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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여 민주주의자였다”

기사승인 2019.05.22  15: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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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 GO 인터뷰 343] 천호선 노무현재단 이사

   
▲ <이미지 출처=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영상 캡처>

“야 좋다!” 

2008년 2월 25일 대통령 퇴임 후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노무현 전 대통령 내려갔던 말 했던 말이다. 그만큼 5년 대통령 재임이 힘들었다는 의미기도 할 것 같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봉하마을로 내려가 친환경 오리 농법을 연구하는가 하면 틈틈이 봉하마을을 찾는 시민들과 소통하며 즐겁게 지냈다. 

그러나 그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촛불로 인해 국정 수행지지도는 급전직하했다. 그러자 이명박 정부는 촛불의 배후 친노로 추측해서 노 전 대통령 측근들을 이 잡듯 뒷조사했고 노 전 대통령에게 온갖 모욕을 줬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 23일 우리 곁을 떠났다.

어느덧 10주기를 맞이한다. 참여정부 마지막 대변인이었던 천호선 노무현재단 이사는 10주기를 어떻게 맞이하는지 궁금해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에 위치한 노무현재단에서 천 이사를 만났다. 다음은 천호선 이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천호선 노무현재단 이사 <사진=이영광 기자>

“끊임없이 도전받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 23일이면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잖아요. 10주기를 맞이하는 소회가 있을 거 같아요.

“한 인물이 역사 속으로 들어간다고 할 땐 보통 그 인물과 함께했던 50대 전후 세대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완전히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죠. 하지만 그것과 다른 의미에서 노 대통령은 10년 동안 수시로 현실정치에 호출되었었죠. 앞으로도 당분간 그렇긴 할 거지만 노무현재단 입장에서는 여태껏 추모 중심이었다면 10주기를 계기로 추모에서 계승으로 전환하자는 거예요. 이제 노 대통령은 역사가 되어 가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 왜 이제야 역사가 되어 가신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두 가지 의미를 둬요. 하나는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주의에서 큰 역사를 이루신 분이죠. 하지만 김 대통령 때의 민주주의는 반독재 민주주의예요. 그러나 노 대통령은 노사모, 국민참여경선 그리고 대통령 시기에 정부 이름도 ‘참여정부’였듯 끊임없이 국민과 소통하려 했다는 면에서 참여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대통령이었다고 봐요. 그리고 그것을 함축하는 노 대통령의 말씀이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것이죠.

또 하나는 노 대통령 정신과 국정운영 철학이 크게 다르지 않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함으로 노 대통령 좋아하는 사람들의 역할도 많이 바뀌기도 하고요. 이젠 차분히 노 대통령으로 인해 생기는 분노와 감정, 감성적인 측면이 남아있겠지만 이젠 역사적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노 대통령의 성과나 정치적 업적에 대한 평가가 진영을 떠나 객관적이고 차분하게 이루어져야한다. 이제 이런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 10주기를 맞아 노무현 재단에 하는 행사는 어떤 게 있나요?

“추도식이 23일에 있고 노무현 대통령 생일 전 주 금요일 봉하에서 음악회를 해요. 그리고 재작년에 서울에서 문화제를 했는데 올해 마지막으로 대규모 옥외 행사를 하자고 해서 지지난 주 토요일(11일) 대전 일요일(12일) 광주 지난주 토요일(18일) 서울 일요일(19일)은 부산으로 네 번의 시민 문화제를 크게 치렀죠.

두 번째는 두 개의 노 대통령 관련 건축물이 착공돼요. 그러나 이건 10주기에 맞추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하나는 봉하에 지어지는 노무현 기념관이죠. 노무현 기념관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대한 법률에 의해서 국비, 도비, 시비로 건축하는 거예요, 이건 지난 3월에 착공했어요. 그리고 그전부터 계속 추진했는데 여러 가지로 늦어진 게 가칭 ‘노무현 시민 센터’라고 창덕궁 옆에 부지를 마련했는데 그건 7월경 착공해요. 앞으로 2년 정도 걸려서 2021년 상반기에 개관합니다. 그 두개의 건축물을 올해 착공하는 것도 결과적으로는 의미 있는 일이죠.”

   
▲ <이미지 출처=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영상 캡처>

-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노 대통령 서거 후 10년 되돌아보면 어떠세요?

“보통 노 대통령 하면 투쟁하는 노무현이나 전투하는 노무현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죠. 노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하나의 사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투쟁으로 통합하는 통합의 기술이기도 하다는 표현을 씁니다. 무슨 얘기냐면 노 대통령은 민주주의 사회에는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고 이걸 인정하고 공존해야 한다는 철학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었어요. 이걸 이해해야 노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할 걸 이해할 수 있어요.

