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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피고인 판사’에게 재판을 받으라는 건가?

기사승인 2019.03.09  11: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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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사법농단을 이런 식으로 ‘비호한’ 언론은 없었다

   
▲ 김명수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위해 대법정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8일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최근 기소된 현직 법관 6명을 재판 업무에서 배제했다. 지난 5일 검찰이 이들을 기소한 지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인사 조치를 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 내부에선 당사자들이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부터 취한 것은 부적절하고 헌법상 무죄 추정 원칙에 위반될 소지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늘자(9일) 조선일보 3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당사자들이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 ‘헌법상 무죄 추정 원칙에 위반될 소지도 크다’는 대목이 인상적입니다. 

재밌습니다. 언제부터 조선일보가 ‘당사자들이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을 그렇게 고려했는지요? 당사자들이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데도 ‘추상같은’ 언어로 ‘사퇴하라’ ‘조치하라’ 등의 주문을 남발한 곳이 조선일보 아닌지요. 조선일보가 유독 ‘사법농단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판사’들에게 관대한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이 듭니다. 

조선일보 “기소된 법관들, 혐의 강하게 부인…위헌 소지” 주장 

조선일보의 이 같은 기조는 기사 내내 이어집니다. 사족 붙이지 않고 조선일보 기사를 그대로 인용합니다. 

“법원 안팎에선 위헌 소지가 다분한 조치라는 말이 나온다. 기소된 법관들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런데 재판을 시작하기도 전에 대법원장이 먼저 나서 이들을 직무에서 배제함으로써 사실상 유죄라는 인상을 준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법원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 스스로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했다.”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그러면 조선일보는 ‘피고인’이 재판을 하는 상황을 법원이 그냥 묵인하라는 얘긴가요?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법관들에 대해 법원이 업무배제를 하지 않으면 ‘오전엔 본인이 재판을 하고, 오후엔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으러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런 상황이 오더라도 사법부가 그냥 감내하라는 것일까요. 

   
▲ 대법원이 8일 성창호 부장판사를 비롯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판사 6명에 대해 ‘업무배제’ 조치를 내렸다. <사진제공=뉴시스>

사법농단 의혹이 제기된 판사를 이런 식으로 ‘비호한’ 언론은 없었다  

많은 언론이 지적했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이 어제(8일) 사법농단 가담 혐의로 기소된 판사들을 재판업무에서 배제한 것은 사법부 불신이 점점 깊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사법부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상황에서 ‘기소된 판사들’에 대해서조차 업무배제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누가 누굴 심판해?’라는 비아냥과 항의가 속출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재판 업무 배제’입니다. 이건 과한 조치가 아니라 지극히 상식적인 차원의 결정입니다. 조선일보처럼 ‘헌법상 무죄추정’ 운운하는 게 더 ‘오버’라는 얘기입니다. 

해당 판사들이 앞으로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게 되기 때문에 ‘후배 판사들’과의 접촉 가능성을 차단하는 조치도 선행돼야 합니다. 판사가 재판을 받는 유례없는 상황에서 해당 판사들이 후배 판사들을 접촉할 가능성을 사전에 없애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오는 15일부터 8월31일까지 ‘사법연구’를 명하면서 장소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 등지로 정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사실 기소된 판사들 외에 비위사실을 통보한 법관들에 대해서도 대법원이 신속한 조치를 내릴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9일) 경향신문도 지적했지만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의 비위사실 재조사부터 징계위원회까지 절차를 고려하면 징계하는 데 오랜 시일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징계절차를 거치는 사이 징계시효 3년이 도과되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들에 대한 추가적인 재판업무 배제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최소한의 반성 요구도 하지 않은 ‘일방적인 옹호’ … 조선일보 대체 왜?

그런데 조선일보는 오늘(9일) 지면에 <검찰 기소 3일만에… 대법원, 김경수 구속한 성창호 판사 재판배제>라는 제목을 달고 ‘노골적으로’ 사법농단에 연루된 의혹이 제기된 판사들을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이번 사건처럼 당사자들이 부인하고 아직 죄가 되는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처럼 법관들을 재판에서 배제한 적은 없었다”며 적극적으로 항변(?)하기까지 합니다. 

사실 ‘이 정도’ 상황까지 왔으면 오히려 언론이 ‘당사자들은 억울할지 몰라도 일단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스스로 재판 업무를 맡지 않는 게 상식적인 태도’라고 언급을 하는 게 온당합니다. 그게 상식적인 언론의 자세입니다. 

제가 조선일보를 보며 가장 크게 놀랐던 건, 그런 ‘최소한의 반성을 요구하는 지적’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사법농단 연루 의혹이 제기된 판사들’의 입장을 상당 부분 반영하는 기사가 많습니다. 

조선일보만 그러는 게 아닙니다. TV조선은 어제(8일) “일부 판사들은 관행대로 했을 뿐이라며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번 사태를 둘러싼 법원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는 리포트를 내보냈습니다. 법원 갈등을 조장하는 듯한 리포트입니다. 

올해 ‘천만 관객’을 돌파한 어떤 영화의 대사를 잠깐 빌리면 “지금까지 사법농단을 이런 식으로 ‘비호한’ 언론은 없었습니다.” 언론이라면 최소한의 균형감각은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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