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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로드’ 류송희 PD “아리랑은 우리 민족에게 큰 선물”

기사승인 2019.04.09  17: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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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 GO 인터뷰 325] <아리랑 로드>의 류송희 KBS PD

3.1운동 100주년 특집 다큐 <아리랑 로드> 3부작이 지난 3월 29~31일 방송되었다. 1부 ‘유랑의 아리랑’ 2부 ‘전쟁과 평화’ 3부 ‘아리랑, 꽃 피다’로 구성된 <아리랑 로드>는 갈피마다 민족사의 희로애락이 묻어있고 전 세계로 흩뿌려진 한민족 고난과 극복의 노래, 아리랑을 찾아가는 다큐멘터리다.

<아리랑 로드> 제작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특집 다큐 <아리랑 로드>를 기획한 류송희 KBS PD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류송희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아리랑 로드'의 류송희 KBS PD <사진=KBS 홍보실 제공>

“양방언 함께 작업…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 재일교포와는 다른 아픔”

- 3.1운동 100주년 특집 다큐 <아리랑 로드> 3부작이 지난 3월 29~31일 방송되었어요. 마치신 소회가 있을 것 같은데.

“<아리랑 로드>는 1년 정도 시간이 걸렸거든요. 다큐멘터리라는 건 제작 기간이 길고 여러 나라를 다녀야 하는 과정을 제가 팀장으로서 지켜봤는데요. 1년 동안 전 세계를 다니면서 취재하고 방송을 한 것 자체로도 뭔가 해낸 거 같은 생각이 들어요.” 

- 반응이 있나요?

“아리랑은 노래잖아요. 그래서 프로그램 전에 노래를 조금씩 들려주는 거죠. 말하자면 KBS 방송의 아이디라고 하거든요. 채널 아이디라고 채널 성격을 알려주는 짧은 30초 정도 아이디에 1, 2, 3부의 가장 하이라이트 장면의 아리랑을 만들어서 선 공개를 했어요. 그것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아리랑이 어떤 노래인지 느껴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반응들이 있었어요.” 

- 아리랑에 주목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원래 정선군에서 먼저 작업하자고 왔었어요. 정선군은 아리랑이 지역의 대표적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아리랑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거든요. 정선에 아리랑 전문가가 계세요. 진용선 선생님이신데 아리랑 박물관장이시죠, 진용선 선생님께서 연구해 오신 결과들을 <아리랑 로드>란 책으로 발간하셨어요. 그 후 정선군에서 영상화를 계획하고 KBS를 찾아온 것이죠. KBS도 아리랑 다큐멘터리를 많이 제작했지만 아리랑이 해외로 나간 길을 찾는 다는 아이디어는 신선하기도 하고 좋은 정보로서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 제작을 결정했어요.” 

   
▲ <이미지 출처=KBS ‘아리랑 로드’ 화면 캡처>

- 이전에 아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아리랑은 너무 익숙해서 이야기하는 게 흥미 없잖아요. 기자님도 아리랑으로 뭘 한다면 다 아는 얘기 아니냐고 하시지 않겠어요? 그러나 <아리랑 로드>는 우리 안에 있는 아리랑 말고 다른 나라에 사는 우리 민족에게 아리랑은 어떤 노래일까에 대한 이야기예요. 어떻게 보면 디아스포라 아리랑이죠. 어떤 이유로든 나라를 떠난 사람들이 자기 조국이 아닌 데에서 겪는 어려움은 또 다른 어려움이잖아요. 가보니 그런 어려움이 녹아있는 아리랑이더라고요. 아리랑이 다른 아픔을 담고 있다는 것, 취재하며 많은 걸 알게 됐죠.” 

- 내레이션을 배우 김갑수 씨가 하셨던데.

“저희가 내레이션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음악이 많이 나오다 보니 누가 내레이션하면 좋을까에 대해 고민이 깊었어요. 다큐멘터리의 완성은 내레이션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에 많이 고민하거든요. 고민 끝에 김갑수 선생님의 목소리가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기도 하고 또 배우의 연기로써 우리 민족의 아픔을 제대로 느끼고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만장일치로 김갑수 선생님에게 부탁드렸죠.” 

- 김갑수 선생님께 제의하니 어땠어요?

“기획안 보시고 좋아하시며 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사실 김갑수 선생님이 시간적 여유가 없으셨어요. 드라마와 영화가 새로 들어가는 와중에도 하고 싶어서 주말에 오셔서 더빙하셨어요. 더빙하시면서 아리랑 로드라는 게 진중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걸 깨달으신 거예요. 이런 걸 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며 저희에게 감사하다고 하셨어요.” 

