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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이 바뀌려면 조선일보가 바뀌어야 한다

기사승인 2019.02.28  10:3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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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보수 재건의 마지막 기회는 조선일보 개혁이다

“황(교안) 대표는 이번이 보수 재건의 마지막 기회라고 여겨야 한다.” 

오늘자(28일) 조선일보 사설 <黃 대표, 국민이 깜짝 놀랄 정도로 한국당 바꿀 수 있나>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황교안 체제’ 출범에 대해 조선일보는 매우 비판적입니다. 깃발을 들기도 전에 ‘쓴소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과 같은 대목이 대표적입니다. 

“당심과 민심이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이런 당의 체질로 내년 총선과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황 대표는 일반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당을 환골탈태시키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지금 한국당은 전 정권, 전전 정권의 잘못된 공천으로 어쩌다 국회의원이 돼 좋은 자리를 지키려는 생각밖에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들이 정권의 잘못을 지적해 고치는 것이 아니라 때마다 면죄부를 주고 있다. 무능과 안일이 심각하다.” 

   
▲ 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된 황교안 대표가 최고위원 당선자들과 손을 잡고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광림, 김순례, 조경태 최고위원, 황교안 대표, 정미경, 신보라 최고위원. <사진제공=뉴시스>

‘황교안 체제’에 대한 조선일보의 ‘작심’ 비판, 어떻게 볼 것인가 

조선일보는 “이번 당대표 경선에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후보가 절반이 넘는 지지를 받고 황 대표는 37.7%에 그친” 점을 지적하면서 이것이 “한국당의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은 부인할지 몰라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조선일보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조선일보가 자유한국당 ‘쇄신과 개혁’에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에 따라 한국당의 ‘개혁 수위와 방향’ 역시 영향을 받는다고 봅니다. 

어떤 분은 자유한국당에 대한 조선일보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저 역시 일정 부분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조선일보는 ‘영향력이 큰 언론’입니다. 

만약 조선일보를 비롯해 중앙·동아일보가 의지를 가지고 한 달 정도 ‘자유한국당 문제점과 개혁’을 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낸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정 부분 갈등이 불가피할지는 몰라도 ‘많은 부분’ 변화를 일궈낼 수 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문제는 ‘조중동’이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오늘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한국당은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뜬금없이 ‘5·18 북한군 개입설’을 제기해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켰고, 특정 후보 지지자들이 몰려다니며 행사를 방해했다. ‘탄핵 찬반’으로 나뉘어 다시 과거 진흙탕으로 들어가기도 했다”며 질타했지만, ‘5·18 북한군 개입설’을 방송을 통해 공론화한 곳은 TV조선이었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이들의 활동을 ‘조명’하고 지면을 할애해 준 대표적인 언론사 가운데 하나가 조선일보였습니다. ‘그랬던’ 조선일보가 자신들은 아무런 반성 없이 자유한국당을 향해 질타를 하고 있습니다. “황 대표는 이번이 보수 재건의 마지막 기회라고 여겨야 한다”는 조선일보 지적이 허무하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한국 보수의 진정한 혁신은 자유한국당이 아니라 조중동 혁신에서 시작된다

저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 보수의 진정한 혁신을 위해서는 조중동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자유한국당은 그동안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기라도 했지만 조선일보를 비롯한 ‘조중동’과 같은 보수언론은 유권자의 심판은커녕 지난날 자신들의 오보와 잘못된 행태에 대해 제대로 사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조중동은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정당이 ‘참패’할 때마다 기회주의적인 속성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고발뉴스를 통해 지적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참패했을 때 조중동이 보인 태도는 유체이탈 화법이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지금 한국당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앞날이 정해진 것 같다 … 앞으로 당 해체, 당명 교체, 당 색깔 변경 등으로 과거에 해왔던 ‘쇼’를 또 하고 2020년 총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가장 중요한 세대교체와 인적 쇄신은 거의 손대지 못할 것이다 … 이번 지방선거의 한국당 기록적 참패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모양이다.” (조선일보 2018년 6월19일자 사설 가운데 일부 발췌)

“한국당은 시대만 모른 게 아니었다. 자기가 누군지부터 몰랐다. 스스로 보수라 착각한 것이다. 천만에! 대한민국 보수 유권자들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당이 자신들을 대표한다고 믿지 않았다 … 절망적인 청년실업과, 도를 넘는 양극화, 무너진 계층 사다리에 미래 없는 청년들이 제 나라를 ‘헬 조선’ ‘망한민국’으로 부를 지경인데도, 대안 제시는커녕 관심조차 없었다. ‘재벌 중심의 성장정책’이라는 흘러간 옛노래만 주야장천 불러댔다. 그러면서 보수 유권자들의 표를 기대한 몰염치가 가증스럽다. 보수 유권자들이 반동 정당을 찍을 이유가 어디 있겠나. 결과는 뻔했다.” (중앙일보 2018년 6월19일 ‘이훈범의 시시각각’ 중에서 인용)

당시 저는 조선·중앙일보가 자유한국당을 강도높게 비판하는 이면에 ‘자신들의 책임론’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보수지만 자유한국당은 수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조중동과 자유한국당은 다르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그런 칼럼과 사설을 썼다는 겁니다. 

당시 저의 ‘분석’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조중동이 자유한국당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시기가 있는데 대부분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참패할 때입니다. 이들은 선거 전에는 자유한국당의 각종 막말과 폭언 등을 인터넷과 지면을 통해 생중계하다시피 하면서 선거 결과가 한국당 참패로 나오면 ‘모른 척’ 합니다. 그리곤 자신들은 반성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자유한국당을 성토합니다. 

   
▲ 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당 대표 후보자가 지지연설을 끝낸 후 오세훈, 김진태 후보자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조중동은 보수이고 자유한국당은 수구? 

제가 지난해 썼던 <한국당 쇄신은 조중동과의 거리두기에서 출발해야>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한국당 쇄신은 조중동과의 거리두기에서 출발해야). 

“홍준표 당시 대표가 시대착오적인 색깔론 공세로 일관할 때,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가 ‘평화협정 뒤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한국은 적화되고, 나는 총살될 것 같다’고 했을 때, 이른바 보수언론이라면 ‘그건 보수가 아니라 수구이자 반동’이라며 강하게 질타했어야 했지만 조중동 가운데 그런 언론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선거 결과가 참패로 나타나니 그제서야 ‘한국당은 보수 아닌 수구’라고 말합니다.”

재밌는 건, 지난해 6.13 지방선거 이후 조선일보 사설과 오늘자(28일) 조선일보 사설이 본질적인 측면에서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5·18 북한군 개입설’을 방송을 통해 공론화한 곳은 TV조선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이들의 활동을 ‘조명’하고 지면을 할애해 준 대표적인 언론사 가운데 하나가 조선일보입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조선일보는 두 사안을 거론하며 자유한국당을 비판합니다.  

자유한국당 개혁 이전에 ‘조중동 개혁’이 먼저라고 제가 누차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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