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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환 문자’ 지상파·일간지 보도 0건…언론인들 ‘분노 유발’ 해명들

기사승인 2019.02.18  14: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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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보이지 않는 카르텔, 현재 우리 언론의 자화상

   
▲ <이미지 출처=KBS 화면 캡처>

“영향력 있는 언론사는 더 이런 유혹에 빠지기가 쉽긴 하겠죠?”

진행자 최욱이 물었다. ‘영향력 있는 언론사’는 물론 <조선일보>고, 유혹은 ‘박수환 문자’로 드러난 금품 수수와 인사 청탁 등 광범위한 로비 정황이었다. 17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이렇게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지난 1월 28일부터 연속 보도한 ‘언론과 기업의 부적절한 공생관계’의 내용을 총체적으로 다뤘다. 

지상파 프로그램이 이 사건을 다룬 것 자체가 이례적인 만큼, <저널리즘 토크쇼 J>는 보도 내용을 요약·정리하는 한편 파괴력 있는 이 사안을 보도하지 않는 지상파와 주요 일간지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물론, 그 중심엔 <조선일보>가 자리하고 있었다. 

앞서 <뉴스타파> 보도에서 드러난 대로, ‘박수환 문자’를 통해 확인된 로비 대상 중에서 유독 <조선일보> 간부들이 몰려 있었다. 이날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는 이에 대해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에 로비가 집중될 수밖에 없었고, 로비스트인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 역시 <조선일보>와의 돈독한 관계를 사업수완으로 자랑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프로그램 말미 최욱은 “유독 조선일보가 많이 거론되는 이유가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한상진 기자의 답에 핵심이 담겨 있었다. ‘박수환 문자’로 드러난 언론과 기업의 공생관계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요인, 즉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유력 언론의 기자들이 지닌 그 어두운 ‘마인드’에 대해 한 기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저희가 이번 취재를 하면서 금품을 받았던 기자, 딸 인사 청탁을 한 기자, 그리고 기사 거래를 한 기자들, 어떤 기자들도 막론하고 똑같이 하는 말이 있어요. 뭐라 그러냐면 ‘취재원을 사귀고 취재원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라는 걸 이해해 달라’라는 거예요. 그리고 ‘너도 기자니까 너도 그런 게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있지 않느냐’라는 거예요. 

그런데 저희는 사실 취재를 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까지 부적절한 방식으로 취재를 하고 취재원을 만나고 관계를 맺지 않아도 훨씬 더 좋은 기사를 그리고 훨씬 더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걸 당신들이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제가 꼭 하고 싶었고 저희가 그 내용도 기사에 지금 충실히 담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KBS 화면 캡처>

‘비리의 끝판왕’ 칼럼 썼던 대기업에 자녀 취업 청탁

<뉴스타파>는 3만 건에 달하는 ‘박수환 문자’를 입수했다고 한다. 한 기자는 보도 배경에 대해 “그 중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공익적 내용은 극소수”라면서도 “기업과 언론 간의 부적절한 관계, 그리고 상식을 벗어나는 공생 관계를 보여주는 것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보도했다고 밝혔다. 

문자에서 확인할 수 있는 주된 내용은 인사 청탁과 금품이 오간 정황이었다. 그간 보도로 알려진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더 심각한 것은 문자에 등장하는 언론인들의 해명이었다. 박수환 대표를 통해서 “선(先) 채용, 후(後) 면접”이란 기이한 과정을 통해 자신들의 자녀를 대기업 인턴에 취업시킨 정황이 드러난 이학영 한국일보 논설 실장과 송의달 조선일보 에디터의 해명 말이다.  

이학영 실장은 <뉴스타파>에 “내 아이가 인턴도 못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고 채용을 부탁할 것도 아닙니다”라는 해명을 내놨다. 더욱이 이번 일로 “본인 아이가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라는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상황을 설명하던 한 기자는 “이 분 이야기만 나오면 제가 흥분을 해서, 너무 화가 나서”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후 상황과 해명 모두에서 부적절 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라 할 수 있다. 출연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학영 씨 같은 경우는 사실은 그거보다 더 화가 나는 건 한국GM 노조에서 채용 비리 문제가 터졌을 때 이분이 칼럼을 써요. ‘비리의 끝판왕을 보여줬다’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본인이 그런 칼럼을 썼던 사람이에요. 