-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양방언 씨가 아리랑 로드를 가는 콘셉트 같은데 양방언 씨와 어떻게 함께하게 되었어요?

“정선군과 양방언 선생님은 이미 5년 전부터 아리랑으로 함께 작업하고 있었어요. 정선군에서 <아리랑 로드>의 음악을 양방언 선생님이 담당하면 어떻겠냐고 했고 저희는 좋다고 했죠. 양방언 선생님은 아리랑 많이 작곡하셨고 평창 올림픽 때도 음악감독이셨잖아요. 무엇보다 자신도 디아스포라죠. 제주도와 신의주, 남과 북이 고향인 부모님 세대부터 조국을 떠나 일본에 살고 있는, 말하자면 경계인이죠. 아리랑을 많이 작곡했지만 이번에는 자기가 직접 다른 디아스포라들을 만나보고 싶고 느끼고 음악 만들고 싶다고 하셨어요. 같은 민족이잖아요. 중앙아시아 사는 고려인들은 재일교포와는 다른 아픔을 가지고 사는 거예요. 그들을 만났을 때 예술가는 다른 걸 느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양방언 선생님께서 고려인들의 강제이주 초기 정착지인 카자흐스탄의 바스토베 언덕을 꼭 가시면 좋겠더라고요. 그래야 제대로 된 음악이 나올 거 같았어요. 그래서 같이 갔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어요. 양 선생님이 정말 많은 걸 느끼셨어요. 많은 게 본인에게 왔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 <이미지 출처=KBS ‘아리랑 로드’ 화면 캡처>

- 2부엔 안 나오시던데.

“양방언 선생님은 <아리랑 로드>의 내레이터나 진행하는 역할이 아니라 음악을 담당하시면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에만 출연하시는 것으로 정했어요. 보통의 다큐멘터리 진행자역할은 아니죠. 그래서 전쟁과 관련된 2부는 음악만 담당하시고 1부와 3부에는 출연하신 거죠. 1, 2, 3부 전체 진행자로 나오는 것은 본인에게 무겁다고 하셨어요. 역할 조정한 거예요.” 

- 1부 ‘유랑의 아리랑’ 2부 ‘전쟁과 평화’ 3부 ‘아리랑, 꽃 피다’로 구성했잖아요. 이렇게 구성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아리랑이 퍼져나간 건 19세기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주하는 일이 생기고부터였어요. 왜냐면 19세기 말부터 나라의 근간이 흔들렸잖아요. 그다음 일제 강점기를 겪고요. 나라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나라를 떠나요. 그래서 세기별로 나누었어요. 19세기 가장 많이 간 곳이 중국과 러시아예요. 중국에서는 아리랑이 거기서 머물렀어요. 그러나 러시아에서는 고려인들이 연해주에서 강제로 이주당해서 중앙아시아로 간 거예요. 아리랑이 멀리 가게 된 거죠. 19세기 아리랑은 유랑한 거죠.

20세기에는 전쟁 때문에 아리랑이 퍼져 나갔어요. 어떤 전쟁이냐면 1, 2차 대전이 벌어졌잖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제 강제 징용으로 태평양에 갔고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들과 위문 공연 왔던 음악가들이 멜로디를 듣고 본국으로 돌아가서도 아리랑 기억한 것이죠. 의미 있게 봤죠. 전쟁으로 인해 아리랑이 퍼져갔는데 가서는 위로의 노래, 평화의 노래, 행복의 노래가 된 거죠. 그것도 큰 주제죠. 그다음 21세기인 지금은 한류 때문에 아리랑이 펴져 나갔죠.

다른 한편으로 나윤선이라는 가수와 신현준이라는 피아니스트가 유럽과 남아 에리카에서 또 다른 아리랑을 만들어 내고 있더라고요. 양방언 선생님은 중앙아시아에 가서 새로운 아리랑을 만들어 왔잖아요. 세 가지가 다 꽃으로 피는 거죠.” 

- 외국에서 아리랑은 어떤 평가를 받나요?

“첫 번째로 신기한 게 아리랑을 들은 사람은 금방 기억해요. 그리고 자기 머릿속에 아리랑이 떠돈대요. 그래서 많은 음악가가 아리랑을 실제적으로 부르고 연주해요. 쉬운 멜로디의 노래인 거 같아요. 가사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이게 고난의 노래라는 걸 알아요.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진짜로 사랑 노래인 줄 알아요.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10리도 못가서 발병난다’라고 하잖아요. 그게 이별노래로 해석하기도 하죠. 제가 가장 놀란 건 나윤선 씨가 프랑스에서 아리랑 부르는 데 서양 사람들이 울더라고요. 이유는 저도 모르고 나윤선 씨도 모르는데 처음 듣는 사람도 가슴 속의 뭔가를 건드리는 노래인거 같아요.”

