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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통신’ 논란, 집권당 언론관만 문제인가

기사승인 2019.03.20  11: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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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언론보도는 성역이 아니다…서울외신기자클럽 성명에는 문제없나

“정당이나 정치인도 언론 보도에 불만을 표시할 수 있다. 하지만 기자가 한국인이건 아니건, 블룸버그라는 통신사를 통해 보도된 이상 절차를 거쳐 적절한 방법으로 보도에 대응했어야 했다. 기자가 한국인이란 점을 콕 짚어 ‘매국’이라고 비난한 건 기자의 취재·보도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폭력’이다. 미국인 기자가 썼더라도 이런 식의 비난을 했을 것인가.”

오늘(20일) 중앙일보 사설 <‘검은머리 외신기자’에서 드러난 집권당의 언론관> 가운데 일부입니다. 100% 전폭 동의할 수는 없어도 비판의 취지에는 공감이 갑니다.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기사가 온당했느냐 여부와 상관없이 민주당 논평이 ‘오버’한 측면이 분명 있고 비판받을 소지 또한 있기 때문입니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블룸버그 통신 논평’ 사과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어제(19일) 밤 서면 브리핑에서 “기사를 평가하면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는 표현을 동원한 것이 적절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선 반성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외신기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사과한 것도 이런 점 때문일 겁니다. 

비판 받을 부분에 대해 언론이 비판을 하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저는 일부 언론의 이 같은 ‘비판’이 불편합니다. ‘그들’은 마치 ‘언론자유’를 성역인 것처럼 내세우지만 언론자유에도 최소한의 책임이 따릅니다. ‘잘못된 기사’ ‘무리한 보도’ ‘오보’에 대해선 언론 스스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문제의 블룸버그 통신 기사가 온당했는지는 따지지 않습니다. 더불어 서울외신기자클럽 이사회가 발표한 논평도 인용하기만 바쁩니다. 

이미 고발뉴스 등을 통해 서울외신기자클럽 논평이 나오기까지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게 보도됐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오직 더불어민주당의 논평만 문제삼을 뿐이고, 집권당의 언론탄압만 부각시키는 모습입니다. 

블룸버그 통신 기사는 온당했나 … 서울외신기자클럽 논평 ‘절차적 문제’는 없었나 

오늘(20일) 조중동이 보도한 기사 잠깐 볼까요. 일부만 추려서 정리했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아시안아메리칸기자협회(AAJA)는 아시아·서울지부 명의로 낸 성명서에서 ‘(민주당의) 이런 위협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자에게 보장돼야 하는 언론의 자유를 해치는 행위’라고 했다. AAJA는 아시아와 미국에서 활동하는 기자들을 대표하는 비영리 단체로 회원 1500여명이 소속돼 있다. 앞서 서울외신기자클럽(SFCC)도 지난 16일 ‘민주당은 논평을 취소하라’는 항의 성명을 발표했었다.” (조선일보 5면)

“‘아시안 아메리칸 기자협회(AAJA)’ 서울지부는 18일 성명을 내고 ‘기자에게 가해지는 인신공격적인 비판에 유감을 표하고 해당 기자가 신변의 위협까지 받는 상황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AAJA는 세계 20개 지부에 기자 1500여 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앞서 서울외신기자클럽(SFCC)도 16일 성명을 내고 논평 철회를 요구했다.” (동아일보 2면) 

“더 심각한 문제는 집권당의 이런 대응이 언론의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대통령은 어떤 비판도 허용되지 않는 신성불가침의 성역이라도 되는 듯한 인식이 그들 스스로 그토록 비판해 온 과거 권위주의 정부와 무엇이 다른가.” (중앙일보 사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민주당의 논평은 비판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못지않게 블룸버그 통신 기사와 서울외신기자클럽의 논평이 가진 문제점 역시 도마에 올려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기계적 형평성 차원’이 아니라 기사와 논평이 나오는 과정이 실제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는 이미 고발뉴스가 자세히 보도했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잠깐 인용합니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블룸버그 통신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기사와 관련 서울외신기자클럽(SFCC)이 ‘언론 통제’라고 성명을 냈지만 해당 기사를 읽어보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이 강하게 항의하자 외신을 인용한 것이라고 했다. 

해당 기사는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해 9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의 역할을 하고 있다(South Korea's Moon Becomes Kim Jong Un's Top Spokesman at UN)>란 제목으로 낸 기사이다. 이유경 기자는 기사의 첫 문단에서 ‘사실상의 대변인(de facto spokesman)’이라고 썼는데 데스크에서 제목을 ‘수석대변인(Top Spokesman)’이라고 더 세게 붙였다. 

그러나 기사 원문에는 해당 제목의 출처를 찾을 수 없다. 코리아소사이어티 정책 선임연구원이 ‘나는 김정은 대변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차라리 양자간에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필요를 절감하고 있는 지도자라고 생각한다’고 반대로 언급했을 뿐이다.” (고발뉴스 3월19일 <블룸버그 기사도 안읽고 성명서 낸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인용) 

   
▲ <이미지 출처=블룸버그 통신 홈페이지 캡처>

‘논평’을 내는 건 자유…언론이라면 보도와 논평의 적절성 여부도 따져야 

해당 기사를 읽어보지도 않고 ‘언론통제’ 운운하는 논평을 낸 서울외신기자클럽. 그리고 기사 본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선정적인 제목’을 뽑은 블룸버그 통신. 이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요. 

외신을 비롯한 언론은 ‘제대로 읽지도 않은 기사와 관련한 논평을’ 자유롭게(?) 내도 비판에서 자유로워야 하는 걸까요. 외신을 비롯한 언론은 정확하지 않은 기사를 보도하더라도 비판을 할 수 없는 걸까요. 

물론 민주당이 발표한 논평에는 부적절한 표현과 비판받을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블룸버그 통신과 서울외신기자클럽 행태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순 없습니다. 언론이라면 적어도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기사를 실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조중동의 ‘블룸버그 통신 논란’ 기사를 일방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언론자유’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신성불가침 영역’은 아닙니다. 

   
▲ <이미지 출처=고발뉴스 유튜브 '뉴스방' 화면 캡처>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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