저희가 인터뷰를 할 때도 본인이 썼던 그 칼럼의 내용과 본인 딸이 부당한 방법으로 한국GM의 인턴에 입사한 것을 두고 어떤 생각을 물어봤을 때 이분이 저희에게 했었던 말은 ‘아버지로서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는 거였어요. 그리고 두 번째는 ‘같은 언론인끼리 왜 이러느냐’라는 식이었어요.”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

“저는 송의달 에디터의 답변이 사실 더 황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이학영 논설위원은 사실은 ‘인정은 하면서 봐달라’는 쪽으로 제가 보기는 그런 멘트였거든요. 그런데 송의달 에디터 같은 경우에는 ‘이게 특혜 채용이라는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하고 이것은 ‘당연히 절차를 제대로 밟아서 인턴에 채용됐다’라고 하시니까. 명백한 내용을 가지고도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민언련 김언경 사무처장)

   
▲ <이미지 출처=KBS 화면 캡처>

‘박수환 문자’의 실체, 돈 받고 여론 조작한 ‘엄청난 사건’

기사 거래에 성공한 후 “만세, 만세, 만만세”라는 문자를 언론인들에게 자주 보냈다는 박수환 대표. SPC 그룹 같은 경우에 보면 “조선일보가 아니면 의미 없다”며 박 대표를 압박했고, 실제로 <조선일보>에 기사를 실을 수 있는 힘이야말로 업계에서 ‘박수환의 능력’을 인정하는 바로미터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박 대표에게 인사 청탁을 하고 고가의 백과 전별금 명목의 돈을 받았던 <조선일보> 현직 간부들의 입장은 어땠을까.  

“일단은 송의달 기자 같은 경우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요. (문화부장이던) 박은주 기자 같은 경우는 ‘조선일보 경영진에 물어봐라, 뭐 경영지원실 같은 곳에 물어봐라. 나는 할 말이 없다’ 이런 거였고. 

(사회부장이던) 강경희 부장은 저희하고 직접 만났거든요. 만났는데 이분은 어쨌든 본인이 명품 선물을 받은 걸 인정을 했어요. 그런데 이제 재밌는 게 이분과 관련된 문자에 이분이 명품 선물을 한 번 받은 거로 되어 있는데 본인이 직접 두 번을 받았었고 그중에 한 번은 돌려줬다고 말씀을 하셨고요. 그리고 어쨌든 본인이 ‘이것이 일반적인 상식으로 볼 때 문제가 있다고 지탄을 한다면 그 지탄 받겠다’라는 입장이었습니다.”

   
▲ <이미지 출처=KBS 화면 캡처>

“지탄을 한다면 그 지탄 받겠다”는 강경희 부장의 입장이 눈에 띈다. 이러한 당당함은 어디서 나왔던 걸까. 독립언론인 <뉴스타파> 보도가 파급이 없으리라는 믿음의 발로였을까. 실제로 이 <뉴스타파> 보도는 지상파나 주요 일간지가 철저히 외면했다. 김언경 차장은 이에 대해 “9개 일간지 지면신문을 보니까 관련 기사가 단 한 줄도 실리지 않았다”며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의 보도량을 봐도 사실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보도가 없어요, 아예”라고 꼬집었다. 

한 기자는 이를 두고 “언론 내부에 보이지 않는 카르텔”이 작동한 결과라며, 박수환 문자나 이러한 기성 언론의 외면 모두 “우리 언론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자화상”이라 부연했다. 문제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기성 언론들이나 간부들이 정파나 진영 논리를 떠나 자사와 자기 이익을 위해 ‘박수환 문자’에서 드러난 기사 거래를 마다하지 않는 사실이리라. 

“그런데 이번 사태는 사실 언론 감시를 하고 있는 단체 입장에서는 정말로 엄청난 사건이거든요. 왜냐하면 국민들에게 그동안 우리는 많은 언론의 문제를 이야기를 할 때 마치 어떤 정치적인 이슈에서 편파적인 것들, 이런 것들이 가장 큰 문제인 것처럼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더 큰 문제는 저는 이 돈 받고 기사 쓰는 것. 돈 받고 여론 조작하는 거. 이게 가장 나쁘다고 생각을 해요.” 

김언경 차장은 이에 대해 “엄청난 사건”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적극 공감한다. 최근 들어 ‘가짜뉴스’에 대한 관심은 늘었지만, 군소매체는 물론 기성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광고 기사’, ‘기사 거래’에 대한 관심과 감시는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주 지상파의 공정성, 편향성을 집중보도한 <조선일보>의 자가당착이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 <이미지 출처=KBS 화면 캡처>

하성태 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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