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독립운동가 한 분까지” 문대통령의 진심과 <동아> ‘빨갱이’ 칼럼

기사승인 2019.03.05  11:35:23

default_news_ad1

- [하성태의 와이드뷰] “친일 하면 3대가 떵떵” 속설 바로잡겠다는 진심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우리 정부는 작년 4월 독립운동가의 포상기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습니다. 투옥 사실 등이 공식기록으로 확인되지 않더라도, 일기나 회고록 같은 자료를 반영하고, 학생의 경우 독립운동으로 퇴학당한 분들도 포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성과 의병독립운동가 2,000여 명을 발굴했습니다. 

이번 3.1절 기념식에서 역대 최다인 333분을 포상했습니다. 분단이나 해외 거주 등의 이유로 발굴하지 못한 독립유공자가 많습니다. 독립기념관의 독립운동사연구소의 기능을 더욱 확대하여 독립운동 사료수집과 함께 국내외에서 마지막 한 분의 독립유공자까지 찾아내겠습니다.”

어제(4일) 문재인 대통령이 8개국 65명의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한 다짐이다. 무엇보다 “마지막 한 분의 독립유공자까지 찾아내겠습니다”라는 말에 담긴 울림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특히나 국내로 돌아오지 못하고 그대로 해외에 머문 독립운동가들의 후손들 앞에서 나온 발언이라 그 의미가 더 하다. 

청와대는 이날 자리에 대해 “3·1 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해외에 거주하며 독립유공자 가족으로서 어려움을 겪었을 후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하듯, 문 대통령은 후손들의 선조인 독립운동가들의 행적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독립유공자 가족들에게 긍지를 심어줬다. 더불어 지극히 현실적인 발언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친일을 하면 3대가 떵떵거리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있었다. 이를 바로잡는 게 해방된 조국이 해야 될 일인데, 역대 정부가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그런 점을 반성하며 독립운동가를 최대한 발굴하고 그 후손을 제대로 모시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해외 거주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한 문 대통령

“많은 사람들이 ‘빨갱이’로 규정되어 희생되었고 가족과 유족들은 사회적 낙인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빨갱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고,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잔재입니다.”

지난 1일 3.1절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빨갱이’란 단어를 5번이나 언급하며 우리 안의 ‘레드 콤플렉스’가 일제 식민지 시대로부터 시작됐음을 분명히 했다. 현직 대통령이 공식 행사에서 ‘빨갱이’란 단어를 발성하는 것 자체가 파격이요, 또 우리가 쉬쉬했던 현실에 대한 직시라는 점에서 의미 깊은 기념사가 아닐 수 없었다. 

해외에 거주하는 독립 유공자들의 후손 앞에서 “친일을 하면 3대가 떵떵거리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속설을 언급한 문 대통령. 대통령의 의도는 가슴 아프지만 지울 수 없는 현실을 고스란히 직시하고 현 정부 이후엔 그런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아래 발언에 그런 의도가 잘 드러난다. 

“친일한 사람들은 당대에 떵떵거리며 자식을 유학 보내면서 해방 후에도 후손이 잘살 수 있었고, 독립운동 하신 분은 가족을 제대로 못 돌봐 뿔뿔이 흩어지거나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해 자식까지 오랜 세월 고생해야 했습니다(중략)
 
아주 먼 여러 나라에서 이렇게 흩어져서 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이 겪어야 했던 여러 가지 고생들을 말해 주고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라며 부족한 점이 많지만, 우리 정부가 독립운동가들을 더 많이 발굴하고, 후손들을 제대로 모시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오찬에 앞서 고 장병훈 선생의 외손녀 심순복 씨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호주, 캐나다, 영국, 브라질에서 방문한 후손들 중에서는 외국인도 있었다. 