   
▲ <이미지 출처=KBS ‘아리랑 로드’ 화면 캡처>

“나라를 잃어본 사람은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닫게 돼”

- 아리랑은 한민족의 한이 서려있다고 하잖아요. 근데 외국인도 아리랑에 공감하는 부분이 신기하던데.

“그렇죠. 신기하죠.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들이 60여 년 전에 들었던 아리랑을 기억하고 심지어 안 잊어버리려고 녹음하는 분도 있잖아요. 가사 내용은 잘 모를 거예요. 근데도 계속 부르고 들으면 좋다는 거예요. 그러니 신기하죠.” 

- 티니안섬의 마쓰모토로 창시 개명한 교포들 사는 이야기도 담으셨던데.

“그 사람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전쟁 피해자들이죠. 일하러 갔지만, 전쟁에 휘말린 사람들이잖아요, 그러나 거기서 어떻게든 한국인인 걸 잊지 않고 살려고 한 게 정말 눈물겹더라고요. 2부에서 전경운 씨의 일기를 보면 알겠지만, 한글이 잘 기억 안 났나 봐요. 자신이 일본어만 써서 한국어가 잘 안 된다고 써놓았어요. 그 일기가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는데요. 언어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과 고국에 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어요.”

- 작곡가 신현준 씨도 나오던데.

“신현준 씨는 이미 아리랑 뮤직비디오를 제작해서 멕시코에서 유명해진 피아니스트예요. 멕시코 한국 문화원과 신현준 씨가 지속적으로 아리랑 작업하는 걸 알고 취재를 하게 됐죠.” 

- 유순애 할머니는 돌아가셨나 봐요?

“맞아요. 저희가 취재한 다음에 돌아가신 거 같아요. 마음이 아프죠. 멕시코 이민사가 더 마음 아프거든요, 구한말에 가면 큰 돈 벌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천여 명이 멕시코에 갔어요. 계약 때문에 4년 동안 강제 노동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굉장히 고생했죠. 에네켄이라는 밧줄 만들 때 사용하는 식물을 재배하는 농장에서 비참한 생활을 해야 했어요. 하와이에도 이민이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본국과 연락하고 한국에서 결혼하려 ‘사진신부’들이 와서 민족의 혈통을 잇고 있었죠. 멕시코는 한 번의 이민 이후에 본국과의 연락이 끊겼고 멕시코의 황량한 지역에 고립됐어요. 정말 서럽게 사신 분들이에요. 본국에서 신부를 구할 수 없어서 2세들은 원주민과의 혼혈인들이 많아요. 우리말도 잘 모르고 아리랑도 잘 모르죠.

유순애 할머니는 한국인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사신 분이었어요. 잘 기억나지 않는 아리랑을 불려주시고 연주회도 용기를 내서 나와 주셨는데 돌아가셔서 정말 슬펐어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이미지 출처=KBS ‘아리랑 로드’ 화면 캡처>

- 외국에서 외국인이 부르는 아리랑은 어때요?

“미군이 부르는 아리랑은 한국 사람에겐 고마운 느낌 아닐까요? 우리의 노래인 아리랑을 열심히 불러주는 거잖아요. 다른 곳도 아니고 미국의 군대에서 한국전쟁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보였어요. 전쟁을 기억하고 잊지 않으려는 노력은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왜냐면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면 안 되기 때문이에요. 그런 메시지를 담은 아리랑 같아서 노래가 큰 역할 한다는 걸 느꼈죠.”

- PD님에게 아리랑은 무엇인가요?

“뭐라고 설명하기는 어려울 거 같아요. 근데 정말 좋은 노래라는 생각은 들어요. 우리가 이런 아리랑을 가지고 있다는 게 어떻게 보면 큰 선물 가지고 있는 민족 같아요. 왜냐면 한국 사람은 아리랑 다 같이 부를 수 있잖아요. 한민족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아리랑이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인 거 같아요.” 

- <아리랑 로드>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아리랑 로드>가 전하는 메시지는 우리에게 ‘나라’는 공기처럼 존재하기 때문에 고마운 걸 잘 모르지만, 나라를 잃어본 사람은 나라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히 깨닫게 된다는 것이에요. 돌아갈 고향이 없으면 사람은 엄마가 없는 것과 같다는 의미죠. 자기가 기댈 수 있는 나라가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어요.”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아리랑 로드>는 다시 보기로 볼 수 있으니 언제든 봐주시고 공영방송 KBS가 항상 좋은 콘텐츠를 발굴하고 기록해서 시청자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KBS 3.1운동 100주년 특집 ‘아리랑 로드’> 보러가기

이영광 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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