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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3대 독자’ 기사 해명, 그보다 훨씬 논리적인 댓글들

기사승인 2019.02.08  10: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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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내부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설명, 누가 괴물을 만드는가

“50, 60대 남성이 자기누이네 집에 부인을 데려가 사돈댁 어른들 제사준비를 거들고 참견한다고? 1년에 서너 번 제사 지내는 집에? 대가 끊긴 것도 아니고 기자 아들이 있는데...? 80쯤 되었을 외할머니가 딸네 집에 와 남편 차례를 지낸다고? 그럼 그 쪽 집이 대가 끊겼나? 아 너무 궁금하다….”

CBS 변상욱 대기자는 7일 <‘명절파업’ 어머니 대신 ‘3대 독자’ 차례상 첫 도전기>에 대한 <중앙일보>의 사과문 아닌 사과문에 이런 반응을 남겼다. 이날 오후 <중앙일보>는 지난 설 연휴 ‘조작 기사’ 논란을 부른 해당 기사와 관련해 <'차례상 도전기' 기사에 대해 독자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란 제목의 해명문을 게재했다. 

“최초 보도 내용에 담긴 삼촌·숙모·형수는 외삼촌, 외숙모, 외사촌형수 등 모두 기자의 어머니 쪽(외가) 식구를 뜻합니다. 기사에 처음 적은 '할머니'도 외할머니입니다. 차례나 제사와 관련해 친가와 외가 쪽의 기억을 함께 쓰다 생긴 일이며 혼란을 없애기 위해 친가(고모·고모부) 쪽 얘기로만 수정했습니다. 이번엔 외할머니가 기자의 집으로 오셔서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차례도 별도로 지냈기 때문에 오해가 커졌습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3번에 걸쳐 수정한 기사에 등장하는 친척들은 모두 외가 식구들이고, 기자가 외가와 친가 쪽 기억을 같이 쓰다 보니 혼란스러운 내용을 그대로 기사에 반영했다는 얘기가 된다. 심지어 기자의 집에서 외할머니가 직접 와 외할아버지의 차례를 별도로 지냈다는 것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변 기자가 “그 쪽 집이 대가 끊겼나?”고 지적한 이유다. <중앙일보>는 그러면서 인턴기자로 알려진 해당 기자에 대해 아래와 같이 부연했다.  

“이번 기사는 어머니를 대신해 아들이 차례 음식을 차려본다는 취지에서 작성됐고 장보기부터 뒷정리까지 기자가 직접 했습니다. 기사에서 밝힌 ‘3대 독자’도 사실입니다. 이병준 기자는 1남 2녀 중 막내, 기자의 아버지는 1남 5녀 중 넷째, 기자의 할아버지는 외아들입니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사실에 바탕을 둔 뉴스’ 강조한 <중앙일보>의 해명

“중앙일보는 사실에 바탕을 둔 뉴스를 독자 여러분께 전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중앙일보>는 해명 기사 말미에 이런 문장을 덧붙였다. “사실에 바탕을 둔 뉴스”라는 대목이 실소를 머금게 한다. 해당 기사가 지난 6일 오전 6시에 게재된 이후 온라인상에서 엄청난 지적을 받으며 ‘허위 기사’, ‘조작 기사’ 논란을 낳은 것을 상기하면, 이러한 사과나 해명 내용 모두 허탈함까지 자아내기까지 한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중앙일보 관계자는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자가 차례·제사와 관련해 친가와 외가 쪽 기억을 함께 쓰다 양쪽 친척 명칭을 뒤섞여 쓰는 실수를 했다. 기자는 3대 독자가 맞고 직접 체험해 쓴 기사도 맞다”며 “(누리꾼) 지적이 일리가 있어 온라인 기사의 잘못 적은 표현을 수정한 것”이라 밝혔다. 

해명문과 마찬가지로 외가와 친가를 뒤섞여 썼다는 설명이었다. 이러한 해명을 그대로 믿는다 해도, 이미 누리꾼들이 수차례 지적한대로 <중앙일보>의 데스크가 팩트체크는 고사하고 일반적인 기사 데스킹마저 허투루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해명이 아닐 수 없다. 

또 이 관계자는 기사 작성자와 관련해 “내부 기사등록 시스템상 문제로 기사를 승인한 기자의 이름이 자동 올라갔다”며 “삭제 후 내보냈어야 하는데 그 부분까지 보지 못하고 최종 바이라인(기사 말미 부분)만 보고 냈다”고 해명했다. 

최초 기사에서 ‘이태윤·이병준 기자’라고 기자 이름을 게재한 이후 논란이 되자 ‘이병준 기자’라고 정정한 데 대한 해명인 셈이다. 논란 직후 이병준 기자는 수습 3개월째로 알려졌다. 이 역시 해명을 믿는다 해도 <중앙일보> 내부 시스템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설명이라 봐도 무방해 보인다. 더군다나, 수습기자의 ‘소설’에 가까운 기사를 제대로 거르기는커녕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독자들과의 신뢰를 져버린 행위는 뭐라 설명할 것인가. 

누가 괴물을 만드는가

“중앙일보의 해명성 사과 기사. 그런데 여기에 자신들은 사실을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궤변을 구태여... 이게 독자에게 사과하는 태도인가? 언론사가 리스크 매니지먼트도 서툴다. 링크를 건 이유는 사과기사보다 댓글들 보시라고. 기사보다 훨씬 논리적이다. 웃프다.”

7일 <중앙일보>의 해명을 접한 KBS 최경영 기자의 일침이다. 실제로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기사의 빈 구석을 요목조목 비판하고 있었다. 

“20년 고생하셨으나 마침 자신의 친 아버지 (기자의 외할아버지) 제사를 모셔야 하는 시점에 명절파업이라는 걸 하신 기자의 어머니... 참으로 해괴한 일일세...”, “지금 이 기사 고대로 믿는다해도 기자네 어머니가 자기 아버지 차례상 못차리겠다고 파업했다는건데 이건 이것대로 패륜인데 거기다 그걸 또 기사화 시킨 기자 인성 무엇”이라는 반응이 대표적이다. 

“거짓 인물을 창조하지 말 것, 그건 괴물을 만드는 짓이다.”

<중앙일보>의 해명을 접한 변 기자의 반응 중 일부다. 그러면서 변 기자는 팩트를 조작해서 고초를 치렀던 일본 NHK의 사례를 소개했다. 과연 <중앙일보>의 이번 오보가 하나마나한 해명으로 그칠 일인지 의문이다. 아니다. 이 참에 심각한 오보를 내고도 안일하게 대처하는 한국의 언론 문화에 대해 재고하는 기회로 삼아도 부족함이 없을 ‘사고’라 할 만 하다. 과연 누가 괴물을 만드는가. 그에 대한 답을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지 않을까.  

“일본 NHK는 히말라야 깊은 산 속의 작은 나라 무스탕 제국을 탐사한 다큐멘터리에서 팩트 영상을 조작했다. 대가는 혹독했다. 회장이 감봉 20% 6개월, 제작 책임자 정직 6개월, 이사급 방송총국장 등 관련자 다수 경질에 회장이 사과회견.

우리 현실로는 회장이 나서서 잘못을 사죄하고 자신의 봉급을 깎는 일본 공영방송이 부럽다. ‘회색은 검어지지 다시 희어지지 않는다’. 조작연출을 하다보면 점점 커지는 건 당연하다. * 실존하지 않는 인물을 창조하지 마라, 그건 괴물이다. * 정직해라, 정직에 실패했다면 빨리 정정하고 사과하라.”

하성태 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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