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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최순실 사태 낙종은 KBS 뉴스 시스템 문제”

기사승인 2019.03.25  14: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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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 GO 인터뷰 318] 복진선 KBS 진실과미래추진단장

KBS 진실과미래위원회(이하 진미위)는 지난 2016년 최순실 사태에 대한 KBS의 낙종은 보도 본부 일부 간부진의 고의적 무시 때문이라고 조사 결과를 14일 밝혔다.

진미위는 최순실 사태 관련 보도 1400건을 분석한 결과 낙종 및 부실 보도가 광범위하게 나타났고, 이로 인해 KBS 신뢰도와 경쟁력에 타격을 가했다고 결론을 냈다. 또한 이런 결과가 나온 원인으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원인으로 책임자의 고의적 무시와 무능뿐만 아니라 △보도본부 취재 시스템 작동 실패 △기자협회의 역할과 한계 △기자들의 취재 의욕 상실 △학습된 무기력 등을 꼽았다. 

조사 결과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복진선 KBS 진실과미래추진단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복진선 단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복진선 KBS 진실과미래추진단장 <사진=이영광 기자>

“큰 줄기 사건 발생하는데 뉴스 못 따라가고 손 놓은 상황”

- 지난 14일 2016년 KBS의 최순실 낙종 사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어요. 소회가 궁금합니다.

“언론사가 잘못한 거잖아요. 권력의 잘못된 부분을 감시하고 권력과 유착된 민간인이 국정에 개입해 농단한 사태를 가장 큰 언론사에서 그걸 감시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 있죠.” 

- 이번 발표에 대해 KBS 내부에선 어떤 의견이 있나요?

“아직 내부에서 크게 반응이 있는 건 아닌데 회사 경영진이나 관련자들은 아주 심각한 경고나 실패 사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최순실 낙종 사태에 주목한 이유가 있을 거 같아요.

“지난 권위주의 정권 10년 동안 KBS 뉴스와 프로그램이 친정부적이라거나 정권의 나팔수라는 소리도 들었어요. 저희는 저희 뉴스의 권력 감시기능이 마비되어 뉴스 조직이 급속히 분열과 분해되며 뉴스 기능을 상실한 대표적인 소재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보도라고 봤어요. 그래서 최소란 왜 그렇게 됐는지는 알아봐야 한다는 생각에 주목하게 됐죠.” 

- 조사 언제부터 하셨어요?

“작년부터 준비는 했지만, 본격적인 건 3~4개월 동안 조사했어요.” 

   
▲ <사진출처=미디어몽구 영상 화면캡처>

- 어디에 중점을 두었어요?

“중점을 두기보다 전체적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인을 하고 어느 부분에서 누가 잘못해서 벌 받아야 한다가 아니라 어느 부분에서 저희 구성원들과 조직이 제대로 역할 못했나를 찾아내는 데 집중했죠.” 

- 이번 조사에서 최순실 국정 농단 관련 보도 1400건을 분석하고 관련 증언을 듣고 증거를 수집했잖아요. 자료가 많은데 힘들지는 않으셨어요?

“수많은 자료가 있는데 하나는 저희 뉴스가 어떻게 변하는 지 기자의 취재와 데스킹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포함해서 전체 기사 이력을 봐야 하거든요. 그리고 다른 언론사가 어떻게 보도했는지를 봐야하는 데 그 양을 조사하고 분류하고 분석하는 데 힘이 많이 들었죠.”

- 가장 충격적인 건 뭐였어요?

“저희가 전체적으로 무기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거죠. 즉 이런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항상 있거든요. 그런 걸 확인 했을 때 충격이나 두려움도 있고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저희는 임시조직이라 한계가 있어요.” 

- 최순실 농단 사건에서 KBS 보도본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고 지적하셨는데 근거는 무엇인가요?

“KBS 보도본부는 간부진과 밑의 취재진이 분리된 상태가 되어버렸어요. 즉 간부들은 현실적인 상황 전개에 공감을 못 하고 취재기자들은 그런 상황 속에서 자기들이 해야 할 취재 활동을 실제로 방해 받거나 간부는 간부대로 취재 기자는 기자대로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나중에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뉴스가 그걸 못 따라가는 상황이 돼버린 거죠, 그게 사실상 큰 줄기 사건들이 발생하는 데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사실상 손 놓게 된 상황이 된 거죠.” 

   
▲ 박근혜 대통령 ‘인터넷 방송 인터뷰’ 받아쓴 KBS(2017/1/25) <이미지 출처=민주언론시민연합>

“지금 상황은 제가 잘 모르겠어요. 왜냐면 제가 밖에 나와 있잖아요. 그러나 예전보다 활력 있게 돌아가는 거 같아요. 제대로 방향을 잡고 그거에 따라 취재 기자들이 열심히 일하면 좋아지겠죠. 지금도 외부 평가는 좋아지고 있어요.” - 지금은 어떤 거 같아요?

- 조사 보고서엔 실명으로 하지 않으셨던데 이유가 있나요?

“보고서 자체에 개인이 경험했던 공적인 것도 있지만 사적인 거도 나와 있으니까요. 최소한의 정보 제공자나 이거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실명 표기를 하지 않았죠.” 

- 그러나 문제 일으킨 사람들은 실명 공개해야 하지 않나요?

