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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에게 ‘장자연 10주기’는 어떤 의미일까

기사승인 2019.03.08  1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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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다수의 어뷰징 기사 … 본질과 핵심은 비껴가는 언론들

“그는 2009년 3월7일 성접대 강요 등을 폭로한 글을 남긴 채 경기 성남시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자연) 씨가 숨지자 경찰과 검찰이 요란하게 ‘장자연 리스트’ 수사에 나섰지만 처벌받은 이는 소속사 대표와 전 매니저 둘뿐이었다. 성접대와는 무관한 폭행 등 혐의만 적용됐다. 성접대 대상으로 거론된 인물들은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았다.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오늘(8일) 경향신문 11면에 실린 기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경향신문 기사를 정리하면 ‘장자연 10주기가 됐지만 여전히 의혹은 풀리지 않았다’로 요약됩니다. 

사실 10년 전에 비해 지금 ‘장자연 사건’을 보도하는 매체들이 많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대목입니다. 하지만 과연 핵심과 본질에 접근하고 있느냐? 이런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할 언론이 몇 군데나 될지는 의문입니다. ‘장자연 사건’에서 짚어야 할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상당수 언론은 ‘모른 척’으로 일관했기 때문입니다. 

   
▲ <이미지 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캡처>

장자연 씨 동료, 윤지오 인터뷰 ‘어뷰징’ 기사가 대부분 

최근 언론의 ‘장자연 사건’에 대한 관심은 장씨의 동료 윤지오 씨 때문입니다. 

당시 성추행 상황을 유일하게 진술했던 윤지오씨가 최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CBS <김현정의 뉴스쇼> 등과 가진 인터뷰에서 장자연 씨가 남긴 문서 7장 중 소각된 것으로 알려진 3장에 연예계, 언론계, 재계 인사들이 나열돼 있었다고 폭로했기 때문입니다. “특이한 이름의 국회의원도 있었다”고도 밝혔습니다. 

윤씨는 KBS·SBS와도 인터뷰를 갖고 당시 상황을 비롯해 검경 수사의 문제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문제는 관련 내용을 전하는 언론의 ‘태도’입니다. 윤지오씨가 라디오에서 얼굴을 공개하고 인터뷰 한 이후 포털 ‘실검’에서 한 마디로 난리가 났습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 한 날엔 하루 종일 실검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들의 관심이 ‘장자연 사건’의 실체적 진실보다는 ‘윤지오가 실검에 올랐다’에 있었던 게 아닌가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거의 대다수 언론이 윤씨의 인터뷰 내용에 주목했을 뿐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들 – 이를 테면 쟁점은 무엇이고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에 대해선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오늘 경향신문이 보도한 기사 가운데 일부를 소개합니다. 

“장(자연)씨 사건은 문재인 정부 들어 출범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와 그 조사기구인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의 조사대상에 오르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조사단은 당시 부실수사 정황을 상당수 파악했다. 

경찰이 장씨 사망 1주일 뒤 장씨 주거지와 차량을 압수수색했지만 고작 57분 동안 이뤄졌고 그의 옷방과 핸드백은 수색하지 않았다. 수첩 등 자필 기록과 명함도 압수수색 과정에서 누락됐다.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는 과정에서 장씨 휴대전화 3대의 통화기록 원본과 디지털 포렌식 결과 등도 사라졌다. 

검찰은 조사단 조사 결과를 근거로 과거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다시 살펴 지난해 6월 공소시효가 남아 있던 기자 출신 정치인의 장씨 강제추행 사건을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 <이미지출처=MBC PD수첩, 고 장자연 1부 방영분 캡처>
   
▲ <사진출처=SBS 화면캡처>

‘장자연 사건’ 보도에서 방용훈·방정오 이름 찾기란 … 

윤지오씨 인터뷰 이후 많은 언론이 엄청난 보도를 쏟아냈지만 한 가지 특이한 것은 그 중에서도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과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 이름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윤지오’ ‘장자연’이라는 키워드로 포털에서 검색을 하면 엄청난 매체가 보도한 기사가 나옵니다. 하지만 ‘방용훈 장자연’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기사량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줄어 들고, 보도한 매체가 제한적으로 나옵니다. 

무슨 얘기냐? 보도량은 예전에 비해 늘었는지 몰라도 정작 짚어야 할 것을 제대로 짚는 언론은 소수에 국한된다는 얘기입니다. 무엇을 짚어야 할까요? 오늘(8일) 한겨레가 보도한 내용 가운데 일부를 소개합니다. 

“조사단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나오는 ‘조선일보 방 사장’과 관련해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과 방정오 전 티브이(TV)조선 대표를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동생인 방용훈 사장이 2007년 10월 장씨를 술자리에서 만났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조사를 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조사단은 방정오 전 대표가 2008년 10월 장씨와 같은 장소에 있었다는 통신기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정오 전 대표와 장씨의 만남을 주선한 광고업체 대표 한아무개씨에게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선일보 방 사장이 방상훈 사장이 아니다’라고 진술하라’고 지시한 사람이 당시 조선일보 간부였던 ㄱ씨였을 것으로 조사단은 의심하고 있다.”

<한겨레21>이 지난해 4월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당시 검경은 ‘조선일보 사주 아들’과 관련해 면밀히 조사까지 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2009년 검찰 수사 결과 발표 때 ‘이 이름’은 없어집니다. 왜 그랬을까요? <한겨레21> 보도 내용 가운데 일부를 소개합니다. 

“장자연 리스트의 재조사에 앞서 <한겨레21>은 2009년 당시 검찰과 경찰이 진행했던 수사기록을 입수해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됐다. 검경이 당시 조선일보 사주의 아들 방○○씨가 2008년 10월28일 장자연씨를 술자리에서 만났다는 사실을 꽤 면밀히 조사했다는 것이다. 

당시 장씨가 문건에서 접대를 했다고 밝힌 인물은 총 5명, 이 가운데 2009년 8월19일 검찰 수사 결과 발표 때 언급되지 않은 이는 방○○씨가 유일했다. 그는 왜 장자연 사건에서 증발됐을까.” (‘한겨레21’ 1206호 / 어머니 기일에 나간 술접대 방상훈 아들 있었다) 

   
▲ <이미지 출처=한겨레21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장자연 사건’을 보도한 매체 가운데 ‘이런 부분’을 주목하는 언론은 별로 없습니다. 만약 ‘윤지오 인터뷰’가 실검에 오르지 않았다면 언론이 이 사안 자체를 주목이나 했을까 의심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검찰과거사위 활동은 이달 말 종료됩니다. 보고서도 발표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조사 결과를 내놓을지에 대해선 벌써부터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습니다. 강제 조사권이 없어 주요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충분히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조사단이 ‘조선일보 방 사장’에 대해 ‘어떻게 정리할지’도 관심이지만 저는 발표 이후 언론이 ‘어떻게 보도할지’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자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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