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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토탈 사고는 ‘단신’ 이재용 행보는 ‘대서특필’

기사승인 2019.05.20  11: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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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주민 320여명이 병원 치료 받는 사고보다 이재용 행보가 더 중요?

“지난해 5월 공식적으로 삼성의 ‘총수’가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근 행보는 메모리반도체나 스마트폰, 가전 등 기존 삼성전자의 주력사업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대신 시스템반도체를 비롯해 인공지능(AI), 5세대(5G) 통신 등 그동안 삼성전자가 부족하다고 평가받았거나 이제 막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새로운 삼성전자‘를 만들기 위해 도전자로서의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오늘(20일) 동아일보 2면에 실린 기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제목은 <AI-시스템반도체 이어 5G… 이재용, 글로벌 공략 직접 뛴다>입니다. 동아일보의 이재용 부회장 일본 행보에 대한 평가는 ‘호평’ 일색입니다. 

   
▲ <이미지 출처=동아일보 홈페이지 캡처>

이재용 부회장 일본 이동통신사 방문…‘엄청난 의미’ 부여하는 언론들

“이 부회장이 일본 현지 이동통신사를 1년 만에 다시 찾은 건 ‘도전자’로서 험지에서 새로운 사업을 키우려는 그의 전략을 보여준다는 평가” “1980년대 초반 메모리사업에 진출해 10년 만에 세계 1위로 도약한 후, 이를 기반으로 TV 시장에서 소니를 제치는 등 ‘산업 전환기’에 과감한 투자를 통해 빠르게 도약했던 ‘성공의 경험’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 등등 동아일보는 이 부회장의 일본 통신회사 방문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큰 의미를 가지는 걸까요? 제가 보기에 ‘단신 정도’로 보도하면 될 사안인데 동아는 사실상 2면 상당 부분을 할애해 관련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 같은 ‘과잉 의미부여’는 동아일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오늘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 대부분이 비슷한 보도 태도를 보였습니다. 대략적인 기사 제목만 한번 살펴 볼까요?

<총수 2년차 이재용, 5G·AI·시스템 반도체 세 축 육성 박차> (국민일보 8면)
<이재용, 日통신사 빅2 찾아 5G 협력 논의> (서울신문 21면)
<미래 먹거리로 ‘삼각축’ 낙점한 이재용… 글로벌 광폭 행보> (세계일보 17면)
<“똑똑, 이재용입니다” 5G로 일본을 두드리다> (조선일보 B1면) 
<이재용 5G 틈새전략…화웨이가 뚫기 힘든 일본 노린다> (중앙일보 E3면)
<애플ㆍ화웨이에 낀 삼성… 이재용, 일본서 5G 선점 나섰다> (한국일보 18면)

서울신문과 세계일보는 삼성전자가 제공한 ‘이재용 부회장의 글로벌 경영행보’ 도표까지 싣는 친절함(?)까지 선보였습니다. 오늘(20일) 전국단위종합일간지 가운데 ‘이재용 행보’ 관련 기사를 싣지 않은 곳은 경향신문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한겨레는 16면 <삼성 이재용, 일본 이동통신사 방문…왜?>에서 관련 내용을 짧게 전하면서도 “최근 삼성바이오 수사가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TF) 윗선을 향하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대법원 선고를 앞둔 가운데 이 부회장이 국외 행보를 포함한 정상 경영 활동을 강조하고 있어 주목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다른 신문들이 ‘이재용 부회장 일본 방문’에 상당한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되는 태도입니다. 

주민 320여명이 병원 치료 받은 한화토탈 공장 사고…주요 신문 ‘단신’ 보도

경제관련 뉴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는 주목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15~17일 도쿄에 머물며 해당 이통사 경영진과 사업 관련 의견을 교환하고, 지난 3월 문을 연 ‘갤럭시 하라주쿠’를 찾아 소비자 반응을 살펴보고 임직원을 격려한”(한겨레) 정도의 행보일 뿐입니다. 

