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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부족한 ‘투기 의혹’ 보도, SBS는 왜 무리수뒀나

기사승인 2019.02.09  17: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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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리한 투기 의혹 보도가 20분? 전파 사유화”

2018년 5월 23일 발족한 민주언론시민연합 시민 방송심의위원회(이하 민언련 시민 방심위)는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해 각종 왜곡‧오보‧막말‧편파를 일삼는 방송사들을 규제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민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출범했다. 시민 방심위는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30분, 새로운 안건을 민언련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여 시민들이 직접 제재 수위 및 적용 조항을 제안하도록 하고 있다. 아래는 1월 30일 오후 6시 30분부터 2월 7일 오전 10시까지 집계한 34차 심의 결과이다.

시민 방심위 34차 안건 1,432명 심의

근거 부족한 ‘투기 의혹’ 보도, SBS는 왜 무리수뒀나

시민 방송심의위 34차 안건은 SBS <8뉴스>(1/15)였다. SBS는 15일부터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매입 관련 의혹을 제기했는데 첫 날 보도에서 “문화재로 지정되고 나서 (손 의원)건물값이 4배 정도 상승”, “투기 바람 우려” 등의 내용을 보도해 ‘손혜원 투기 의혹’에 초점을 맞췄다. 이 때문에 타 매체에서 ‘손혜원 투기’로 명명한 보도가 폭발적으로 쏟아졌고 이에 각계에서 투기는커녕 재산권 행사조차 어렵다는 반박이 나왔다. 그러자 SBS는 17일, “투기라고 발언한 적 없다”며 한 발 뺐으나 이미 보도는 ‘고위직 비위 고발’이라는 애초 취지에서 벗어나 정치적 논란으로 번지고 말았다. SBS는 ‘투기 보도’를 부인했으나 해당 보도는 분명 투기 의혹을 전했으며 특히 ‘건물값 4배 상승’은 목포MBC에서 ‘팩트체크’를 하면서 명백한 오보임이 밝혀졌다. SBS가 정확한 수치 등 아무런 근거 자료나 출처를 제시하지 않은 점도 오보 논란을 부추겼다.

“좋은 보도하던 SBS, ‘손혜원 투기’ 보도 관계자는 제재해야”

해당 안건에 총 1,432명의 시민들이 심의 의견을 제출했다. 재승인 심사에 벌점이 있는 ‘법정제재’가 1,426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벌점이 없는 ‘행정지도’가 4명, ‘문제없음’은 2명이다.

여전히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SBS가 여러 정황을 보도하고 국회의원 전원의 문제로 공론화시킨 ‘국회의원 이해충돌 행위’ 의제가 영향력이 있어 해당 보도의 심의도 의견이 갈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 보도에도 엄중한 객관성의 잣대를 적용했으며 TV조선‧채널A의 ‘막말‧왜곡‧편파’ 방송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 34차 안건(SBS <8뉴스>(1/15)) 심의 결과 Ⓒ민주언론시민연합

그간의 안건에 비해 제재 수위가 다소 낮아지기는 했다. 평균 62%였던 최고 수위 제재 ‘프로그램 중지‧수정‧정정’은 57%로 떨어졌다. 다만 여기서 떨어진 수치가 ‘행정지도’나 ‘문제없음’으로 이동하지는 않았고 ‘관계자 징계’로 모두 옮겨갔다. ‘관계자 징계’는 그간 25%의 평균치를 나타냈으나 이번 34차 안건에서 36%로 치솟았다.

시민 방송심의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그동안 TV조선‧채널A 방송 중 유독 패널 개인의 막말이나 방송을 구성한 제작진의 잘못이 두드러진 경우 ‘관계자 징계’에 더 큰 비중을 뒀다. 이번에도 수치상으로는 같은 현상이 나타났지만 시민들이 SBS에 ‘관계자 징계’를 가한 사유는 확연히 다르다. 그동안 ‘삼성 차명 부동산’ 등 양질의 탐사보도를 내던 SBS ‘끝까지판다’ 팀이 이번 보도에서 큰 실책을 저지른만큼 ‘손혜원 부동산 투기 의혹’ 보도의 관계자만 징계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관계자 징계’를 의결한 시민들은 “‘끝까지 판다’의 좋은 보도도 많았습니다. 이번 보도의 관계자가 문제입니다”, “끝까지판다팀도 사람이라 실수할 수 있으나 그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발뺌하려 한 후속 보도들이 더 큰 문제” 등의 의견을 남겼다.

“증거가 핵심인 탐사보도에서 ‘투기 이미지’만 만든 보도”

시민 방심위원회는 34차 안건에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을 제14조(객관성), 제15조(출처명시), 제17조(오보정정)으로 제안했다. ‘없음’과 ‘기타 적용 조항 의견’도 택할 수 있도록 명시했고, 시민들은 적용 조항을 중복 선택할 수 있다.

   
   
▲ 34차 안건(SBS <8뉴스>(1/15)) 적용 조항 Ⓒ민주언론시민연합

제15조(출처명시)는 “방송은 직접 취재하지 않은 사실 또는 다른 매체의 보도를 인용하거나 자료를 사용할 때에는 그 출처를 명시하여야 한다”는 규정인데, SBS는 해당 보도에서 ‘손혜원 측 건물값이 4배 상승했다’고 전하면서도 그 어떤 근거 자료도 제시하지 않았다. 기자가 ‘주민들이 그렇게 말한다’고 보도했는데 직후에 나온 시민단체 대표의 인터뷰는 ‘투기 바람 우려’만 강조한 내용이다. 사실상 아무런 ‘출처’도 밝히지 않은 ‘카더라’에 가깝다.

