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읽기] 경향 서울 한겨레는 ‘말장난’으로 강도 높게 비판…국민·세계일보도 침묵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3일 ‘반민특위로 국민이 분열했다’는 발언과 관련해 ‘제가 비판한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반문특위’‘라는 해명을 내놨다. 해방 직후 친일 청산을 위해 설치됐던 반민특위의 역사적 의의를 망각한 채 국론 분열만 불러왔다는 발언이 거센 비판을 부르자 이를 교묘히 빠져나가려는 황당한 해명이다. ‘반문특위’란 게 무얼 말하는지 명확히 알 수 없지만, 나 원내대표는 이런 식의 말장난으로 부박한 역사인식을 가리려 해선 안 된다.”
오늘자(25일) 한겨레 사설 <‘반민특위’ 아닌 ‘반문특위’를 비판했다는 나경원의 말장난> 가운데 일부입니다. 사실 나경원 원내대표 ‘반민특위 발언’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안입니다. 당시 발언이 방송사 화면에 정확히 ‘잡힌’ 데다가 맥락상 앞뒤를 살펴도 ‘반민특위’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 <이미지 출처=한겨레신문 홈페이지 캡처> |
‘말장난’ ‘반민특위 희화화’ 등 일부 언론도 일제히 비판
JTBC는 어제(24일) <뉴스룸> ‘비하인드 뉴스’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최초 발언의 맥락을 쳐다봐도 1948년의 반민특위가 맞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 해명대로 다시 한 번 해석을 해 보시면 좀 더 쉽게 이해가 될 텐데요. 보신 것처럼 애초 발언에서는 해방 후에 반민특위로 인해서 국민이 분열됐다라고 했습니다.
오늘 해명을 넣어보면 해방 후에 반문특위로 인해서 국민 분열이 됐다, 이 말이 맞으려면 이 문장 앞에 있는 해방은 해방이 아니라 지금이라고 바꿔야 되겠죠. 지금 반문특위로 인해서 국민이 분열됐다라고 볼 수밖에 없다라는 것이죠.
만약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려고 했다면 이렇게 얘기를 해야 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지금 보시는 것처럼 반민, 반문, 한 글자 차이밖에 안 된다고는 할 수 있지만 상당히 헷갈리기 힘든 수준이다라는 비판들이 나오는 것입니다.”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
나경원 의원의 해명을 그대로 가져오면 ‘해방 후에 반문(재인)특위로 인해 국민 분열이 됐다’는 얘기인데, 이게 말이 되는 설명일까요? 반문특위라는 말도 생소하거니와 백번을 양보해 그걸 인정한다 해도 ‘해방 후’와 ‘반문특위’는 연결될 수가 없습니다. 맥락상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내용을 제1야당 원내대표가 해명이랍시고 버젓이(!) 페이스북에 공식적으로 밝힌 것 자체가 저로선 충격입니다.
오늘(25일) 일부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이 나경원 원내대표 해명을 비판하고 나선 이유입니다. 대략 한번 볼까요.
<나경원 “반민특위 아닌 반문특위 비판”> (경향신문)
<나경원 ‘반민특위 희화화’ 또 물의> (서울신문)
<나경원 “반민특위 아닌 ‘반문특위’ 비판”…반성커녕 또 궤변> (한겨레)
<‘반민특위’ 아닌 ‘반문특위’를 비판했다는 나경원의 말장난> (한겨레 사설)
이게 전부입니다. 사실 나 원내대표의 ‘해명’ 못지않게 저에게 충격(?)을 준 것은 이른바 ‘주요 일간지’들이 이 문제를 거의 외면했다는 점입니다. 제1야당 원내대표라는 지위와 역사의식을 망각한 발언의 심각성 등에 비춰봤을 때 제대로 된 사과와 해명이 나와야 하는 게 상식이죠.
하지만 나 원내대표의 해명은 ‘애초 발언의 심각성’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변명으로 일관했습니다. 반민특위에 대한 ‘제1야당 원내대표’의 인식수준이 이 정도라면 역사왜곡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일본 정부를 과연 우리가 제대로 비판할 수 있을까요? 저는 어렵다고 봅니다. 언론이 이 문제를 주목해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조중동 ‘나경원 반민특위 궤변’ 일제히 외면…국민·세계일보도 침묵
하지만 오늘 지면에서 조중동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궤변’에 대해 일제히 침묵했습니다. 국민일보와 세계일보 역시 이 사안을 지면에서 다루지 않았습니다.
한국일보는 <한국당 투톱의 ‘거칠어진 입’ 왜?… 지지율 상승에 ‘文정부 실정’ 영향도>(4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슬쩍 언급하긴 했지만 별의미 없는 내용이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다음과 같은 부분만 기사에서 소개됐기 때문입니다.
“독설이 ‘도넘은 발언’으로 이어지면서 역풍을 부르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국민 분열’ 발언에 한국독립유공자협회장을 지냈던 101세 독립유공자 임우철 애국지사가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반민특위의 숭고한 활동을 왜곡하고 독립운동가와 후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 나경원은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한 게 대표적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나 원내대표는 23일 페이스북에 ‘연로하신 독립운동가께서 국회에 직접 발걸음 하도록 한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제가 비판한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색출해 친일수구로 몰아세우는 2019년 반문특위’라고 해명했다.”
‘역풍을 부르기도 했다’는 정도로만 언급하고 나 원내대표의 해명이 적절했는지는 따지지 않습니다.
제목도 ‘거칠어진 입’이라니요? 제1야당 원내대표가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발언을 했는데 언론이 이를 ‘거칠어진 입’이라는 제목으로 뭉뚱그리는 것도 비판을 희석시키는 거라고 봅니다. ‘궤변’ ‘말장난’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아무튼 자유한국당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원내대표가 ‘비상식적인 발언과 해명’을 해도 언론의 레이다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만약 이런 ‘침묵과 외면’이 해당 언론사의 반민특위에 대한 인식수준을 반영하는 차원에서 나온 거라면 정말 문제가 심각합니다.
언론 탓 그만하라? ‘명백한 편파보도’ 비판하는 것일 뿐!
지난 13일 말레이시아를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어 인사말을 두고 인터넷과 지면을 통해 외교결레 운운하며 ‘융탄폭격’했던 언론들-정작 말레이시아에서 ‘별문제 안 된다’는 입장이 나오자 침묵입니다. 자신들의 보도가 잘못됐다는 정도의 입장도 없습니다.
‘별문제 없는’ 인사말을 가지고 ‘외교적 결례’ 운운하며 목소리를 높였던 언론들이 정작 ‘반민특위’와 관련해 말도 안 되는 해명을 하고 있는 제1야당 원내대표에 대해선 ‘꿀 먹은 벙어리’가 됐습니다. 봐주기도 이런 봐주기가 없습니다.
일각에선 자꾸 언론 탓 하지 말라고 하는데 ‘언론 탓’이 아니라 ‘명백한 언론의 편파보도’를 지적하고 있는 겁니다.
▲ <이미지 출처=미디어오늘 홈페이지 캡처> |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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