 절박한 호소에 귀를 열어야 한다. 정책적인 지원을 못 하더라도 사사건건 기업의 뒷다리를 잡으며 투자 의욕을 꺾어서는 안 된다.” 

‘기업들은 툭하면 압수수색을 받고 적폐로 몰린다’는 대목이 인상적입니다. 이른바 국정농단과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에 대한 압수수색이 부당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사법부가 이재용 부회장을 재수감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거라고 경고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오늘 1면에서 ‘이재용 부회장 말씀’을 주요기사로 배치한 한국경제는 4면 <삼성전자, 올해 영업이익 ‘반토막’ 되나>에서 “삼성전자 실적을 떠받치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 불황은 내년까지 장기화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며 위기론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매일경제 홈페이지 캡처>

‘삼성의 언론플레이’를 문제 삼지 않는 대다수 언론 … 받아만 쓴다? 

고발뉴스를 통해 누차 말씀 드렸지만 한국 언론의 상당수는 삼성의 보도자료를 충실히 받아쓰는데 충실합니다. 

삼성이 낸 보도자료의 기사화 비율이 높다는 사실은 이미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이 보고서를 통해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저는 기사화 비율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문제점은 삼성이 ‘위기’라고 쓰면 ‘한국 경제가 위기’라고 보도한다는 데에 있다고 봅니다. 검증은 없고 ‘받아쓰기’가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오늘(17일) 지면에 일제히 실린 ‘이재용 부회장 말씀’과 ‘삼성 위기론’도 대부분 삼성 측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늘 한겨레가 지적한 것처럼 “총수 내부 일정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외부 일정도 거의 공개하지 않아 온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을 전면에 내세워 참고자료를 내는 일은 이례적”입니다. 그렇다면 상식적인 언론이라면 왜 삼성이 이런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는지에 의문후보를 찍어야 합니다. 

정말 위기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오늘(17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와 경제지들 가운데 ‘이런 의문’을 제기한 곳은 한겨레가 유일합니다. 

한겨레는 오늘(17일) 2면 <수사·재판 앞두고 다급한 삼성…이재용 “투자 직접 챙긴다”>에서 “수사·재판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재수감되기라도 하면 대규모 투자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환기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물론 한겨레의 분석이 옳고 나머지 신문들 보도 내용이 모두 잘못됐다고 얘기하려는 게 아닙니다. 제가 정말 이해 안 되는 건, 왜 대다수 언론이 ‘삼성의 언론플레이’에 대해 기본적인 의심조차 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삼성 측 입장’과 ‘삼성 측 보도자료’를 열심히 받아쓰는 데만 익숙할 뿐 ‘보도자료’ 이면에 있는 삼성 측 의도에 대해선 모른 척 하는 언론이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할 거라면 대체 ‘삼성뉴스룸’과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요? 한국 언론에 던지는 질문입니다. 

   
▲ <이미지 출처=한겨레신문 홈페이지 캡처>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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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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