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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한국당과 보수를 망치고 있다

기사승인 2019.05.27  11: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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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소외된 보수 외교관’을 일찌감치 주목한 조선일보

“국가 외교 안보 업무를 다루는 재외 공관의 중견 외교관이 3급 비밀로 분류된 비밀 사항을 외부에, 그것도 정치인에게 유출시키고 정치인은 이를 공개했다. 이 내용인데 이 자체는 국가 보안 업무 규정에도 위배되고 따라서 절차를 거쳐서 책임을 물어야 될 사안으로 봅니다.” 

김숙 전 유엔 대사가 오늘(2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사실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 유출은 전혀 복잡한 사안이 아닙니다. 공방으로 처리할 일도 아닌, 시시비비가 정확히 가려질 수 있는 일입니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보수 정치인’의 한국당 비판 줄이어 

이번 사안이 가지는 문제의 심각성을 김숙 전 유엔 대사 외에 많은 ‘보수 정치인’이 비판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자신들이 봤을 때 기밀 유출이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정상 간 통화의 비밀 보장은 외교의 기본”이라면서 이번 사안을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이외에도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과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도 강효상 의원을 비롯해 자유한국당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강 의원 항변이 보수 진영 내에서조차 비판을 받고 있는 현실! 

저는 오늘(27일) 중앙일보 사설 제목이 보수진영 일각이 느끼고 있는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봅니다. 오늘 중앙일보 사설 제목은 <대통령 통화 유출되면 어느 나라가 상대하겠나>입니다. 

사실 자유한국당이 ‘국민 알 권리’라며 항변하고 있지만 이런 주장을 누구보다 강도 높게 비판해야 하는 건 보수 언론입니다. 외교 기밀이나 공직사회 기강과 같은 사안은 특히 보수 진영이 주요하게 여기는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외교 기밀을 줄줄 흘리는 국가를 어느 나라가 믿고 깊숙한 이야기를 하려 하겠나”라는 오늘 중앙일보 사설은 좀 늦은 감이 있습니다. 사안이 불거진 직후부터 이런 기조로 한국당을 압박했어야 했다는 얘기입니다. 오늘 중앙일보 사설 가운데 일부를 소개합니다. 

“통화 내용을 알려준 장본인이 누구보다 외교 기밀의 중요성을 잘 아는 베테랑 외교관이란 점도 어이가 없다. 청렴과 비밀 엄수 등 공직사회의 기강은 가을 서릿발처럼 엄중해야 한다. 문제의 외교관이 강 의원과의 개인적 학연을 이유로 기밀을 빼돌려 전달했다면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최근 일어난 공직사회, 특히 외교부의 기강해이 사건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구겨진 태극기’ ‘갑질 대사’ 등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꼬리를 물었다. 이 참에 무너진 기강을 반드시 다잡아야 할 것이다.” 

‘태극기 논란’ ‘갑질 대사’ 비중 있게 보도한 조선일보…‘통화유출’은 양비론 

하지만 이런 기조의 사설이나 칼럼을 보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조선일보는 사안이 불거진 이후 지속적으로 ‘물타기 보도’ ‘양비론’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오늘(27일) 조선일보가 6면에서 보도한 기사도 양비론의 전형입니다. 제목이 <여 “강효상 제명”… 야 “정청래는?”>인데 기사의 절반을 정청래 전 의원에게 할애하고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사실 조선일보의 이 같은 태도는 그동안 ‘외교부 기강해이’와 관련해 조선일보가 보인 보도행태와도 동떨어져 있습니다. 

이른바 ‘구겨진 태극기’ 논란과 관련, 조선일보는 지난 4월5일 1면 <어느 나라 외교부입니까> 기사에서 “국기 관리는 외교 의전의 기본 중 기본에 속한다”며 외교부를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날부터 ‘흔들리는 외교안보’ 시리즈를 시작했는데 첫 번째가 바로 ‘구겨진 외교’였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날 5면 <나사 풀린 외교부, 행사 직전에야 태극기 확인>에서도 “한·스페인 외교차관 회담에 ‘구겨진 태극기’가 걸리면서 외교가에선 ‘우리 정부가 잇단 외교 실수로 상대국에 외교 결례를 범하더니 이젠 스스로 국격을 떨어뜨리며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맹비난했습니다. 

‘구겨진 태극기’ 정도(?)에 나사 풀린 외교부라는 비판을 할 정도라면 ‘정상 간 통화 유출’에 대해 조선일보는 기획기사를 실어야 하는 게 온당한 태도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기사 비중도 적고, 보도 초점 또한 철저한 양비론입니다. 지난 25일 사설에선 ‘한미 정상통화 내용 유출 문제’를 다루면서도 ‘강효상 의원’ 이름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미 ‘소외된 보수 외교관’을 주목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사실 제가 이번 파문에서 주요하게 바라보는 포인트는 ‘다른 쪽’에 있습니다. 해당 외교관이 ‘정상 간 통화내용’을 유출하는 게 문제가 있다는 걸 모를 리 없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야당 정치인에게 통화 내용을 유출한 이유가 뭘까? 저는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여러 분석과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오늘(27일) 서울신문이 보도한 내용이 눈길을 끕니다. 서울신문은 5면 <주류서 소외된 보수 외교관들, 대북정책 불만 품고 저항 가능성>에서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야당 의원에게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유출한 것을 놓고 단순한 기강 해이 차원을 넘어 현 정부의 유화적인 대북 정책에 불만을 품은 외교부 내 일부 공무원들의 일탈 내지 저항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참여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이른바 ‘워싱턴스쿨’과 북미국 출신 등 외교부 핵심 내지 엘리트그룹이 중용되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3급 기밀을 유출하는 식으로 파열음을 낸 것 아니냐는” 겁니다. 

   
▲ <이미지 출처=서울신문 홈페이지 캡처>

제가 이 기사를 주목하는 이유는 이미 조선일보가 지난달 ‘이들의 목소리’를 주목하는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다는 겁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월6일 5면 <靑코드에 손발 묶인 외교부, 존재감 잃고 ‘투명인간 신세’>에서 “외교부가 제 역할을 못 하는 데는 이전 정부에서 잘나가던 북핵·북미·동북아 라인의 핵심 외교관들이 ‘적폐’로 몰려 주요 보직에서 제외된 탓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한달 뒤,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이 ‘보수 외교관’에 의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모든 게 우연일까요?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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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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