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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사건’ 수사 피했던 ‘밤의 대통령’ 방용훈,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기사승인 2019.05.22  12: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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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수 “조선일보 포함 재벌가 엽기적 사건 처벌 없다면 공동체 붕괴할 것”

“2009년 방용훈 사장에 대한 수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아 당시 부실한 수사 등으로 장자연이 2009년 9월경 ‘조선일보 방 사장’에게 술 접대를 하고 잠자리를 요구받은 사실이 있는지, 그 상대방과 경위, 일시, 장소 등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지난 20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는 20일 ‘장자연 리스트’ 사건 관련 최종심의 결과를 발표하며 이렇게 밝혔다. 재조사를 진행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또 문건 속 ‘조선일보 방 사장’이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아닌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사건 당시 ‘밤의 조선일보 사장’으로 불린 이가 바로 방용훈 사장이었고, 그의 측근이 방 사장을 ‘조선일보 방 사장’으로 말하고 다닌 사실 등으로 추정한 사실이다. 진상조사단은 “장씨가 방용훈을 ‘조선일보 방 사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당시 수사 경찰이나 검사들은 방용훈 사장에 대한 조사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였다. 심지어 당시 검찰은 방용훈 사장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불기소 이유서에 방 사장의 이름을 빼 버렸다. 검찰이 의도적으로 ‘조선일보 방 사장’의 존재가 방용훈 사장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은폐한 것 아니냐는 물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대체가 이런 식이다. 의혹은 증발됐고, 의도적인 은폐가 곳곳에서 포착됐다. 방용훈 사장을 비롯해 장자연 사건 관련 <조선일보>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가 그랬다. 하지만 공소시효는 지났고,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들은 남아 있는 것이 없다. 그리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방용훈 사장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이는 또 있다. 바로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대표의 손위 동서이자 억울하게 죽은 처제 이미란씨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소송전과 언론 인터뷰도 마다 않고 있는 김영수 이스트우드컴퍼니 CEO가 그 주인공이다. <한겨레>가 22일 공개한 김영수씨와의 인터뷰는 ‘조선일보의 권력’과 ‘불법’에 대한 유의미하고 경청할 만한 내용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 <이미지 출처=KBS 화면 캡처>

방용훈 대표의 손위 동서 김영수씨 인터뷰가 가리키는 것 

지난 3월 방송된 MBC < PD수첩 >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편의 여파는 상상 이상이었다. 당시 < PD 수첩 >은 <조선일보> 주식을 10% 넘게 소유한 4대 주주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과 그 자녀들이 고 이미란씨 죽음과 관련해 어떤 폭력 혹은 패륜 행위에 연루됐는지,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는 없는지, 언론이 이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방용훈 사장이 어떤 고압적이고 협박에 가까운 자세를 취했는지를 고발한 바 있다. 

이후 김영수씨는 같은 달 2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방 사장과 방 사장 자녀들을 둘러싼 의혹들을 세세하게 제기하기도 했다. 방 사장 일가가 <조선일보>의 권력을 이용해 어떻게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려 했는지, 또 사건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나 수사기관의 자발적인 축소·은폐는 없었는지, 알려진 사건 외에 또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조선일보> 사주 일가의 전횡은 없는지 등에 대해 알린 김영수씨는 계속 싸워 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조선일보가 검경 인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건 북에서 내려온 간첩도 알고 있을 거다.(방용훈 대표는 방상훈 조선일보사 대표이사의 친동생이자 이 신문사의 4대 주주다.)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조선일보로부터 불이익을 당하는 걸 우려하기도 한다. <한겨레>가 지금 내 말을 인용 보도해서 문제가 생기면 나를 다시 불러달라. 그러면 내가 알고 있는 인사 개입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밝히겠다.”