저는 이 정도 행보에 주요 언론이 ‘글로벌 행보’ 운운하며 소개하는 건 ‘과잉 보도’의 전형이라고 봅니다. 백 번을 양보해 보도가치가 있다해도 ‘경제면 단신’ 정도면 충분합니다. 아니면 아예 한겨레처럼 왜 이 부회장이 최근 국외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지를 언급하거나 분석하는 게 온당한 태도라고 생각됩니다. 

오늘(20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보도 가운데 ‘이재용 보도’와 대비되는 사안이 있습니다. 충남 서산 한화토탈에서 이틀 연속 기름증기(유증기)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사안입니다. 

   
▲ 한화토탈 서산시 대산공장에서 유증기가 유출돼 소방당국이 탱크에 물을 뿌려 식히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제공, 뉴시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17일과 18일 두 차례에 걸쳐 충남 서산의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스티렌모노머 등이 포함된 유증기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번에 유출된 유증기는 스티로폼 등 합성수지를 만들 때 원료로 쓰이는 인화성 액체물질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흡입하면 구토와 어지럼증, 피부 자극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번 사고로 현장에 있던 노동자 8명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어지럼증과 구토를 호소하는 주민들도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현재까지 320여 명이 넘는 주민들이 병원 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틀 연속 유증기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주민 320여 명이 병원 진료를 받았습니다. 지난 17일 첫 사고 발생 때 주요 일간지들이 토요일자 지면에 관련 내용을 ‘간단히’ 다룬 건 주말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일정 부분 이해(?)되는 면이라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말 사이에 한번 더 유출사고가 일어났고 피해 주민이 더 증가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당수 언론이 오늘(20일) 지면에 단신 정도로만 보도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한화토탈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두번째 유출 사고의 경우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채, 자체 진화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한겨레) 상황입니다. 

주민 320여 명 피해보다 이재용 ‘일본 방문’이 더 중요한가  

제가 보기에 이번 사고는 대형사고입니다. 하지만 상당수 언론이 이를 ‘단신 정도’로 보도하고 있는 데에는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 ‘대기업이 관련 되어 있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이재용 글로벌 행보’를 대서특필하면서 300명이 넘는 주민들이 피해를 입은 사고를 ‘단신’ 보도하는 건, 정도가 지나칩니다. 특히 ‘이재용 일본 방문’을 2면 상당 부분을 할애해 보도한 동아일보는 오늘 12면 <한화토탈 연이틀 유증기 유출… 320여명 병원 치료>라는 제목으로 단신 정도로 보도하더군요. 

비단 동아일보만 그런 게 아닙니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주요 신문들 제목을 한번 보시죠. 

<연이틀 유증기 유출 주민 깜짝, 충남 한화토탈 공장 가동 중단> (경향신문 12면)
<한화토탈 공장서 이틀 연속 유증기 유출… 320여명 병원 치료> (국민일보 12면)
<한화토탈 이틀 연속 유증기 유출… 주민 320명 치료> (서울신문 11면)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 피해 326명으로 증가> (세계일보 11면)
<서산 한화토탈 또 유증기 유출… 인근주민 등 300여명 병원 치료> (조선일보 10면)
<[경제 브리핑]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로 직원·주민 200여명 치료> (중앙일보 E4면)
<서산 한화토탈 유증기 사고로 주민·노동자 320여명 병원에> (한겨레 12면)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 병원치료 300명 넘어> (한국일보 12면)

제법 많이 보도한 것 같지만 ‘한걸음 더 들어가보면’ 축소보도가 대부분입니다. 오늘 ‘경제섹션’에서 이재용 행보를 주목한 중앙일보는 ‘한화토탈 사고’는 말 그대로 단신으로 보도했고, 조선과 동아일보 역시 ‘단신성 보도’를 했습니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정도를 제외하곤 단신보도에 그쳤습니다. 

이번에 유출된 유증기를 흡입하면 구토와 어지럼증, 피부 자극 등을 일으킬 수 있는데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320명이 넘습니다. 그런데 그런 ‘대형사고’를 이른바 주요 언론은 ‘단신’으로 보도합니다. 

그래서 이른바 주요 언론에 묻습니다. 300명이 넘는 주민들 피해보다 이재용 ‘일본 방문’이 더 중요한가요? 제가 보기에 여러분들이 보도한 지면을 보면 ‘그렇다’라고 답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고발뉴스_민동기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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