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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朴정부 때 망가졌던 인권위, 변화의 행보 환영하는 이유

기사승인 2019.03.22  12: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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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납작 엎드렸던 모습 탈피…차별·혐오 막기 위해 잰걸음 환영

“강남클럽 버닝썬 폭행 피해 신고자 체포관련 진정사건을 조사한 결과, 폭행피해 신고자에 대한 위법한 현행범 체포와 미란다원칙 고지 및 의료조치 미흡부분이 인권침해라고 판단하였다.”

지난 19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버닝썬 사건’을 쏘아올린 주인공으로 주목받은  김상교씨의 최초 폭행 사건과 관련, 경찰이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김씨의 어머니는 작년 12월 23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김씨가 지난 11월 24일 버닝썬 직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후 112에 신고했는데 오히려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체포와 이송과정에서 경찰관들에게 폭행을 당했으며, 얼굴에 피가 나고 갈비뼈 등을 다쳤으나 지구대에서 의료조치를 받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현행범 체포 시 체포의 필요성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범죄수사규칙에 반영하도록 개정하고 부상으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의 편의에 따라 장시간 지구대에 인치하는 사례가 없도록 업무관행을 개선할 것”과 함께 “해당 경찰서장에게 사건 당시 지구대 책임자급 경찰관들에 대하여 주의조치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관련 경찰관들에 대해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각각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의 이러한 권고가 눈길을 끄는 것은 적절한 시의성이다. 최근 최영애 위원장 체제의 인권위는 현안들에 대한 발 빠른 언급과 함께 인권위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로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들어 불편부당한 의견과 목소리를 낸 굵직한 사안만 해도 여럿이다. 

   
▲ '버닝썬 사태' 최초 고발자인 폭행 사건 신고자 김상교 씨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으로 피고소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019년 인권위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

지난 17일 인권위는 헌법재판소에서 심리중인 형법의 낙태죄 조항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민주 국가에서 임신을 국가가 강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임신의 중단, 즉 낙태 역시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권리가 있다”며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 생명권, 재생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형사정책적으로도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0일에는 종교 및 시민사회, 법조계, 학계 등 25명의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혐오·차별 대응 특별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인권위는 여성·노인·난민·성소수자 등에게 확산중인 각종 혐오 표현이 민주사회 기본 질서 자체를 위협한다고 판단, 이를 막기 위해 혐오표현 예방 정책 선언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강자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소속 조혜인 변호사를 비롯해 대한변호사협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이들 추진위는 관련 정부 기관들과 협력, 공공기관·학교·언론 등에 혐오 표현의 정의와 유형, 판단 기준 등을 보급하고, 실태 조사를 통해 어떤 사회적 맥락에서 혐오와 차별이 발생하는지 분석하고 그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게 된다.   

이와 함께 ‘스포츠 인권 특별조사단’도 설치한다. 특별조사단은 여성가족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심석희 선수 등이 폭로에 나선 쇼트트랙 등과 같은 종목에 대해서는 폭력·성폭력 실태를 전수 조사한다고 밝혔다. 또 현장·직권 조사를 병행하는 것은 피해가 심각한 사안에 대해서는 수사도 의뢰할 예정이다. 

지난달 8일 최 위원장은 고 김용균 노동자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그에 앞서 최 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태안화력발전소 사내 하청노동자 김용균씨 사망 이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여전히 하청노동자를 보호하는 데 부족하다”며 “더 이상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통해 근원적인 문제 분석과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위는 이러한 취지를 살리는 계획도 내놨다. 올 한 해 인권위는 비정규직 노동자, 빈곤 청년, 비주택 거주민 등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한편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을 정부에 권고한다는 계획이다. 또 빈곤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과 함께 고시원·쪽방·비닐하우스 등에서 사는 비주택 거주민의 주거권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고 김용균씨 분향소 앞에서 열린 당정 발표에 대한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국사회의 혐오와 차별을 막기 위하여 

“우리 위원회도 국가인권기구로서 인종차별철폐위원회 권고의 국내 이행을 촉진하기 위해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자 하며, 인종에 따른 차별이 가장 금기시되는 ‘차별’이고, 인종차별에 둔감한 공공부문 및 시민사회를 향해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는 결코 관용될 수 없는 행위라는 인식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2019년 실태조사 사업으로 ‘한국사회의 인종차별 실태와 인종범죄 법제화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사회의 구조적 차별에서 비롯되는 혐오와 차별의 문제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고 혐오차별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위원회는 2019년 1월 ‘혐오차별대응기획단’을 설치하였고, 2019년 2월 시민사회, 종교계, 학계, 법조계, 사회적 소수자 등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위원 25명으로 ‘혐오차별 대응 특별추진위원회’를 출범하여 혐오의 사회에서 공존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UN이 정한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이었던 21일 인권위 최영애 위원장이 발표한 성명 중 일부다. 최 위원장의 각오를 들어보면, 이러한 목표와 다짐이 그저 선언적인 의미로 끝나진 않을 듯 싶다. 

최근 <서울신문>과 인터뷰한 최 위원장은 “혐오는 말로만 끝나지 않는다. 어느 순간 어떻게 터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경고하는 한편 “문재인 대통령을 설득해 ‘대한민국은 혐오·차별을 더이상 수용하지 않는다’는 범정부적 선포를 이끌어내는 것이 인권위의 올해 목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인권위과 확실히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달라진 풍경 중 하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제 역할을 못하고 납작 엎드리며 안팎에서 거센 비판에 직면했던 것과 비교한다면 180도 변모한 ‘전투적’인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9월 인권위 초대 사무국장과 상임위원을 역임했던 최 위원장이 취임하며 말 그대로 ‘확’ 달라졌다. 

인권위의 이러한 행보가 다행스러운 점은 비단 보수정권에서 망가졌던 인권위의 퇴행을 끊어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 잃어버린 시간 동안 최 위원장이 연일 강조하는 혐오와 차별이 한국사회를 점령했고, 그러한 문제에 제동을 걸고 반작용을 일으킬 토대를 마련할 기구의 목소리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어디 그 뿐인가. ‘인권’이란 말 자체는 친숙해졌지만, 인권 감수성은 더 후퇴한 사회가 되버린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이던 2001년 설립된 인권위가 바로 그러한 후퇴와 퇴행을 막기 위해 독립 기구로 탄생했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차별과 혐오를 막기 위해 잰걸음을 내는 인권위의 행보, 환영한다.  

   
▲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월2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스포츠분야 폭력·성폭력 근절을 위한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하성태 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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