노 대통령은 진보적 시민 민주주의가 성장해나가길 바라지만 보수를 타도의 대상으로 보지 않아요. 흔히 언론과 싸운 얘기 많이 하잖아요. 그것도 건전 기사 수용제도라고 언론에 제기된 문제를 다 정리해서 그중에 왜곡이나 잘못된 건 언론중재위 제소해서 싸우고 대응했지만 일리있고 옳은 지적과 비판은 수용합니다. 이를 시행령과 법, 정책에 반영합니다. 그 결과도 공개하고요. 통계를 내보면 대응해서 싸운 것보다 수용한 게 더 많아요.

노 대통령이 민주주의라는 건 끊임없이 도전 받을 거라 생각했고 후퇴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걸 지키는 건 역시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얘기했던 걸 지난 10년이 증명한 거죠. 후퇴하기도 했지만, 탄핵부터 시작한 국민의 촛불에 의해 극복되는 과정은 노 대통령의 철학과 실천을 증명해준 역사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고요.” 

- 아픈 기억이겠지만 2009년 5월 23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서거 소식 어떻게 들으셨어요?

“저는 그때 속리산에서 모임을 하고 있었어요. 새벽에 들었어요. 사실 민주당에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여 새로운 정당을 추진해보자는 결의를 한 다음 날이었어요. 이것이 이후 국민참여당이 되었지요. 노 대통령을 대통령 후보일 때도 무지막지하게 흔들어댔던 민주당의 경험에 대한 하나의 결정적 계기였지만 이뿐 아니라 국정 운영 과정에서 여당이 보여준 태도도 매우 실망스러웠고요.

좀 더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이제 김대중, 김영삼 시절의 사당에 가까운 제왕적 총재 시대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시민이 주인인 현대적 민주정당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민주당 내에서 그것이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이었지요. 그래서 비록 작더라도 모범적인 현대적 민주정당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지요. 국민참여당 만들기로 전국 각지에서 모여 밤새 토론하고 난 다음날 새벽에 노 대통령이 돌아가신 거예요.

그 얘기 듣고 실감도 안 났지만 바로 내려가지 못했어요. 왜냐면 참여정부 마지막 보직이 퇴임 뒤에도 무슨 일이 있을 때 수행해야 할 보직이거든요, 무슨 얘기냐면 제가 마지막 대변인이잖아요. 장례대책위의 대변인직을 수행해야 했던 거죠. 서울에 있었던 게 아니라 워크숍 하고 있었기 때문에 등산복 같은 걸 입은 상태에서 도무지 못 가겠더라고요. 대통령이 돌아가셨단 소식을 듣고 서울로 올라가서 짐 싸고 검은 양복 입고 봉하에 뒤늦게 도착한 셈이죠.”

- 처음 봉하 가니 어땠나요?

“아무런 실감이 안 났죠, 모든 것이 비현실적이었어요. 사람들 얼굴 표정이나 장례식장이 차례지고 추모객이 줄서는 과정 전체가 매우 비현실적이었는데 현실이라고 느꼈던 것은 대통령 입관 전에 가까이 모신 참모들이 마을 회관에 잠들어 계신 모습을 처음 뵈었을 때죠. 그때 본 누워계신 모습은 지금도 생생해요.” 

- 당일 봉하에 비가 온 거로 기억하는 데 사람들이 비 맞으면서 조문을 위해 줄 서서 기다리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놀랐어요. 노 대통령 마지막에 지지율이 낮았잖아요. 저도 당연히 지지도 최악으로 끝났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번에 자료를 찾아보니 2007년은 초는 최악이지만 마지막 달인 2008년 2월 조사한 걸 보니 다른 어떤 대통령 마지막 달보다 높기는 하더라고요.

아무튼 노 대통령은 그렇게 인기가 안 좋았죠.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욕했죠. 그런데 많은 사람이 시골구석까지 찾아봐 억수로 쏟아지는 비를 묵묵히 맞아가며 길고 긴 줄을 섰었지요, 아무런 불평 없이요. 단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 끊었다는 사실 때문에 단순한 감상적 생각 때문일 거라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아마 전직 대통령 장례나 왕이나 총리의 장례 때 시골 마을까지 백만 명이 찾는 일은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거예요.

그런 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와 삶이 국민에게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고 생각했었죠. 그리고 노 대통령에 대한 해석과 평가는 그 사람들 사이에서 다 다르겠지만 그때 엄청난 폭우 속에서도 추모 행렬에 참여했던 시민들을 바라보며 노무현은 사라지는 기억이 아니라 살아있는 민주주의 힘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죠.” 

