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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이재용 30분 만남’ 대서특필하는 언론

기사승인 2019.05.23  10: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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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JY ‘민간 외교관’ 역할 강조하고 나서는 언론, 이유는?

<이재용, 한국 온 부시 면담 미래사업 방향 의견 교환> 

오늘(23일) 국민일보 1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 중인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만났다는 내용입니다. 두 사람은 30분 정도 비공개 회담을 가졌습니다. 

국민일보는 이번 만남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사업을 구상하기 위한 경영 행보”이면서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 총수가 민간 외교관 활동을 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기사를 1면에 배치한 것만 봐도 이번 사안을 국민일보가 얼마나 비중 있게(?) 보고 있는지가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국민일보 홈페이지 캡처>

JY 집행유예 석방 이후 ‘민간 외교관’ 역할 강조하는 언론들 

사실 오늘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 가운데 일부를 제외하곤 비슷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삼성과 ‘밀접한’ 관계인 중앙일보 역시 2면 <부시, 이재용 부회장과 30분 회동…삼성가와 23년 인연>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글로벌 행보가 가지는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중앙일보 기사 가운데 일부를 인용합니다.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로 석방된 이후부터 보면 이 부회장은 지금까지 여섯 차례 외국 정상급 인사와 만났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0월에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방문해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면담했다. 

지난해 7월에는 인도 노이다 휴대전화 공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모디 총리를 만났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 부회장이 갖는 민간 외교관 역할이 한국 경제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기사에서도 ‘민간 외교관’이라는 키워드가 나오는데 중앙일보에서도 재계 관계자 멘트에서 ‘동일한 단어’가 나옵니다. 마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로 석방된 이후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잘하고 있다는 걸 강조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죠. 

저는 국민일보와 중앙일보 기사를 보면서 ‘이렇게 민간 외교관 역할을 잘하고 있는 기업 총수를 다시 감옥에 가둬서야 되겠어?’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읽히더군요. 물론 이건 전적으로 제가 그렇게 읽었다는 겁니다. 

아무튼 30분 정도의 비공개 회동 관련 기사치고는 국민일보와 중앙일보가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보도자료를 베낀 것처럼 비슷한 ‘이재용-부시 만남’ … 단신이면 충분하다  

재밌는 건, 두 신문 외에도 관련 기사를 게재한 대다수 신문이 마치 ‘판박이처럼 비슷한’ 기사를 실었다는 겁니다. 마치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쓴 것처럼 기사 구성과 등장하는 표현이 비슷합니다. 

오늘(23일) 한국일보도 <한국 온 부시, 첫 일정은 이재용 면담… 부시-삼성가 ‘대 이은 우정’>이라는 기사를 2면에 실었습니다. △두 사람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두 일가의 인연이 각별하며 △이 부회장이 최근 외국 정상급 인사와 회동하면서 행보를 넓히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외에도 오늘 다른 신문들도 관련 내용을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앞서 소개한 대목과 함께 ‘이재용 부회장이 부시 전 대통령에게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환경에서 기업의 역할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한편 삼성이 추구하는 지향점과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는 내용입니다. 거의 모든 기사가 비슷한 구성에 비슷한 내용입니다. 제목만 간단히 소개합니다. 

<삼성-부시家, 2대 걸쳐 ‘한미 핫라인’> (동아일보 4면) 
<방한 부시 첫 일정은 이재용과 단독면담> (서울신문 22면) 
<이재용, 방한 부시와 단독면담… ‘글로벌 삼성’ 위상 재확인> (세계일보 2면)
<이재용, 한국 온 부시와 4년 만에 면담> (한겨레 8면)

그나마 한겨레는 다른 신문과 달리 ‘의미부여’를 빼고 팩트 위주로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기사 비중도 단신 정도입니다. 그런데 한겨레는 다른 신문들이 언급하지 않은 팩트를 전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대목입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추모식 참석 등 방한 일정은 방산기업인 풍산그룹 류진 회장이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회장은 미국 공화당 정치인들과 친분이 깊은 재계의 미국통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면담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뉴시스>

방산기업인 풍산그룹 회장의 주선으로 이뤄진 ‘부시-이재용 만남’ 

다른 신문들은 부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얼마나 친한지,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민간 외교관’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지 강조하는 내용에 방점을 찍었다면 한겨레는 이번 만남이 ‘방산기업 풍산그룹 회장의 주선’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번 만남에 ‘어떤 글로벌 한 의미’가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단신 정도’ 수준으로 보도하면 충분한 내용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많은 언론이 1면과 2면 주요기사로, 혹은 종합면에서 큼지막하게 ‘이재용의 민간 외교관 역할과 글로벌 행보’를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정작 비중 있게 보도해야 할 ‘삼성바이오 김태한 사장 구속영장’ 같은 사안은 사회면 ‘구석’에 조용히 ‘박혀’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 언론은 정말 삼성을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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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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