무기 운반, 군자금 전달, 국내와 임시정부 간 연락 등을 통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지원한 영국인 쇼(George Lewis Shaw) 선생의 후손인 캐서린 베틴슨씨와 대한매일신보, 코리아 데일리뉴스를 발행해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과 만행을 세계 각국에 알렸던 영국인 베델(Emest T. Bethell) 선생의 후손인 수잔 제인 블랙씨가 그들이었다. 

이날 베틴슨은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쇼와 같이 불의에 대항하는 사람들을 도왔던 많은 애국자들을 기리고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사실”이라며 “한국이 얼마나 멋진 나라가 되었는지 보는 것은 매우 감동적인 일”이라는 말로 문 대통령의 초청에 화답하기도 했다. 

1919년 황해도에서 독립운동에 참가하고, 군자금 모금활동을 전개했던 한철수 지사의 후손(며느리)이자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온 정영자씨는 “시아버님이 독립운동으로 수감되어 고문을 당하시고, 사형선고로 수감 중 해방이 되어 극적으로 살아나셨다는 말씀을 들었다”며 “제가 시아버님 덕분에 이 자리에 참석하게 돼서 너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3·1운동 ‘피의 쟁취물’ 조선일보”이란 철지난 유행가

“나는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정해 내분을 일으킬 것까진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럼에도 건국절에 반대하는 세력의 진짜 이유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하니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그런 이념을 갖고 있으면서 지난해 사법부까지 장악하는 청와대발(發) 개헌안을 마련했고, 지금 대통령 곁에서 국정기획을 하고 있다는 것도 섬뜩하다.”

반면, 일제시대 친일 신문으로 유명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와는 정반대의 시선으로 3.1운동 100주년의 의미를 남다르게(?) 기렸다. 우선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위원은 <‘빨갱이’를 빨갱이라 부르지 못하는 나라>라는 4일자 칼럼을 통해 문 대통령의 3.1절 기녀사를 비판하며 “빨갱이를 빨갱이라 비판한 보수우파는 친일파로 몰릴 판”이라고 항변했다. 

   
▲ <이미지 출처=동아일보 홈페이지 캡처>

<조선일보>는 한 발 더 나아갔다. 보수 언론학자인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의 5일자 시론 <3·1운동 ‘피의 쟁취물’ 조선일보>를 통해 일제시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약사를 훑은 뒤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그야말로 철지난 유행가 같은 자화자찬이 아닐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 위급한 현실에서 국내의 이념 갈등, 하강 국면에 처한 경제 문제 같은 난제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권력을 견제하고 바른 보도와 용기 있는 논평으로 여론을 선도할 조선일보의 역할은 더욱 막중하다.”

4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꽃을 기다립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과 사진을 게시했다. 박 시장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3월 8일까지 서울광장을 독립광장으로 선포했습니다”며 아래와 같이 밝혔다. 서울시청 광장에 독립운동가 15,179명의 이름이 새겨진 LED 명판을 설치하고 3.1운동 100주년을 기리는 구조물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불의에 항거하고 민족의 뜻을 모아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준 독립지사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서울시청 광장에 독립운동가 15,179명, 한분 한분의 이름을 새긴 LED 명판이 설치되었습니다. 존경하는 독립운동가분들이 이 땅에 대지의 별로 다시 돋아나 역사의 은하수가 될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의 꽃 한 송이를 기다립니다.”

빨갱이를 빨갱이로 부르고 싶은 분들, 건국절을 기리고 싶은 분들, <조선일보>가 피의 쟁취물이라는 분들 모두, 이 서울시청 광장에 나가 가슴에 손을 얹고선 생각을 가다듬어 보기를 고언 드리는 바다. 그리하여 부디 해외 유공자 자손들도, 국민들도 부끄럽지 않은 3.1운동 100주년 한 해를 보낼 수 있도록 철지난 노래, 과격한 주장은 순화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성태 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ad44
default_news_ad3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ad41
ad37
default_side_ad2
ad38
ad34
ad39

고발TV

0 1 2 3
set_tv
default_side_ad3
ad35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