   
▲ 2009년 5월24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폭우를 맞으며 조문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성공‧실패의 관점 맞지 않아…참여정부, 시대적 소명에 최선 다해”

- 2018년 7월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돌아가셨잖아요. 그때 노 대통령이 떠올랐다는 사람이 많던데 이사님도 그중 하나일 것 같아요.

“저는 노무현 대통령 모시기도 했지만, 노회찬 의원과 같이 정의당을 해서 둘 다 가까운 사람 중 한 명인 거죠. 또 하나 노회찬 대표는 정의당 내에서도 전통적인 진보정당의 차별성 있는 주장 보다는 뭔가 국민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현실적인 정치 노선을 강조했던 분이기 때문에 정치적 입장의 거리도 둘 사이 멀지 않았을 거 같아요. 물론 예전에 노회찬 대표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사이 큰 강이 흐른다고 했죠. 그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제가 보기에 노회찬과 노무현 사이엔 작은 시냇물이 흐를 거예요.”

-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이 현실정치에서 역사 속으로 들어갈 때가 됐고, 역사 속에서 바르게 평가받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하셨던데 2019년 현재에서 참여정부를 평가하면 어떠세요?

“제가 어제(14일) 강연했는데 제목을 ‘노무현은 실패한 대통령인가?’로 했어요. 그랬더니 노 대통령 좋아하시는 분 중 한 두 분 정도가 주최측에 항의전화를 하신 모양이에요. 그 강연에서 제가 당연히 실패했다고 말할 리는 없잖아요, 그러나 ‘노무현’과 ‘실패’란 단어가 한 문장에 들어가는 자체가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하시는 분들이 있는 거죠. 그 심정 이해하죠.

저는 실패했다고 안 하지만 성공했다고도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2007년 1월에 노 대통령이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신년 연설에서 해요. 뭐냐면 굉장히 인상적인 이야기였던 건데 참여정부를 성공과 실패의 관점에서 보는 식은 틀이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노 대통령은 스스로 실패했다고 하셨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참여정부에 대해 시대적 소명 즉 정치적으로는 지역주의 극복, 참여 민주주의 실현, 한반도 평화 경제 발전과 양극화 해소, 그리고 국가 균형 발전에 대해 최선을 다한 정부였다고 얘기하고 단기적으론 부족함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론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 언제 노 대통령이 그립나요?

“저는 노무현재단 일을 하기 때문에 매일매일 노 대통령과 부딪치고 생각나죠. 저도 재단일 하기 전엔 어쩌다 생각났지만 지금은 당연히 노 대통령과 관련된 생각을 하루 종일 하죠. 요즘 당시의 자료를 찾아보다 보면 저도 5년 동안 청와대에서 같이했을 때 알아채지 못했던 대통령의 생각을 발견할 때가 있어요. 그 당시 노 대통령 어록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하셨었나 하는 것도 있고요. 똑같이 그때 들었던 말씀도 그땐 잘 이해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이해가 되는 것도 있죠. 옛날에 말린 거 많아요. 대연정 말도 안 된다고 하고 취재지원 선진화도 꼭 임기 말 이런 걸 해서 언론과 관계를 악화시켜야겠냐고 반대의견을 말씀드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왜 그분이 그때 그걸 추진하셨을까가 더 깊게 이해 가는 것들이 있죠.”

- 10년 전 노 대통령이 서거하셨을 때 노무현 정신을 말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이사님이 생각하시는 노무현 정신은 무엇인가요?

“이건 사람마다 다를 거예요. 노 대통령의 원칙과 상식을 말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탈권위주의를 말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요. 또 어떤 사람은 노 대통령 정책 모든 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을 텐데 다 일리 있는 얘기죠. 저는 인터뷰에서 눈치 채셨겠지만 노 대통령은 투철한 민주주의자였고 시민 참여 민주주의가 그분의 가장 중요한 철학이자 정신이고 유훈이라고 보지요.”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졌다고 했는데 그걸 해결하는 방법은 시민들의 참여와 비평이기도 하지만 더 좋은 대안적 언론이 많이 만들어지고 활성화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 <GO발뉴스>가 그런 면에서 흔들리지 않고 바른길을 걸어  왔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GO발뉴스> 독자들이 이제는 노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이고 객관적인 평가와 기록을 남기는데 데 한몫을 해 주시면 좋겠어요.”

   
▲ <이미지 출처=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영상 캡처>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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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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