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성태의 와이드뷰] 청년보수 정치인이 어떻게 극우화되어 가는지 보여줘
“종북 주사파 문재인 정권을 탄핵시키지 못하면 자유대한민국은 멸망하고 적화통일이 되어 북한 김정은의 노예가 될 것입니다.”
“2018년이 문재인 탄핵을 준비하는 한해였다면, 2019년은 문재인 탄핵을 실천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14일 대전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위한 호남·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그 발언의 주인공은 한국당 청년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김준교 후보. 극우 지지자들을 의식한 듯 한 김 후보의 강성 발언이 구설에 오르면서 그의 이력까지 덩달아 관심(?)을 끌고 있다.
▲ 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호남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자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이날 김 후보는 5분여의 연설 시간을 수차례 “문재인 탄핵”을 외쳤다. 김 후보는 “(그렇지 않으면) 우리 국민 모두가 학살당하고 강제수용소에 끌려갈 것”이란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김진태 후보를 위시해 극우 성향의 지지자들을 놓지 못하는 자유한국당 내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증명하는 발언이라 할 만 하다.
또 김 후보는 “당원동지 여러분이 90%의 표를 몰아주면, 문재인 정부를 바로 탄핵시켜버리겠다”며 “반역적인 문재인 일당들을 박살을 내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태극기 집회에서나 나올 김 후보의 이러한 발언은 어디서 출발했을까.
김 후보가 이미 1년 전 태극기 집회에서 외친 ‘문재인 탄핵’
정답은 어렵지 않다. 그 태극기 집회가 맞다. 김준교 후보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문(재인)탄(핵) 라이브’를 통해 태극기 집회에 참석, 연단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문재인 탄핵”을 외치는 영상을 게재해 놨다. 2018년 3월 31일 열린 ‘문재인 탄핵 국민운동본부 대표 연설’ 영상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탄핵 무효’, ‘박근혜 무죄’ 등을 호소한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니까 김 후보의 한국당 청년최고위원 후보자 연설은 태극기 집회에서 했던 강성 발언들을 그대로 옮긴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김 후보가 지난 1월 17일 게재한 ‘김준교 대표 자유한국당 청년최고위원 출마선언’ 영상 속 출마의 변은 후보자 연설 주요 내용과 정확히 일치했다. 특이하게도 다큐멘터리 영화 <더 플랜>(2017)을 연상시키는 ‘수개표’ 주장을 제외하고 말이다.
“저는 문재인을 탄핵시키기 위해 이번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청년 최고위원으로 출마하려고 합니다. 제 공약은 첫 번째가 문재인 탄핵, 두 번째가 전면 수개표 실시입니다. 지금 문재인을 탄핵시키지 못하면 자유대한민국은 사라지고 북한 김정은의 지배를 받는 노예 국가가 됩니다. 또한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를 위해 전자개표기를 사용하지 말고 다른 선진국들처럼 수개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위대하신 당원 동지 여러분께서 저에게 90% 이상 투표를 해 주시면 종북 좌파 문재인을 반드시 탄핵시켜 버리겠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새롭고 강력한 리더십을 필요로 합니다. 2018년이 문재인 탄핵을 준비하는 한 해였다면, 2019년은 문재인 탄핵을 실천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 <이미지 출처=유튜브 채널 '김준교의 문탄라이브' 캡처> |
‘태극기 청년’을 청년최고위원 후보로 내세운 자유한국당
그렇다면 김 후보가 지지하는 당 대표 후보는 누구일까. 당연하게도, 김준교 후보는 열렬하게 김진태 당 대표 후보의 선거를 돕는 중이다. 김 후보는 유튜브 방송에서 “김진태가 당 대표가 안 되면 나라 망할 것 같아 목숨 걸고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진태 당대표는 문재인 탄핵의 지름길”, “언론이 외면하는 김진태, 트럼프처럼 당선된다!”는 제목의 영상도 본인의 유튜브에 여럿 게재한 상태다.
사실 김 후보가 언론의 주목을 받은 건 처음이 아니다. 1982년생으로 서울과학고와 카이스트 산업공학과 출신인 김 후보는 2007년 이회창 대선 후보의 사이버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지난 18대 총선에서 자유선진당 후보로 서울 광진갑 선거구에 출마했고, 19대 총선에선 역시 자유선진당 대전 지역 예비후보로 등록한 바 있다.
하지만 김 후보가 선거보다 세간의 관심을 끈 건 SBS 예능 프로그램 <짝>에 출연한 이력 때문이기도 하다. 김 후보는 지난 2011년 방송된 <짝> '모태솔로' 특집에 ‘남자 3호’로 출연했다. 이후 19대 총선을 앞두고 <짝> 인터넷 카페에 “안녕하세요. 17기 모태솔로 남자3호 김준교입니다. 정말 쌩뚱 맞지만(?) 현재 19대 국회의원선거 후보로 대전 유성구에서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습니다”라는 근황 글을 올려 관심을 끌기도 했다.
김 후보의 이러한 궤적과 발언은 마치 청년 보수 정치인이 어떻게 ‘극우화’되어 가는가, 또 자유한국당이 얼마나 극우화 되었나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책임은 이런 후보를 애초에 걸러내지 못한, 아니 그럴 의지가 없는 자유한국당의 의도된 무능에 있을 것이다.
▲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자는 SBS '짝' 모태솔로 특집에 남자3호로 출연한 바 있다. <사진출처=SBS 화면캡처> |
한편 14일 합동연설회에서 다른 목소리를 낸 청년최고위원 후보도 있었다. “김진태 데리고 좀 우리 당을 나가달라! 이래서 수권정당 할 수 있습니까? 우리가 무슨 대한애국당입니까?”라고 한 조대원 후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날 청년 최고위원들은 대체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타깃 삼아 정권 비판적인 내용을 쏟아냈다. 검사 출신 정미경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겠다. 당신은 좌파인가요. 친북인가요. 그래서 북한 편만 드나요”라며 김 후보와 다를 바 없는 색깔론을 펼쳤다.
“작금의 한국당의 행태를 보면 박근혜정권의 탄핵을 통해 처절한 반성과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도 시원찮을 판에 다시 과거 군사독재의 향수를 잊지못해 회귀하려는 불순한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감지됩니다.
그런 수구반동적인 집단속에 개혁보수의 상징인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이 그곳에 걸려있다는 자체가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빙탄지간입니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과거 수구적인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확인되면 반드시 아버님의 사진은 그곳에서 내려주기를 바랍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것으로 알려진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가 14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5.18 망언 논란 등을 염두에 둔 듯 자유한국당을 비판한 김 상임이사는 심지어 30대 청년인 김준교 최고위원 후보의 수구반동적인 발언들을 어떻게 바라볼까.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YS의 사진이 내려올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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