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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논설위원의 ‘문대통령 외국물 못 먹어봤다’는 치졸한 칼럼

기사승인 2019.06.12  09: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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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북미관계 중재자로서 세계인들·세계언론의 칭송·존경 안보이나

   
▲ 핀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헬싱키 총리 관저에 도착해 안티 린네 핀란드 총리와 호수 전망대를 걷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임자 중 문재인 대통령만큼 외국물 못 먹어 본 이는 딱 한 명 빼곤 없다. 이승만은 아예 미국통이라 등극한 케이스. 일본 육사 출신 박정희, 미 육군 특수·심리전 학교에 다녔던 전두환·노태우도 당시엔 드문 유학파였다. 20, 30대에 국회의원이 된 김영삼·김대중, 비즈니스맨 출신의 이명박은 업무상 해외 나들이가 잦았다. 박근혜도 프랑스에서 공부했다. 예외라면 문 대통령이 존경하는 노무현.

그도 취임 전까지 세 번 외국에 다녀온 적은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구경한 적도 없어 대선 땐 해외 경험 부족이란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그럼 문 대통령은 어떤가. 노무현의 영향 때문인지 2012년 정치 입문 외그해 일본에 하루 들르고 지난해 네팔·부탄에 간 게 전부로 돼 있다(중략). 결국 최측근조차 모를 정도로 그의 해외 경험은 노출되지 않았단 얘기다. 이런 숨기기 전략 덕인지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은 해외 문외한이란 비판은 피할 수 있었다.”

<중앙일보> 남정호 논설위원이 지난 2017년 6월에 쓴 <[남정호의 시시각각] 국내파 문 대통령의 외교 비책>이란 글의 서두다. “외국물 못 먹어 본 이”라는 표현에서 일종의 비하나 깔봄의 시선이 강하게 느껴진다. 특히 “대학생이 아르바이트 수입으로 미국에 놀러가는 세상”이란 문장이 포함된 아래 문단은 글쓴이의 그러한 시선을 완성하는 듯하다. <중앙일보>의 ‘친미’적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학생이 아르바이트 수입으로 미국에 놀러 가는 세상이다. 웬만큼 살면서 미국 한 번 안 가 본 이를 찾기란 힘들다. 미국에 가면 비슷한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 대륙 한복판의 광활한 벌판, 그리고 곳곳에서 목격되는 풍요로움을 접하면 기가 질린다. 그런 후 이런 나라와는 싸우지 말고 원만하게 지내야 우리가 잘 살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버킷리스트 칼럼, 어디로부터 시작됐을까 

남 논설위원이 누구냐고? 11일 오후 청와대가 “잘못된 정보를 옳지 않은 시선에서 나열한 ‘사실왜곡’”이라며 정정을 요청한 “[남정호의 시시각각]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 칼럼을 쓴 주인공이 바로 남 논설위원이다. 청와대가 강하게 반발한 어제 자 남 논설위원의 칼럼은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관광이라 비하하는 한편 김정숙 여사가 홀로 나선 인도순방 역시 조롱조로 비판했다. 

이 칼럼 내용과 청와대의 반박은 후에 좀 더 살펴보기로 하고, 취임 초기부터 문 대통령이 외국물을 못 먹어 봤다며 깔 본 남 논설위원에게 일단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미국통’이라던 이승만은 제주4.3과 같이 자국민을 대량 학살하면서까지 아예 나라를 미국에 바치려고 하지 않았나. 

일본 육사 출신 박정희는 굴욕적인 한일합의에 도장을 찍은 장본인 아닌가. 전두환과 노태우의 외교에 어떤 특이점이 있었나. 비즈니스맨 출신의 이명박은 자원 외교를 비롯해 나라 곳간을 팔아먹으려 혈안 아니었고, 수백 조의 혈세를 낭비하지 않았나. 프랑스에서 공부한 박근혜는 최순실의 꼭두각시였을 뿐이고. 