“그런 경우 그 사람 혼자 했다고 보기 힘들거든요. 저희는 보도본부 조직 전체가 아노미 상태에 빠진 거고 한쪽에서는 그 당시 상황에 공감 못하는 지도부와 지도부에서 내려오는 현실에 공감하지 못하는 취재지시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기자들 사이의 조직적 문제라고 보는 거예요. 개인이 이름 적고 하는 건 저희 볼 때 반드시 해야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거죠. 공적 책임질만한 사람들은 유추가 가능해요. 그리고 최종 보고서를 공개하려면 위원회 의결이라는 과정이 남아있어요.” 

- 이건 계속 남을 거잖아요. 그럼 누가 했는지를 밝히는 게 낫지 않나요?

“저희 판단으로 실명으로 하든 안 하든 큰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왜냐면 누구든지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알고 뉴스라는 건 개인이 자잘못을 따지는 것도 있지만 이건 전체적으로 이런 일이 이렇게 벌어졌다고 이야기하는 거거든요. 한 가지 사건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게 아니에요. 거기에는 수많은 사람이 투입되고 관여하고 관련되어 있고 하니까 그걸 누구 특정해서 문제 일으킨 사람이라고 하기가 쉽지 않은 게 있어요.” 

- 최순실 낙종 사태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보십니까?

“최순실 국정농단의 낙종은 이미 예견됐다는 거죠. 누구나 모르고 있었지만 이미 구조적으로 그렇게 진행돼 왔고 또 이런 일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 과연 이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리고 다시 저희가 정상적인 언론기관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폭넓은 고민이 필요한 거죠, 그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봐요. 저는 이런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그건 제 차원에서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건 회사에서 강구하고 고민하고 계속 연구해야 할 부분이죠. 이런 위험이 있다고 얘기할 수 있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뭘해라라고 말할 수는 있는데 저에게 뭐가 답이냐고 물으면 저도 잘 모르죠. 알 수가 없잖아요.” 

“재발방지 위해 시스템적으로 고민‧연구해서 시행해야”

- 2016년 당시 각 언론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보도가 이어질 때 KBS 내부 분위기는 어땠어요?

“그땐 서로 체념하는 거죠. 냉소적이고요. 이미 권력 감시라든지 언론 독립성 부분에서 심각한 훼손을 입은 상태기 때문에 그땐 냉소주의나 비관론이 굉장히 강했죠.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이러면 안 되겠다는 게 있었고요.” 

- 해결책으로 KBS 사장이 직접 보도본부에 경고해 재발방지 등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던데 문제는 그때 보도본부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대책 마련으로 충분할까요?

“이건 대책이 아니라 권고예요. 첫 번째 대책은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는 거고 두 번째는 이렇게 됐는데 이걸 그냥 놔둘 수 없다는 거예요. 그럼 사장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도본부에 권고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건 일종의 엘로우 카드를 드는 거고 실제적으로 중요한 건 재발방지를 위해서 시스템적으로 고민하고 연구를 해서 시행해라는 게 저희가 할 수 있는 거죠.” 

   
▲ 최순실 청문회 보도하면서 국회만 비판한 KBS(2016/12/15) <이미지 출처=민주언론시민연합>

- 그러나 사람이 바뀌었잖아요.

“제가 말씀드리는 건 사람의 문제도 있지만, KBS 보도본부라는 국민들이 만들어준 조직의 문제라는 거예요. 특별 개인에게 권고나 징계하려면 사규를 봐야 하는데 저희 회사 사규는 이런 걸 가지고 징계하거나 할 수가 없고 그게 큰 의미도 없어요. 가장 중요한 건 보도본부가 정신 차려야 해서 사장께 권고하라고 한 거죠. 받아들여질지는 몰라요.” 

- 그럼 그 당시 누가 보도본부 있더라도 똑같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예를 들어 이영광 기자가 인터뷰 했는데 그게 잘못됐다고 처벌할 수는 없잖아요. 그 사람들도 그건 마찬가지예요. 의도적으로 돈을 받고 기사를 썼다든지 권력의 대가를 받고 뭘 했다면 처벌되겠죠. 근데 이 사람들이 자기는 이게 맞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갔다고 하면 무능하고 할 수는 있어도 그게 범죄라고 얘기할 수는 없잖아요.

사람들은 개인 처벌하는 걸 좋아하잖아요. 그럼 빛도 나고 개인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주면서 할 수도 있지만 저희가 보기에 중요한 건 뉴스시스템이 실패했다는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인데 뉴스 시스템이 실패하지 않도록 뭔가를 만들어 내야죠. 거기서 사람들은 그 당시 보도본부 수뇌부를 처벌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처벌할 수 있을까요? 뉴스 잘못했다는 이유로 처벌하면 더 큰 문제 아닌가요? 뉴스를 의도적으로 특정 목적을 가지고 뉴스를 팔아먹었다든지 돈 받고 제공했다든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개인을 꼭 집어서 뭐라고 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요.

그리고 그거에 대해 도덕적으로나 저널리즘적으로 비난이나 비판할 수 있지만 누가 벌을 받아야 한다고 못 해요. 저희가 보기엔 가장 중요한 게 보도본부라는 자체의 뉴스 시스템이 전혀 작동 안 했고 그럼 어떻게 할 것이냐죠.”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사실 대단히 중요한 조사거든요. 언론계에 굉장히 드문 사례인데 이걸 바탕으로 대책을 세워야죠. 가장 충격적인 건 이런 문제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나 그렇지 않도록 우리가 지혜를 모으고 서로 노력해 나가며 좀 더 좋은 방송과 뉴스를 하도록 해야죠. 그렇게 되겠죠.”

이영광 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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