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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노무현’, 스크린으로 만개하다

기사승인 2019.05.25  12: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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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노무현의 유산’이 열어젖히고 있는 ‘새로운 노무현’의 길

   
▲ 영화 <시민 노무현> 스틸컷

“1981년, 잘나가던 조세변호사에서 인권변호사로 변하며 시작된 노무현의 싸움. ‘변호인’ 노무현은 부조리한 시대에 맞서 거리로 나섰고, ‘정치인’ 노무현은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바보 같은 도전을 계속 했다. ‘대통령’이 되어서도 그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는데... 노무현은 왜, 무엇을 위해 싸워왔던 것일까?”

지난 19일 방송된 <SBS 스페셜> ‘노무현: 왜 나는 싸웠는가?’편은 이렇게 물었다. SBS는 “노무현 前 대통령이 직접 본인의 과거를 고백한다”라는 취지 아래 육성으로 드는 ‘정치인‘ 노무현이 걸어온 길과 ’인간‘ 노무현으로서의 삶을 재조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9년 ‘논두렁 시계’ 보도에 앞장섰던 SBS의 반성이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KBS는 10주기 추도식이 열린 지난 23일 당일 <봉하마을에서 온 편지>를 편성했다. 임기를 마치고 봉하마을에 내려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상을 담았던 <다큐멘터리, 3일>을 현재의 기록과 함께 재구성했다. 이렇게 노무현 10주기를 맞아 지상파 TV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재조명한 것은 10주기도 10주기지만 그간 ‘노무현 다큐’ 영화들에 쏠린 대중적 관심 역시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지난 2017년 5월 19대 대선 직후 개봉한 <노무현입니다>는 그 정점이었다. 185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함께 ‘노무현의 친구’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직후 쏠린 ‘노무현의 유산’을 향한 관심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다. 

그에 앞서선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가 있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전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2016년 10월 말 개봉, 장기 상영 끝에 19만 명을 동원한 이 다큐는 2000년 부산에서 총선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 노무현과 2016년 여수 총선에 출마한 백무현 후보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싸우는 여정을 교차시키는 가운데 현재의 ‘우리들’이 정치인 노무현을 왜, 어떻게 기억하는지에 카메라를 가져간다.  

그리고 서거 10주기를 맞은 5월, 총 세 편의 ‘노무현 다큐’가 관객들을 만나는 중이다. 먼저 추도식이 거행된 지난 23일 개봉한 따끈따끈한 신작 <시민 노무현>과 15일 개봉한 <물의 기억>, 일찌감치 지난달 18일 개봉해 지금은 IPTV 등으로 관람할 수 있는 <노무현과 바보들>이 바로 그 작품들이다. 이들 세 다큐는 각기 다른 개성과 소재를 가지고 ‘정치인 노무현’과 ‘인간 노무현’을 그려냈다는 평가다. 

   
▲ 영화 <시민 노무현> 포스터

시민 노무현, 새로운 노무현을 만나다 

“이전에 노무현 대통령을 다뤘던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그분의 생에 초점을 맞췄다 하면 올해는 서거 10주기이고 앞으로는 미래를 이야기하면 좋겠다, 대신 우리 나이 때의 감독이 아닌 좀 더 젊은 감독이 밝은 모습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을 담아내면 우리 후배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서 기획을 하게 됐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에 이어 <시민 노무현>을 제작한 조은성 총괄 프로듀서의 말이다. 박근혜 정권 때 제작된 전작 촬영 당시, 데이터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등 심리적 압박을 겪고, 또 개봉까지도 어려움을 겪은 것과 달리 <시민 노무현>은 서거 10주기에 맞춰 ‘새로운 노무현’이란 모토에 걸맞은 작품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시민 노무현>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퇴임 후 귀향을 선택한 전직 대통령 노무현이 ‘고향 봉하마을에서 무슨 일을 했고, 무엇을 하려고 했을까?’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한 휴먼 다큐멘터리다. 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중 처음으로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이 아닌 평범한 시민 노무현이 봉하마을에서 보낸 454일에 주목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첫 번째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거기에는 할아버지로서 손녀들이 왔을 때 옛날 시골길을 돌아보고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씀이 있다. 두 번째는 지방 균형적 발전 정책과도 관계된 것인데 지방으로의 귀향이다. 대부분의 대통령은 퇴임 후 서울과 수도권에 머문다. 

그것은 권력을 퇴임 이후에도 일정 정도 행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권력을 행사하지 않겠고 지방으로 간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영화 제목이기도 하지만 시민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이 세 가지 의미를 다 가지고 있다.” 
 
천호선 노무현재단 이사가 설명하는 ‘노무현의 귀향’의 의미다. <시민 노무현>은 이렇게 퇴임 이후 더 나은 민주주의를 꿈꿨던 시민 노무현의 육성과 기록을 통해 봉하마을에서 그가 이루고자 했던 이상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분명 ‘노무현의 사람들’의 회고 인터뷰와 대선 과정에 집중한 <노무현입니다>나 앞서 소개한 <무현, 두 도시 이야기>와는 결이 다른 ‘새로운 노무현’을 모색한다고 볼 수 있다. 

   
▲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 포스터

노무현과 ‘바보들’, 그리고 ‘생태’ 

반면 <노무현과 바보들>은 그를 응원한 ‘바보들’을 통해 사람 노무현을 반추하는 작품이다. 작품을 위해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은 총 86명. 전체 러닝타임 중 50분 가까이 차지하는 ‘사람’ 노무현의 이야기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배우 명계남, 임병택 시흥시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 다양한 인터뷰이들의 기억으로 완성됐다. 

특히 <노무현>과 바보들은 회사원, 학원 강사, 방송작가에 이르기까지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왜 노무현을 사랑하고 응원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정치에는 관심이 없던 너무나도 평범한 소시민들, 오롯이 그의 바보 같은 우직함이 좋아서, 안타까워서 모인 사람들에 대한 세밀한 회고는 그 자체로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한 페이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어릴 때 개구리 잡고 가재 잡던 마을을 복원시켜 아이들한테 물려주는 것이 제일 좋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생전 봉하마을에 대해 이런 의미를 부여했다. 그가 서거 직전까지 생명 농법으로 농사를 지은 일화는 유명하다. <물의 기억>은 그간의 ‘노무현 다큐’와는 살짝 다르다. 약 1년간 제작진이 봉하 마을에서 상주하며 포착한 자연과 생태의 경이로움을 담아냄으로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비전을 엿보게 한다는 의도다. 배우 김명곤이 나레이션을 맡았다. 

이토록 TV에서, 스크린에서 노무현을 소환하는 이유는 어렵지 않다. 그가 스스로 ‘봉화산 같은 존재’라고 말했듯, 대한민국 정치사에 있어 외롭지만 당당하게 걸었던 ‘노무현의 길’에서 우리가 곱씹고 남겨야 할 유산이 아직 남아 있어서일 터다. 그러한 ‘노무현의 유산’이 그 ‘새로운 노무현’의 길을 스스로 열어젖히고 있다. 

   
▲ 영화 <물의 기억> 포스터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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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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