미국과 일본 등에 독재정권의 탄압에서 ‘피신’을 해야 했던 김대중이 향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거나 외교에서 뚜렷한 실책을 기록하지 않은 것 역시 그러한 ‘외국물’과는 관계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남 논설위원은 문 대통령이 유학은커녕 아들의 학교 졸업식 외에 제대로 된 미국 경험이 없다며 대학생의 미국 여행과 비교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남 논설위원은 “그렇다면 외국물을 먹어야 외교에 성공할 수 있을까. 꼭 그렇진 않다”면서도 “그러니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야 할 한국의 지도자로서는 미국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게 자랑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취임 전 외국 경험이 없던 과거 미 대통령들의 전례를 나열하면서. 끝까지 ‘해외 경험’하며 문 대통령의 강경화 외교부장관 등용을 ‘돌려 까는’ 듯한 남 논설위원의 해당 칼럼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결국 해외 경험이 없어도 적임자를 골라 쓰면 외교에 성공한다는 얘기다. 노무현 역시 임기 1년 후부터는 반기문·송민순 같은 노련한 외교관을 등용해 호평을 샀다. 지금은 어떤가. 대통령부터 외국 물정에 밝지 않은 상황에서 개혁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미·중·일 강대국 외교를 능숙히 다룰 프로가 지금의 외교 라인에선 잘 안 보인다. 원숙한 해당 분야 전문가의 중용이 절실해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남 논설위원은 과연 얼마나 ‘외국물’을 먹었길래 문 대통령에게 해외 경험이 일천하다며 조롱조의 칼럼을 쓸 수 있었을까. “뉴욕특파원 시절, 유엔 본부 담당 기자로 반기문 총장의 활약을 밀착취재”하며 썼다는 <반기문, 나는 일하는 사무총장입니다>(2014년 김영사 출간)의 지은이인 남 논설위원의 저자 소개를 보자. 직접 썼을 가능성이 농후한 이 저자 소개는 사뭇 화려하다. 

이래도 외국물이 중요한가 

“어린 시절을 일본에서 보냈으며, 한국 언론계에서는 드물게 뉴욕, 런던, 브뤼셀 등 3개 지역 특파원으로 활약해 국제 정세의 흐름을 날카롭게 파악하는 국제통으로 인정받는다. 전 세계 60여 개국을 오가며 글로벌 이슈를 취재했으며, 넬슨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 만모한 싱 인도 총리,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 등 전·현직 정상급 인사들을 인터뷰했다.”

너무 길어 질까봐 가히 낯간지러운 저자 소개를 못 다 전하는 것이 안타까울 지경이다. 여하튼 남 논설위원은 1981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직후 런던 정경대학 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를 취득했다는 남 논설위원은 중앙일보 국제부 선임기자와 부장, JTBC 국제부 선임기자를 거쳤고, 글로벌교류담당 순회특파원, 뉴욕특파원, 글로벌 협력팀장 등을 지낸 것으로 나와 있다. 

저자 소개에서 “2007년에는 ‘유엔기자협회UNCA’ 부회장에 당선되어, 아시아 국가 소속 언론인으로는 유일하게 회장단으로 활동했다”고 늘어놓은 남 논설위원. 정리하자면, 이런 경력의 소유자가 보기에, 외국물을 먹지 못한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해외 순방이 그저 ‘해외 관광’에 가까워 보였던 터. ‘버킷리스트’ 칼럼 역시 그러한 조롱과 비하의 문장들이 전반에 깔려 있다. ‘내가 해 봐서 아는데’와 같은 투의. 

“노르웨이 서해안엔 베르겐이란 그림 같은 도시가 있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새파란 바닷물이 넘실대는, 세계 최고의 절경이라는 송네 피오르의 심장부다. 누구든 이곳에 오면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기 마련이다. 바로 여기가 모레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갈 곳이다(중략). 어쨌거나 문 대통령 부부는 배에 올라 피오르의 비경을 접할 거다(중략). 문 대통령은 사실상 이틀뿐인 공식 일정 중 하루를 이 풍광 좋은 베르겐에서 쓴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어떠한가. 문 대통령은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나는 가 봐서 아는 곳이란 문장으로 보이지 않는가? 특히나 해당 칼럼에서 문 대통령의 해외 일정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빈도수 면에서 비교하거나 김정숙 여사의 단독순방을 고 이희호 여사의 방미와 비교하며 ‘버킷리스트’ 운운한 대목은 청와대가 요목조목 비판한 ‘팩트’를 떠나서라도 악의적이라 느껴지기에 충분해 보인다. 

외국물을 넘치게 먹은 남 논설위원 시각에선 문 대통령이 우스워 보이는 것 같다. 아마도 이러한 시각 자체가 보수언론이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 ‘홀대론’ 등을 낳은 시선일 터. 마치 노 전 대통령의 고졸 학벌을 가지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던 보수언론의 논조와 딱  닮아 있다. 

하지만 남 논설위원이 유학을 떠나서 ‘외국물’을 먹을 그 격동의 1980년대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인권 변호사로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헌신했다는 사실은 국내외로 유명하다. 그 외국물을 못 먹어 본 문 대통령이 지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구축하며 북미 관계의 중재자로서 전 세계인들과 세계 언론의 칭송과 존경을 받는 중이다. 이래도 ‘외국물’이 그리 중요한가. 참고로, 남 논설위원의 해당 칼럼에 틀린 팩트는 청와대의 반박을 참조하시기를.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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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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