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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메일’을 충실히 소개한 조선일보

기사승인 2019.05.24  10: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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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검찰에 정공법으로 맞서지 못하는 삼성에 대한 씁쓸함? 

<삼성전자, 삼바 수사에 이례적 유감 표명> 

오늘(24일) 동아일보 10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삼성전자가 어제(23일) 출입기자단에게 보낸 이메일을 기사로 다뤘습니다. 삼성 측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전혀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무차별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임직원과 회사는 물론 투자자와 고객들도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검증을 거치지 않은 무리한 보도를 자제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삼성 측이 지적한 ‘무리한 보도’는 경향신문과 한겨레 등이 보도한 이재용 부회장의 육성 통화 파일 관련 부분 등 최근 보도 내용을 언급하는 것 같습니다. 삼성 측이 언론보도 자제를 요청하고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이긴 합니다만 ‘무리한 보도’ 자제를 요청한 부분은 역설적입니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단신’이면 충분할 기사를 친절하게(?) 설명해 준 언론은? 조선일보! 

‘언론 관리’ ‘기사 밀어내기’ 등을 통해 삼성에 민감하거나 불리한 보도를 막았다는 의혹이 쏟아진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삼성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삼성은 이른바 바이오에피스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한 일부 언론의 보도를 ‘검증을 거치지 않은 무리한 보도’라고 했지만, 그렇게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들이 그룹 차원의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이미 드러났고 관련자들은 구속까지 된 상황입니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추정되는 인물과의 통화를 기록한 파일을 검찰이 복원하는데 성공했다면 ‘이걸 안 쓰는 기자와 언론’이 이상한 겁니다. 

물론 구체적인 통화 내용 등을 조사를 통해 검증해야 할 대목이지만 ‘이 자체만으로’도 기사는 충분히 된다는 얘기입니다. 더구나 검찰 수사는 삼상바이오에피스를 넘어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결국 검찰의 화살은 이재용 부회장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정리가 됩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측의 ‘이례적인 이메일 입장발표’가 이해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검찰의 칼이 삼성 최고수뇌부를 향하고 있다는 게 감지가 됐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어디까지나 추정이라는 걸 전제하고 말씀드리면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어제(23일) 기준으로 삼성전자 측에 ‘추가적으로 기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삼성 측에 보고가 됩니다. 저는 해당 기사가 오늘(24일) 한겨레 1면에 실린 <이재용 ‘삼바 콜옵션’ 직접 전화 보고받았다>라는 기사라고 생각됩니다. 

   
▲ <이미지 출처=한겨레신문 홈페이지 캡처>

삼성전자는 왜 출입기자단에게 이례적으로 ‘이메일’을 보냈을까 

한겨레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자회사의 핵심 경영 현안의 구체적인 부분까지 지속적으로 보고받아 파악하고 있었던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바 분식회계’에 직접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검찰 수사는 물론 재판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당히 민감한 내용의 보도라는 얘기입니다. 

저는 이런 맥락에서 삼성전자가 출입기자단에게 이메일을 보낸 게 아닌가 –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최근까지 경제지를 비롯한 많은 언론은 이재용 회장의 ‘글로벌 경영’과 ‘민간 외교관 역할’을 비중 있게 잘 소개했습니다. ‘그랬던 언론’이라면 삼성 측의 입장이 담긴 이메일을 충실히 소개해 줄 것으로 기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게 신통치 않습니다. 오늘(24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가운데 동아일보 정도만 기사를 실었고 나머지는 대부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구체적인 반박 팩트’는 없고, 삼성 측의 입장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삼성에 우호적인 언론이지만 ‘이 정도’만으로 삼성 측 입장을 반영하는 별도 기사를 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용감하게(?) 삼성 측의 이메일을 ‘경제섹션’에 친절히(!) 소개한 신문이 있습니다.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는 오늘(24일) B2면 <백브리핑] 삼성전자가 '부탁합니다' 이메일 보낸 까닭은>에서 삼성 측의 입장을 상세히 실어줍니다. 그리고 재계 쪽의 반응까지 소개해준 다음 박상기 법무부 장관까지 등장시킵니다. 

조선일보는 박 장관이 지난 3월 “수사 중 피의 사실이 유출되지 않게 주의하라”는 내용의 특별지시를 대검찰청에 보냈지만, 삼성 관련 피의 사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도 언급합니다. 그런 다음 “이런 것을 보면 우리는 이 나라 국민도 아닌 거 같다”는 삼성 내의 자조적인 반응까지 덧붙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조선일보가 삼성전자 이메일을 ‘친절하게’ 소개한 이유는?

물론 삼성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검찰이 복원한 이재용 부회장 육성 통화 파일이 정상적인 사업과 관련해 대화한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삼성 측의 주장일 뿐입니다. 통화 파일이 분식회계와 연관이 있는지는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대목이지 ‘무리한 보도’로 단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솔직히 ‘삼바’와 관련해 조직적인 증거인멸 정황이 뚜렷이 드러난 상황에서 삼성 측 입장을 신뢰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오늘(24일) 삼성전자 측의 이메일을 ‘길고 친절하게’ 소개하는 ‘별도 기사’를 실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문장은 “세계 1위 전자회사인 삼성전자마저 ‘양복’을 흔드는 ‘손’인 검찰에 대해서는 정공법으로 맞서지 못하고, 양복 탓만 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썼습니다. 

검찰에 정공법으로 맞서라는 걸까요? 분식회계 관련 기사에 삼성 측 입장 정도로들어가면 족할 내용을 조선일보는 별도 기사로 비중을 실어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읽어봐도 대체 왜 이렇게 ‘길고 친절하게’ 삼성측 입장을 소개했을까?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조선일보는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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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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