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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서 더 슬픈 약력, 김용균은 2018년의 전태일이었다

기사승인 2019.02.06  16: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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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9일 국민 성원·공감 속에 무사히 장례식 거행되길

‘1994.12.06. 경상북도 구미시 출생
2018.09.17. 한국발전기술 입사, 서부발전 태안화력본부 트랜스퍼타워(TT04C TT05A)배치
2018.12.11. 03:23 컨베이어밸트(CV-09E Tail Turn-Over 구간)에서 발견’

참으로 짧다. 그래서 더 슬프다. 설날 당일이던 5일 ‘청년비정규직故김용균시민대책위’가 공개한 청년비정규직 故 김용균노동자 민주사회장 공고에 게재된 고 김용균씨의 약력은 너무 짧았다. 그렇게 짧아서 더 안타깝고 슬픈 김용균씨의 장례가 시민장 형태로 오는 9일 치러진다. 

시민대책위는 “김용균이 떠난지 62일째인 2월 9일, 그를 보냅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으로, 김용균과 함께 갑시다”라는 호소와 함께 장례위원 모집 사실을 알렸다. 장지는 마석 모랑 공원으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시작으로 태안화력발전소와 서울도심에서 노제를 치루고 광화문 영결식 후 하관이 진행된다. 

그리고 장례 일정이 공개된 5일,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 후속대책 당정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조사위원회의 조속한 구성 및 연료·환경 설비 운전 분야에 대한 공공기관으로의 정규직 전환 등을 골자로 하는 ‘발전산업 안전강화 및 고용안정 TF를 구성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발표한 발표문의 주요 내용은 이랬다. 

   
▲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고 김용균씨 분향소 앞에서 열린 당정 발표에 대한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최준식 김용균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공공운수노조 위원장), 박석운 김용균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등이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 후속대책 당정협의의 의미

‘첫 번째,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진상규명위원회를 조속히 구성, 운영하여 사고가 발생한 구조적 원인을 조사하여 재발 방지 및 구조적, 근본적 개선 방안을 마련, 시행한다.’
‘두 번째, 석탄발전소 작업 현장에서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2인 1조로 시행되는 긴급 안전수칙을 철저히 이행하고 적정 인원을 충원하도록 하는 한편 향후 공공기관 작업장 내에 발생하는 중대 재해 사고는 원, 하청을 불문하고 해당 기관장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다.’ 
‘셋째, 금번 사고가 발생한 연료, 환경설비 운전 분야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으로의 정규직 전환을 조속히 매듭 짓는다. 전환 방식, 임금 산정, 근로조건 등 구체적 사항은 발전 5사의 노사전 통합협의체를 통해 논의키로 한다.’
‘넷째, 정상 정비분야는 노사전 통합협의체를 구성하여 위험의 외주화 방지라는 원칙 하에 세부 업무 영역을 분석하여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 근로자의 처우 및 정규직화 여부 등 고용의 안전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다섯째, 당정은 이상의 방안이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가칭 발전산업안전강화 및 고용안정 TF을 구성, 운영, 지원한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출신이자 당정 협의에 참가한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5일 페이스북을 통해 협상 과정을 설명하며 “지난 두 달여의 시간은 눈물의 시간이자, 동시에 공공성 확보라는 나라의 근본을 바로 잡는 시간”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 의원은 “당사자인 발전소 현장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노동자 대책위와의 충분한 공감대와 협의 속에서 위험의 외주화 근본적 해소라는 원칙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당정이 천명했습니다”라며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해 일시적인 사고 조사 차원을 넘어, 근본적인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발전소 전반에 대한 조사와 개선방안을 약속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우 의원은 또 합의의 의미를 이렇게 부연했다.  

“안전대책과 더불어 적정인력 확보, 원청인 공공기관장의 엄중한 책임 소재를 물음으로써 안전대책의 실효성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공공부문부터 위험의 외주화를 양산하고 노동자의 고용과 질 등을 악화시켜온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하겠다는 국정과제에 맞게 정규직화 원칙에 합의했습니다. 

경상정비 민간경쟁입찰로 인한 고용 불안, 낮은 처우 개선을 위해 입찰 기준 강화, 제대로 된 노무비 지급 등 고용 안정성 강화의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제도 개선과 정규직화 원칙 방인이 지속적이고 근본적으로 실천될 수 있도록 당정 TF를 구성해 그 이행과정을 점검하고 뒷받침할 것입니다.”

   
▲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고 김용균씨 분향소 뒷편에서 열린 합동차례에서 박석운, 김태연 김용균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 등이 절을 올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용균은 2018년의 전태일이었다 

“김용균 청년비정규직의 안타까운 희생이 참 많은 계기를 우리에게 주었다. 그는 2018년의 또 한 명의 전태일이었고 그의 어머님이 또 한 분의 이소선 어머니셨다. 서울대병원으로 빈소를 옮기고 시민사회대표단이 집단 항의단식에 들어가고…. 

무엇보다 수많은 시민노동자들의 추모와 연대가 다시 노동의 문제를 사회의제화하고 미온적인 정부를 강제해냈다. 남은 과제는 비정규직100인 대표단이 받아가겠다 하니 그들이 다시 김용균이다. 이제 보내드려야 하지만 영영 잊지못할 청년비정규직 김용균.”

송경동 시인은 5일 고 김용균씨 관련 당정 합의와 장례 일정이 공개된 이후 이러한 추모글을 남겼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송 시인의 “(김용균은) 2018년의 또 한 명의 전태일이었고 그의 어머님이 또 한 분의 이소선 어머니셨다”라는 문장을 말이다. 그 또 한 분의 이소선 어머니인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도 같은 날 서울 광화문광장 내 분향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렇게 호소했다. 

“제 아들, 빛 같은 그 아들이 나라에 의해 죽임을 당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도 모르겠고, 이제 아무런 희망도 없습니다. 아들의 처참한 죽음에 제 가슴은 너무 억울하고, 분통 터지고, 가슴에 커다란 불덩이가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그 느낌 때문에 용균이 동료들, 다른 사람들 살리고 싶었습니다. 그 부모들이 저 같은 아픔 겪지 않게 하고 싶었습니다(중략).

이 일을 자기 일처럼 여기고, 이 땅 서민들이 살 수 있게 힘 모아주십시오. 더 이상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안전한 환경 만들어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우리 아들처럼 죽지 않게, 여기서 끝내야 합니다. 지금 나라에서는 대기업과 정치인, 정부가 힘을 합쳐서 우리 서민들을 비정규직 만들었습니다. 일자리 못 구하고, 일하더라도 용균이처럼 안 좋은 곳에서 일하게 합니다. 우리는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우리가 만들어야 합니다. 이번에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죽을 것 뻔합니다.”

   
▲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고 김용균씨 분향소 앞에서 열린 당정 발표에 대한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설 합동 차례’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세월호 천막을 내달까지 철거하고 오는 4월 세월호 5주기 전까지 기억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합동차례에 이어 열린 기자회견이 열린 광화문에서 김용균씨의 유가족과 세월호 유가족이 만나 슬픔을 나눴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민족의 대이동이 이어지고 온 가족이 만나는 대명절에 이렇게 씻을 수 없는 슬픔을 나눠야 하는 가족들도 여럿이었다. 

부디, 고 김용균씨의 장례가 국민들의 성원과 공감 속에 무사히 치러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번 당정의 합의 역시 김미숙씨의 바람처럼 실질적으로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 벌써 5주기를 앞둔 세월호 참사를 떠올린다면,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이 나라가 짧아서 더 슬픈 젊은이의 생을 처참하게 죽음으로 내몬 것이기에.  

하성태 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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