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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경영복귀’를 친절히 소개하는 언론

기사승인 2019.06.11  13: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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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최소한의 비판 없이 단순 소개 기사 실은 곳이 대부분

“이들 3남매는 아버지 회사에서 초고속 승진을 하고 어린 나이에 임원 자리에 올랐다. 경영 실적으로 능력을 검증받기는커녕 각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기업 가치를 훼손했다. 회사를 끊임없이 ‘오너 리스크’에 빠트렸고 아무 잘못도 없는 직원과 주주들까지 고통을 받게 했다. 이런 전근대적인 ‘경영 세습’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이사회는 뭐 하는 조직이고 사외이사는 왜 있는지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오늘(11일) 한겨레 사설 <‘족벌 경영’ 민낯 보여주는 조현민의 ‘셀프 복귀’> 가운데 일부입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이른바 ‘물컵 갑질’ 파문 이후 1년2개월 만에 경영에 복귀한 것을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한겨레는 조현민 전 전무의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 복귀를 “한진그룹의 위기가, 능력과 자질이 떨어지는데도 총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경영을 맡는 ‘족벌 경영’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고 혹평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한겨레신문 홈페이지 캡처>

조현민 전 전무의 복귀가 아무렇지 않은(?) 언론 

사실 ‘그’가 ‘물컵 갑질’로 물러나기 전 한진그룹과 지금 한진그룹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한겨레의 ‘족벌 경영 민낯’이라는 평가에 고개가 끄덕여진다는 얘기입니다. 

조현민 전 전무의 경영복귀에 대해선 경향신문도 비판적입니다. 경향은 21면 <한진 형제 간 ‘경영권 분쟁’ 봉합됐나…‘때 이른 복귀’에 정당성 결여 지적도>에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조씨의 경영일선 복귀에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면서 “큰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조씨를 그룹의 주요 자리에 앉히는 것은 경영 능력과 무관하게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한겨레처럼 사설을 실으며 조현민 전 전무의 경영복귀를 비판한 신문을 찾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대다수 신문이 ‘그’의 경영복귀를 단순 소개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가운데 ‘그’의 경영복귀에 따른 최소한의 비판적 시각 – 이를테면 시민단체나 재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비판 등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조 부사장의 경영 복귀에 여론은 싸늘하다. 하지만 한진그룹 측은 조 부사장의 경영 복귀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중앙일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조 전무가 자신의 경영권을 박탈한 부친이 별세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경영에 복귀한 것은 자신에 대한 비판여론은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한국일보) 정도입니다. 

‘한진일보’로 나서는 언론? “3남매가 힘을 합치는 모양새” “갈등설 빠르게 봉합” 

사실 조현민 전 전무의 경영복귀를 단순 소개하는 기사는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오늘(11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중에서 ‘단순 소개’를 넘어 홍보(?)에 가까운 기사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 기사 내용만 소개합니다. 

“선친 조양호 전 회장의 별세로 한진그룹 상속 및 경영권 방어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3남매가 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힘을 합치는 모양새다 … 한진그룹은 또 ‘조 전무는 고 조양호 회장의 강력한 유지를 받들어 형제간 화합을 토대로 그룹사 경영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조 전무의 경영 복귀는 형제 간 화합을 강조한 고 조 회장의 유지를 따르기 위한 것이라고 한진그룹은 전했다. 고 조 회장은 가족들에게 ‘잘 협력해 사이좋게 이끌어나가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 재계 관계자는 ‘조 전무 복귀는 한진그룹 경영 승계의 일환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면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복귀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오늘 한겨레가 지적했듯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조 전무의 경영 복귀가 합리화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신문들이 한진그룹 측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강조하고, “조현민 전무는 앞으로 한진그룹의 사회 공헌 활동 및 신사업 개발을 전담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친절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조(현민) 전무는 지금 자숙하고 있을 때이지 경영에 나설 때가 아니다. 기업을 총수 일가의 사유물로 여기지 않고서는 경영 복귀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이다. 동네 구멍가게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는 비판(한겨레)을 찾기가 어려운 게 우리 언론의 현실입니다. 

오늘(11일) 발행된 신문만 놓고 보면 상당수 신문이 ‘한진일보’로 전락한 듯한 느낌마저 받습니다. 불과 1년 전 즈음에 각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한진그룹의 기업 가치를 훼손한 장본인이 ‘경영능력에 대한 검증’ 없이 복귀했는데도 비판 기사 하나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한진그룹 사외이사는 대체 왜 존재하는가 

관련 기사를 쓰면서도 인용할 만한 기사가 한겨레 정도밖에 없다는 게 서글프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서두 부분에 인용한 한겨레 사설 다시 한번 인용합니다. 

“회사를 끊임없이 ‘오너 리스크’에 빠트렸고 아무 잘못도 없는 직원과 주주들까지 고통을 받게 했다. 이런 전근대적인 ‘경영 세습’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이사회는 뭐 하는 조직이고 사외이사는 왜 있는지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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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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