김영수씨는 앞서 제기된 용산경찰서의 ‘조선일보 집사’ 의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그 집 (방용훈 일가) 사람들은 용산서를 자기네 마당으로 생각했다”며 “이런저런 사고를 많이 쳤는데, 그 뒤를 봐주고 승진한 사람도 있다. 경찰이 조사하겠다고 하면 얼마든지 (실명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녀들에게 학대와 폭행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미란 씨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이 사건을 축소, 자녀들을 강요죄로 기소했다고 주장 중이다. “조선일보의 그런 힘이 어디서 나오냐”는 질문에 김씨는 이런 답을 내놨다.

“조선일보가 힘이 세다고 하는 믿음 자체가 조선일보의 권력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도 죄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1%만 많아져도 그런 믿음은 깨질 거라고 본다. 처제가 이혼하려고 변호사들 찾아다녔는데, 다들 손사래를 쳤다. 심지어 상담 사실도 밝히지 말아달라고 했다. 

조선일보라고 재판 못 걸 게 뭐가 있나. 변호사들이 자신도 기득권 상류층에 속해 있고, 조선일보를 무서워하는 것이 자기 위상에 맞는 행동규범이라고 막연히 믿는 것처럼 보였다. 한마디로 과대망상이다.”

   
▲ <이미지출처=3월5일자, MBC 'PD수첩' 방송 화면 캡쳐>

조선일보를 향한 과한 믿음, “한마디로 과대망상”

<한겨레>에 따르면, 캐나다 시민권자인 김영수씨는 캐나다에 본사를 둔 굴지의 바이오 메디컬 및 금융투자 기업 ‘이스트우드 컴퍼니’의 최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다. 창업 전에는 일본 도요타자동차 부사장 등을 지냈다. 

대만국립대 경제학 석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박사이며, 캐나다 앨버타대 금융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유학 가기 전에는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무부와 상공부, 청와대에서 공직자로 일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학렬씨가 그의 부친이다. 그는 한국의 재벌가에 대해 이러한 진단을 내놨다. 

“산업화 시대의 재벌 1세들은 성실했고, 권력에 아부했고, 직원과 경쟁자와 채권자에게 더없이 잔인했다. 그걸 보고 자란 2세대는 잔인해야 하고, 아부해야 한다는 것만 내면화했다. 3세대에 이르러서는 잔인해야 한다는 것만 남았다. 

한편 할아버지는 신화적 존재가 돼 있다 보니 자기 집안 전체를 신화적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실제로 ‘평민’이라 부른다. 그런데 과거보다 총수 자리를 차지할 확률이 크게 떨어지다 보니 재산 상속에 과도하게 몰입한다. 그래서 3세대 이후는 정체성 혼란이 심각하고 감정적으로도 매우 불안정하다.”

김씨는 언론재벌인 <조선일보> 일가야 말로 재산 상속에 과도하게 몰입하고 자신들을 ‘평민’들과 분리, 자기만의 왕국을 건설하려는 한국형 재벌 일가의 어두운 면을 고스란히 수행 중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었다. 

처제인 이미란씨 사건을 포함해 김씨는 <조선일보> 일가를 포기함, 재벌가 자녀들이 일으키는 일련의 비상식적인 사건을 두고 “이런 엽기적인 일을 저지른 사회 일원을 처벌하고 격리하는 정화 능력이 없다면 한국 사회라는 공동체는 붕괴하고 말 것”이라고 진단했다. 

10년 전 장자연 사건을 수사기관이 제대로 수사했다면 어땠을까. ‘밤의 대통령’이라던 방용훈 사장을, 지금에야 장자연과 수차례 통화하고 만난 정황이 드러난 방정오 전 TV조선 전무를 제대로 수사했다면 조금은 다르지 않았을까. 어머니인 고 이미란씨를 학대하고 폭행했던 자식들도 조심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평민들과 다른 특권을 누린다고 착각하며 법과 수시기관 위를 누빈다고 생각하는 그 재벌가 2~4세들의 비뚤어진 의식에 경종을 울리며 어떤 사회적 경고를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끝나지 않아야 할 장자연 사건의 수사가, 고 이미란씨의 죽음과 방용훈 사장 일가의 일탈과 패륜에 대한 사회적 환기가 맞닿아 있는 건 그래서다. 

   
▲ <이미지 출처=JTBC 화면 캡처>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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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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