이렇듯 제15조(출처명시)를 정면으로 위반한 보도였으나 시민들은 기본적으로 객관성이 없는 보도라는 점에 무게를 뒀다. 제14조(객관성)이 96%, 제17조(오보정정)이 81%로 ‘사실과 다른 보도’라는 점과 직결된 조항들을 압도적으로 적용했으며 제15조(출처명시)는 54%에 그쳤다. 다만 의결 사유에는 ‘출처명시 의무’를 포함한 의견들이 많았다. “구체적 증거 없이 카더라 식의 주장을 내세우고, 증거를 지속적으로 찾아야 하는 탐사보도는 방향을 잃고 점차 퇴보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기자들의 말바꾸기가 계속되었다”, “팩트 확인이 부족한 상태에서 추측을 얹어 여론을 호도할 목적의 보도” 등의 의견은 모두 ‘객관성’과 ‘출처명시 의무’를 함께 지적한 내용이다. ‘관계자 징계’의 한 시민은 3개 조항을 모두 적용하며 각 조항별 적용 사유를 따로 명시해 전문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시민은 제14조(객관성) 적용의 이유를 “SBS 보도를 보면 손 의원의 목포 부동산을 ‘서울의 아파트 1~2채’처럼 묘사해 마치 ‘32평짜리 9채’를 매입한 것처럼 오해하도록 보도했다. 이는 투기, 부도덕 등 부정적 이미지를 주려 시청자에 혼동을 야기한 보도”라 밝혔고 제15조(출처명시)는 “보도에서 출처라 할만한 것은 등기부등본인데 오히려 왜곡의 도구로 사용됨”이라는 근거를 달았으며 제17조(오보정정)에는 “목포 MBC보도만 모니터링해도 오보임을 알았을 것인데, 정정하지 않고 다음날부터 ‘이해충돌’, ‘구매한 건물 수 증가’ 등으로 프레임을 변경함”이라 질타했다. 실제 심의위원들이 참고해야 할 구체적인 심의이다.

“무리한 투기 보도가 20분? 전파 사유화”

그간 양질의 탐사 보도로 호응을 샀던 SBS가 처음으로 시민 방송심의위 안건으로 상정되자 시민들은 ‘근거와 출처가 없는 오보’라는 눈에 띄는 지점 외에도 다각도의 심의 의견을 남겼다. 그 중 특히 눈여겨볼 점은 ‘반론 보장 의무’와 ‘전파 사유화’라는 비판이다.

이번 안건 의결 사유에는 “문화재로 지정되면 오히려 재산권 행사가 어렵다는 점도 보도했어야 하며 건물값이 4배 올랐다는 내용은 부풀린 것으로 정정했어야 한다”, “보도의 당사자(손혜원) 측 의견은 철저히 배제한 불공정 보도” 등 유독 ‘반론 보장 의무’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이는 SBS가 15일부터 17일까지 ‘투기 의혹’을 내비칠 당시 보도에서 손혜원 의원 측 입장을 제대로 반영 또는 취재하지 않았다는 비판과 맞닿아 있다. 손 의원도 SBS가 자신에게 물어볼 부분도 묻지 않은 채 논란의 ‘남동생’ 측만 인터뷰했다고 토로한 바 있다. 특히 안건으로 상정된 보도의 경우 노골적으로 ‘투기’를 암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손 의원 측 입장은 제시하지 않았다.

SBS보도가 ‘전파 사유화’라는 지적도 뼈아프다. 시민들은 “전파 사유화 보도”, “무리하게 투기라고 못 박고 그것을 꿰맞추려 뉴스 시간을 무려 20분이나 할애한 것은 무리한 기획” 등의 의견을 남겼다. SBS는 1월 15일부터 23일까지 9일간 무려 32건의 ‘손혜원 부동산 의혹’을 보도해 하루 평균 3~4건의 비중을 보였다. SBS <8뉴스>의 하루 총 보도가 대략 23건, 방송 시간은 35분 정도임을 감안할 때 상당한 분량이며 최대 7건까지 보도한 날도 있다. SBS가 ‘게이트급’ 보도를 하면서 손 의원 이슈를 띄우자 타사까지 모두 가담하면서 ‘손혜원 투기’가 ‘사법농단 수사’ 등 여타 이슈를 덮어버렸다. 언론 전체의 이슈 편중에서 SBS의 책임이 거론될 수밖에 없다. SBS가 사안의 본질로 주장한 ‘이해충돌 행위’의 보도 가치가 충분하나 이 역시 ‘게이트급’ 보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 ‘이해충돌’로 보도하고자 했다면 손 의원 뿐 아니라 국회의원 전체로 확대해 긴 호흡으로 보도했어야 한다.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보도를 집중해 손 의원만 겨냥한 SBS와 달리, 뉴스타파 <세금도둑 국회의원 추적> 시리즈는 무려 2년 간의 탐사 보도로 여야를 막론한 ‘세금 오남용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시민들은 이러한 SBS의 태도에 특정한 의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전파 사유화”라 비판한 것이다.

34차 심의에 참여한 시민 구성

이번 심의에 참여한 시민은 총 1,432명 중 남성 977명(68%), 여성 454명(32%), 기타 1명/ 20대 41명(2.9%), 30대 261명(18.2%), 40대 732명(51.1%), 50대 335명(23.4%), 60대 이상 63명(4.4%)이었다.

민언련이 이처럼 의견을 남겨주신 시민의 연령대와 성별을 취합해 공개하는 이유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구성이 보다 다양한 계층을 대변할 인물들로 구성돼야 한다는 취지 때문이다. 지난 3기 방통심의위 심의위원에는 9명 전원이 남성이었고, 고연령층이었다. 이 같은 구성에서 오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 민언련 시민 방심위는 의견을 취합하면서 계속 성별과 연령대를 함께 취합하고자 한다.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http://www.ccdm.or.kr)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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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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