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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지만원 폭언’에는 관대하더니…

기사승인 2019.03.14  1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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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지만원 씨 ‘폭언’에 공식 입장조차 없었던 한국당의 이중적 태도

“지(만원)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누리집에 7일 올린 글에서 4일 나경원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보수 주류인 서정갑도 5·18 북한군 개입이 허위라고 했다’ ‘(지만원을) 한국당이 끌어안을 수 없다’는 골자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나는 나경원으로부터 사과를 받아야 한다”며 “나이 먹은 노인(지만원 자신을 말함)에게 함부로 지껄였다” “우파 노인 모두를 거지발싸게(거지발싸개의 오타)로 보고 ‘감히 면전에서’ 조롱하고 모욕했다”고 썼다. 나 원내대표를 “전라도 딸” “편법에 익숙한 여자” “이명박 졸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씨는 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 때도 단상에 올라 나 원내대표를 향해 공개적인 폭언을 퍼부은 바 있다.” (한겨레 2019년 1월8일 <나경원 모욕에도…김진태 “지만원 꼴통 아니다”>에서 인용) 

저는 원래 ‘폭언’이나 ‘욕설’의 구체적인 내용은 가급적 언급하지 않으려 합니다. 굳이 그럴 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겨레 1월8일자 기사를 구체적으로 인용한 이유는 자유한국당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하기 위함입니다. 

   
▲ 지만원 씨가 지난 2월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보수단체 구국동지회 주최로 열린 '5·18 북괴군 개입의 진상규명 끝장토론 대국민 공청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만원 씨 ‘폭언’에 공식 입장조차 없었던 한국당

‘5.18 망언’의 당사자 가운데 하나인 지만원 씨가 제1야당 원내대표를 향해 욕설과 폭언을 퍼부을 때 자유한국당은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당시 그런 태도가 이해가 가지 않아 <제1야당 원내대표에 대한 ‘폭언’에도 조용한 한국당>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적도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자신의 조사위원 추천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이유로 지만원 씨는 제1야당 원내대표를 겨냥해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그것도 공식석상에서 말이죠. 심지어 자신이 조사위원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공신력이 없고, 승복할 수가 없다는 ‘막말’까지 했습니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노골적인 모욕이자 제1야당 원내대표에 대한 인신공격입니다. 지만원 씨의 행태를 규탄하고, 재발방지와 사과를 촉구하는 논평 정도는 ‘기본’으로 나와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지만원 씨를 ‘5·18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 추천하려는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합니다. 그게 제1야당의 상식적이면서 온당한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자유한국당은 공식 논평도 없고, 아무런 대응도 없습니다.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나경원 원내대표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는데도 조용합니다.” 

심지어 당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만원 추천을 고심중에 있는 것 같은데 꼭 추천해 드리기를 건의드린다. 이 분이 그렇게 이상한 분이 아니다. 꼴통이 아니다. 이분보다 5·18에 대해 연구를 깊이 한 분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속한 정당의 원내대표를 향해 폭언을 퍼부은 당사자를 ‘5·18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 반드시 추천해야 한다고 강조한 겁니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왜 자유한국당이 지만원 씨 욕설과 폭언에 대해 침묵했는지 이해가 잘 안 갑니다.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나경원 원내대표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는데도 자유한국당은 당시 조용했습니다. 

당시 한국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범보수세력 결집이라는 구호 아래 ‘아스팔트 우파단체’와 연대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일각에선 ‘태극기 부대’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는데 이건 해석과 분석일 뿐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합니다. 

‘좌파독재정권’의 의회장악 폭거? 그럼 지만원의 ‘폭언’은? 

그런데 나경원 원내대표의 이른바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대한 최근 한국당의 대응을 보면 ‘지만원 폭언’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본회의 직후 의원총회에서 “좌파독재정권의 의회장악 폭거”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은 야당 겁박을 즉각 중단하고 국민 앞에서 의회 폭거에 대해 사과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민 목소리를 대신 전하는 야당 원내대표에 대한 윤리위 제소는 국민을 제소하는 것이고, 야당 원내대표의 입을 틀어막는 것은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서면서 나경원을 연호하는 소리에 두 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글쎄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저는 공개석상에서 “나경원을 제 앞에 무릎 꿇여 주십시오. 저 지만원은 딸 뻘 되는 젊은 여자, 한국당 원내대표로부터 씻어낼 수 없는 정서적, 정신적 모욕을 당했다. 나는 나경원으로부터 사과를 받아야 한다”라는 지만원 씨의 ‘폭언’이 더 심각하다고 봤는데 자유한국당은 이 문제를 그냥 ‘조용히’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라는 국회 연설에 항의하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는 ‘좌파독재정권’의 의회장악 폭거’ ‘야당 원내대표의 입을 틀어막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에 묻습니다. 지만원 씨가 그렇게 무서운가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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