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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대변지’로 나선 언론들

기사승인 2019.04.09  11: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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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경영권 승계 난항? … 왜 언론이 나서 한진 일가 경영권을 걱정하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폐질환으로 별세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이 글이 다소 ‘불편하게’ 여겨질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대한항공 측이 밝힌 조 회장 별세와 관련한 ‘입장’이 잘 이해가 안 가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조 회장 ‘개인’이 아니라 ‘그런 맥락’에서 대한항공 측에 문제제기 하는 차원임을 밝힙니다. 

조 회장 별세와 관련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회장이 폐질환이 있어 미국에서 치료를 받다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다.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직을 박탈당한 데 따른 충격과 스트레스 때문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 한진그룹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미국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향년 70세. 한진그룹 관계자는 "폐질환 지병이 있었고 완전히 회복됐었지만 다시 안 좋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한진그룹 제공, 뉴시스>

조양호 회장 별세와 관련한 대한항공 ‘관계자’의 발언…얼마나 사실에 부합할까

이 ‘관계자’의 발언은 어제와 오늘 상당히 많은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됐습니다.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말이죠. 

조선일보는 오늘(9일) 사설 <조 회장 급서, ‘적폐 청산’ 희생자 몇 명째인가>에서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반대로 등기이사직을 박탈당한 뒤 병세가 급속히 악화됐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그는 지난달 말까지 수시로 회사 업무 보고를 받을 정도의 건강 상태를 유지했다고 한다. 그래서 급작스러운 죽음이 더욱 충격적”이라고 했습니다. 

대한항공 관계자가 밝힌 ‘입장’은 의심받을 여지가 없는 ‘객관적인 사실’일까요? 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당장 오늘(9일) 한겨레가 사설에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요. 저는 이런 비판이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대한항공은 ‘관계자의 입’을 통해 ‘조 회장이 폐질환이 있어 미국에서 치료를 받던 중 대한항공 주총 결과 이후 사내이사직 박탈에 대한 충격과 스트레스 등으로 병세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론에 흘렸다. 외국에서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병세가 위중했다면 마땅히 이사진을 비롯한 주변에서 이사 연임 시도를 말렸어야 했다. 이제 와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

사실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LA에 머물며 수술을 받고 부인과 차녀의 간병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정도 상황이라면, 본인 스스로 이사 연임에 나서지 않던가 아니면 한겨레가 지적한 것처럼 “이사진을 비롯한 주변에서 이사 연임 시도를 말렸어야 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고 대한항공 측은 어제(8일) ‘언론플레이 성격’이 짙은 입장을 ‘관계자’를 통해 언론에 밝혔습니다. 상당수 언론이 이를 받아 썼습니다. 

물론 대한항공 입장을 받아 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입장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등은 ‘분석 또는 해설기사’ 혹은 ‘사설·칼럼’ 등을 통해 지적하는 게 언론으로서 온당한 태도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균형을 갖춘 언론’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극히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 상당수 언론이 마치 ‘대한항공 대변지’로 나선 느낌입니다. 

한진그룹 일가 경영권을 왜 언론이 나서서 걱정할까 

더 심각한 것은 이른바 대항항공 경영권 향방과 관련한 언론의 보도입니다.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는데 총수 일가라는 이유만으로 ‘경영권 승계’를 하는 게 온당한가요? 언론이라면 당연히 이런 부분을 ‘공정하게’ 따지고 검증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상당수 언론이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으로 ‘경영권 승계’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일부 신문이 보도한 내용 잠깐 보겠습니다. 

   
▲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뉴시스>

“경영권 승계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조 회장이 급작스럽게 타계하면서 한진그룹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 지배 구조가 취약해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이 가속화되면 경영권 향방이 안갯속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일보 3면 ‘한진그룹 승계 준비 안됐는데 반대측은 지분 더 늘려… 경영권 비상’) 

“문제는 지분 상속에 필요한 현금을 마련할 통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오너 3세들은 한진칼에 대해 각각 2%대, 총 6.95%의 지분만 갖고 있다. 만일 이들이 현금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면 한진칼 주식을 대납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약화된다. 

한진그룹을 공격하고 있는 행동주의펀드 KCGI가 이미 한진칼 지분을 13.47%까지 늘린 점도 불안 요인이다. 이번에 조 회장의 대한항공 경영권 박탈에 기여했던 국민연금공단의 지분 6.64%까지 합하면 비우호 지분은 20.11%까지 높아진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한진칼 주총과 2021년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 (동아일보 2면 ‘3세 경영체제 2000억 상속세가 관건… 한진그룹 경영권 영향은’) 

이들 신문은 ‘경영권 승계는 당연한 것인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당혹스럽다’ ‘막대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자칫 조원태 사내이사 재선임이 불투명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자질과 능력 없는데 총수 일가라는 이유로 경영 맞는 게 온당한가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경영성과가 뚜렷하지 않다거나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지는 않습니다. 자질과 능력이 없는데도 총수 일가라는 이유만으로 경영을 맡는 게 온당한 것인지 역시 묻지 않습니다. 

한겨레가 사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지금 한진그룹에 필요한 것은 대대적인 경영 쇄신”입니다. “사내외적으로 신망을 받는 전문경영인에게 책임을 맡겨 ‘오너 리스크’를 해소하고 기업을 정상화할 때”입니다. 

최근 발생한 대한항공 ‘오너 리스크’를 기억하고 있는 언론이라면 당연히 이런 부분을 지적하면서 대한항공 측에 현명한 판단을 요구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런 언론’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진그룹 일가보다 더 이들의 경영권 방어를 걱정하는 언론이 많은 현실 – 참 씁쓸합니다. 

   
▲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사진제공=뉴시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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