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수첩] 극우단체, 광주 한복판서 5.18폄훼.. 시민들, 물리적 충돌 자제 ‘의연 대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망언 의원에 대한 처벌과 5.18진상규명에 관한 약속 없이 기어이 39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황 대표는 광주시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기념식장까지 3분 거리를 30분여 만에 통과했다. 그는 행사시작 직전에야 자신의 이름이 적힌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땀을 닦는 황 대표의 모습을 보면서 한 사진기자는 “대단하다”고 평가하며, 옆 동료에게 “황 대표가 1년치 정치행위를 다 보여줬다”고 속삭였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여 이마에 땀방울을 닦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황교안 대표가 광주의 요구에 답을 내놓지 않고 기념식 참석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12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황 대표는 얻어맞으려고 오는 것”이라며 광주 시민들에게 ‘무시 전략’을 제안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1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어떠한 경우에도 물리적 행사를 하지 말고 이성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국가에 의해, 국민을 지켜야할 군인들의 총칼에 의해, 왜 죽어야하는지 영문도 모른 채 스러져간 희생자들과 부모와 자식을 잃고 형제자매, 친구를 잃은 광주시민들에게만 ‘의연한 대처’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잔인한 일이다. 모든 기록과 증언들이 ‘광주학살’의 주범으로 전두환을 가리키고 있음에도 가해자들은 사과와 반성 없이 오히려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데 말이다.
지난 14일 5.18 관련 단체들은 황 대표에 기념식과 추모행사에 참가하려면 5.18망언 의원에 대한 징계와 진심어린 사과를 먼저 하라고 요구하면서 “이에 대한 확실한 답이 없는 기념식 참석과 참배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묵과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그러면서 “임계점에 다다른 광주시민들의 분노가 어떻게 터져 나올지 모르는 상황임을 분명히 인식”하라고 전했다.
하지만 대규모 경찰병력과 경호 인력의 도움을 받으며 기념식장으로 향하는 황교안 대표에게 광주시민들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저항은 자신들의 몸을 뉘여 기념식장으로 가는 길목을 막는 것뿐이었다.
▲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극우단체 회원들이 광주 금남로공원 앞에서 ‘5.18유공자명단을 공개하라’며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 신예섭 |
극우단체들이 감히 광주 한복판에서 ‘5.18유공자 가운데 가짜 유공자가 있다’고 주장하며, 5.18역사를 폄훼하고 있었지만 일부 광주시민들만 ‘여기서 뭐하는 짓이냐’ ‘부끄럽지도 않나’라고 호통 쳤을 뿐 대부분의 광주시민들은 물리적 충돌을 피하고 의연하게 대처했다.
5.18망언 의원 징계를 미루고 사과 없이 기념식에 참석해놓고 팔을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황교안 대표. “반쪽짜리 기념식을 본 듯하여 씁쓸하다”며 여전히 남 탓하는 나경원 원내대표. “김정숙 영부인이 황교안 대표와 악수를 하지 않은 것이 쳐다보지도, 말을 섞지도, 악수도 말라던 유시민의 지령에 따른 행동”이라며 또 색깔론을 펼쳐든 민경욱 대변인.
“청산되었어야 할 적폐중의 적폐세력이 일시적 지지율 상승에 눈이 뒤집힌 나머지 이제는 숭고한 5.18민중항쟁과 광주를 이념대결의 정치놀이로 농락하고 있다”며 “더 이상 바라만 보지 않을 것”이라는 광주의 경고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미란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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