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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연자실” 토로한 임은정, “대통령 법적책임” 겁박한 곽상도

기사승인 2019.06.05  09: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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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검찰, ‘성접대’라는 해괴한 논리…무능력·무의지 공표

“2017년 1월, sbs에서 수도권 모 간부의 술자리 성희롱 사건이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은 보도되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어요. 간부의 불쾌한 행동에 대해, 검사들 역시 여느 직장인들처럼 즉석에서 항의하거나 감찰 요청하지 못하고, 뒷담화로 그 간부를 잘근잘근 씹는 방법으로 분노를 풀거든요.

sbs에서 보도되자, 그 청에서 즉시 감찰 착수했습니다. 간부의 성희롱 유무를 감찰한게 아니고, 누가 sbs에 제보했느냐…콕 찍어서, 제가 sbs에 제보한 것을 전제로, ‘누가 임은정에게 말하여 sbs에 보도되게 했냐’를 해당 청에서 족치기 시작했습니다.”

족치기 시작했다는 표현이 꽤 인상적이다. 임은정 청주지검 부장검사가 4일 검찰이 발표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수사 결과를 접한 후 본인의 페이스북에 쓴 심경 글은 눈여겨 볼만 했다. 

조직 논리를 우선시하고, 상명하복과 보신이 일상화된 한국 검찰의 일면, ‘제 식구 감싸기’라 비판받는 이번 김학의 사건 수사 결과의 연원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글이기 때문이다. 설명을 이어간 임 검사는 글 말미 “허탈”, “망연자실”이란 심경을 적었다. 아마도 결과 발표를 접한 국민들도 같은 뜻이리라. 

“그때 저는 불가촉천민인 저에게 전화하는 동료들이 너무 고마워서 여기저기서의 푸념들을 다 들어주고 있었을 뿐인데, 그 청의 황당한 조치를, 겁에 질려 저를 의심하며 종래 자신의 말을 뒤집고 간부를 칭송하던 그 검사를,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제보자 색출 소동에 적극 가담하는 검사들을…. 저는 그저 망연자실 쳐다볼 수밖에 없었지요.

김학의 사건 수사단의 수사결과를 예상했었습니다. 수사 의지와 방향은 수사단장을 보면 유추 가능하니까…. 그래도 그때처럼 허탈하여 망연자실 쳐다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검찰은 제 정신인가?” 

“한국 검찰은 직접수사권과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기소권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막강한 권한은 이런 것들이 아니다. ‘기소하지 않을 권리’다. 다른 권한은 행사할 때만 그 위력을 드러낸다. 기소하지 않을 권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검찰이 4일 발표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수사 결과는 이를 유감없이 입증했다. 검찰은 이미 구속된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만 재판에 넘겼을 뿐, 봐주기 수사·외압·유착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다른 전·현직 검사들에게는 모두 면죄부를 줬다. 과거 부실수사를 반성하고 바로잡으라 했더니 또 다른 부실수사로 덮은 꼴이다.”

임 검사가 페이스북에 글과 함께 공유한 <경향신문>의 사설 중 서두다. 그렇다. ‘기소하지 않을 권리’라는 지적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버젓이 드러난 의혹도 ‘뭉개 뜨린’ 결과가 됐다. 결국 검찰이 김학의 전 차관에게 ‘성폭행’이 아니라 ‘성접대’라는 결론을 내림으로서 여성계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조차도 납득할 수 없는 수사 결과 발표로 비난을 자처한 꼴이 됐다.  

4일 ‘한국 여성의 전화’도 ‘검찰이 잘못은 했지만, 잘못한 검찰은 없다?’는 논평을 통해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 글자 한 글자 틀린 소리가 없어 보인다. 

“과거 검찰의 부실 내지 봐주기 수사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문제’ 등으로 수사하지 못했으며, 김학의의 성범죄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고 윤중천의 성범죄는 극히 일부만을 기소하겠으며, 성폭력 피해자를 도리어 무고로 기소하겠다는 것이다. 

수백 건의 성폭력을 단 ‘3회’로 축소하고, 나머지 성폭력 중 극히 일부를 ‘성접대’로 취급한 검찰은 제정신인가. 수년간 윤중천과 이 같은 행태를 반복해온 김학의가 ‘공모’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는가. 

공소시효를 완성시킨 것은 검찰의 부실수사의 결과인데, 공소시효가 지나서 수사할 수 없다는 게 검찰이 할 소리인가. 검찰은 가해자가 진술하지 않으면 혐의를 밝혀낼 능력이 없는가. 앞으로 모든 가해자들은 입만 다물고 있으면 되는 것인가.”

더욱이 수사 실무를 담당했던 경찰관들 사이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MBC <뉴스데스크>는 4일 당시 수사 실무를 총괄했던 팀장급 경찰관의 말을 빌어 “첩보 수집단계에서 수사를 못하게 하려는 시도가 분명히 있었고 검찰에 같은 취지로 진술했는데 수사결과 발표에서는 빠졌다”는 주장을 보도하기도 했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무혐의’ 곽상도의 적반하장 

결국 검찰은 자기 자정 능력이 없음을, 아니 그럴 의지가 없음을 만천하에 공표한 꼴이 됐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수사를 촉구한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박충근 변호사 등에 대해서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수사를 반려한 것은 화룡정점이라 할 수 있다. 

또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의원의 외압 의혹 역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의 공수처 설치 의지가 이로써 국민 여론을 등에 업게 됐다고 볼 만 하다. 문제는 검찰의 이러한 자기 고백이 누군가들에게는 어떠한 ‘사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수사를 지시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

4일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내놓은 입장문 중 일부다. 이날 곽 의원은 무혐의 처분 받은 직후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 딸 문다혜 씨의 해외 이주 의혹을 제기한 야당 국회의원을 죽이기 위해 경찰, 청와대,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어떤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모두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또 곽 의원은 “이광철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과 이번 수사권고 실무를 담당한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이규원 검사는 수시로 만날 수 있는 사이라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며 “이런 배경을 업고 문 대통령이 나서서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당시 경찰이 김학의 동영상을 입수하고도 유야무야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무혐의 결론을 내리자, 이를 등에 업고 반격에 나선 셈이다. 

공소시효 운운한 것도 모자라 ‘성폭력’이 아닌 ‘성접대’라는 해괴한 논리를 내놓은 검찰. 특유의 보신주의 조직논리에 더해 해묵은 성인지 감수성을 자랑하는 검찰에게 국민들은 과연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국민들도 임 검사와 함께 망연자실해 하지 않을까. 

게다가 곽 의원과 같이 ‘적반하장’ 격으로 대통령과 청와대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의원까지 나왔다.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적극 반발하던 그 검찰은 지금 어디로 가는가. 공수처 신설을 자기 스스로 부채질했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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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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