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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미투는 스포츠계 민주화 운동”

기사승인 2019.02.06  11: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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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 GO 인터뷰 303]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

지난달 쇼트트랙 국가대표로 금메달리스트인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코치에게 당한 성폭행 사실을 폭로해 충격을 주었다. 이후 유도와 정구에서도 미투가 나오며 스포츠계 미투로 확산 되었고 지난달 25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일련의 흐름을 진단하고자 지난달 30일 서울 상암동 한 카페에서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를 만나 스포츠계 미투와 최근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김경문 전 MC 다이노스 감독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최동호 평론가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 <사진=최동호 평론가 제공>

“70년대 완성된 국가주의 엘리트 스포츠시스템 폭발, 미투서 체육개혁운동으로”

-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인 심석희 선수의 성폭행 폭로 이후 스포츠계의 성폭력 문제가 뜨겁습니다. 최근의 흐름은 어떻게 보세요?

“심석희 선수의 스포츠 미투로 촉발돼 다른 선수들도 미투에 동참했죠. 이 문제는 지도자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인 모순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스포츠 미투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성폭력 대책이 아니라 한국체육의 개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체육개혁의 출발점은 한계를 드러낸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분석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보고요. 또 인권, 공정성, 체육 단체의 투명성 같은 민주주의적 가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스포츠 미투에서 시작된 체육개혁 움직임은 체육계의 뒤늦은 민주화 운동이라고 봅니다.

우리 사회와 비교하면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체육계에서 인권이라는 개념이 전면적으로 등장한 건데요. 한국 체육계의 형식은 70년대 완성된 국가주의 엘리트 스포츠시스템인데, 내용에선 선수들이 이전과 다르게 자의식, 자존감 등이 높아졌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형식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겠죠. 엘리트 스포츠시스템이 한계를 노출하면서 체육계 내부의 모순이 폭발한 거라고 봅니다.” 

- 일각에서 학교 체육이 문제니 교육부가 나셔야 한다는데.

“지금까지의 한국 스포츠의 주요 선수 공급원이 학교 체육이었다는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데 학교 체육에서도 이런 폭력과 성폭력이 발생했기 때문에, 학교 체육도 중요한 개혁 대상임이 틀림없죠. 그래서 체육 개혁은 문체부만의 일은 아니고 교육부를 비롯해 여러 기관이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되는 문제이거든요. 학교 체육도 개혁이 쉽지 않은 게, 체육에서도 운동하는 사람들의 목적 중 하나가 명문대학 입학입니다. 프로 선수가 되지 않더라도 이른바 명문대학교의 타이틀이 체육에서도 중요하다는 거죠. 좀 더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 중의 하나인 학벌이 체육계에도 작동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학벌주의, 연고주의 타파가 학교체육 개혁의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일 수도 있겠죠.” 

- 지금 학교에서 운동선수는 공부 안 하잖아요. 그러면 운동을 안 하면 할 게 없으니 운동에 매달리고 폭력과 성폭력이 일어나도 말을 못 한다는 건데.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이 우리에게 남겨준 가장 큰 폐해 중 하나가 선수들을 운동기계로 만든 겁니다. 선수들도 한 명의 인격체로 완성되기 위해서 몸과 마음, 신체와 정신의 밸런스를 갖춰야 하고요. 운동하더라도 그 나이 또래 아이들과 똑같은 학습활동과 정서적 경험을 해야 되는데, 공부를 시키지 않고 운동만 시키고 있고 선수들은 또래 아이들과 아예 분리된 별개의 집단으로 생활하니 은퇴하고 나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일을 많이 봅니다. 이런 잘못을 고치자는 거죠.

체육계 내부에서도 많은 반성이 있었고 자정 노력이 있었습니다. 대학에서는 c0룰이 도입됐습니다. 학점 c0이상을 받지 못한다면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룰도 만들었고, 중고등학교에선 주말 리그도 시행이 되고 있거든요. 그런데 체육계 현장에서는 많은 분이. 반발하고 있죠. 운동을 시작하면, 운동에 올인하죠. 학부모 입장에서도 ‘우리 아이 운동선수인데 공부는 안 해도 좋다. 프로선수가 돼야하고 유명선수가 되어야 한다. 공부 안 시키고 운동만 시키겠다’라고 요구하는 학부모들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 그런데 운동만 해왔던 선수들이 은퇴 후에 한 인간으로서의 세상살이에 실패한 사례들을 많이 봐왔거든요. 그래서 운동선수라고 할지라도 학생 신분일 때는 공부를 함께해나가는 것이 선수가 아니라 하나의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그럼으로써 존중받고 또 배려하는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지금 성폭력 문제가 부각되지만 폭력이 진화하면 성폭력으로 간다는 데 어떻게 연관되죠?

“폭력과 성폭력을 저는 굳이 구별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폭력의 범주에 성폭력이 포함되어있죠. 그리고 선수의 인권을 완전히 짓밟는다는 점에서는 굳이 둘을 구별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남자선수에게 선수 인권을 무시하고 지도자가 선수를 완전히 지배하기 위해서 폭력을 가하는 것처럼 여성 선수들에게 성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구별해서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요. 넓은 의미에서 폭력에 성폭력이 포함된 거죠.” 

- 우리 문화는 사랑의 매도 있고 한국인은 맞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는데 이런 문화가 폭력으로 이어지는 거 아닌가 해요.

“얘기하신 대로 적지 않은 분들이 스포츠에서의 체벌 폭력이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전통문화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말씀을 하시거든요. 실제로 저도 저의 부모님이 청소년기에 무엇인가를 배우러 갔을 때, 저의 부모님은 선생님들한테 때려서라도 제대로 가르쳐달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5차 대회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 심석희 선수가 지난 1월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심석희 선수가 목에 두른 녹색목도리는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최근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린 심 선수에게 위로편지와 함께 보낸 것이다. <사진제공=뉴시스>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은데 첫째, 지도자와 선수 사이에 일어나는 폭행은 절대로 체벌 수준이 아닙니다. 부모님이 때려서라도 잘 가르쳐달라고 할 때 염두에 둔 체벌과 스포츠계에서 벌어지는 폭행은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상상을 뛰어넘는 폭행이에요. 심석희 선수가 이러다 맞아 죽겠다고 얘기했고, 쇼트트랙에서 발생한 또 다른 사건은 아이스하키 채로 맞아서 헬멧이 부서졌거든요. 스포츠계에서의 폭행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체벌과는 구별되는 거죠. 가르치다 보면 때릴 수 있겠지 라는 것과는 완전 다른 개념이라 별개로 생각해야 하고요.

또 하나 유교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박정희 시대인 1960년대부터 시작해서 1970년대에 오늘날의 국가주의 엘리트 스포츠시스템이 완성됐습니다. 운동만 잘하면, 메달만 따면 병역특례도 주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체육전문학교를 만들어서 등록금 면제해주고 메달 따면 포상금 주고 소수의 체육 인재를 선발해 집중 훈련시키는 엘리트 시스템을 박정희 시대에 만들어 놨는데 박정희 시대엔 체육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지도자들이 일제강점기에 일본식의 군국주의 교육을 받았던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목표를 설정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성하고 추진력 있게 나아가는 것을 능력이고 실력이라고 봤습니다. 이런 박정희식 통치방식이 스포츠계에도 그대로 적용됐는데, 목표 달성이 가장 우선이었기 때문에, 메달 따기 위해서 선수들 인권은 유보해도 돼, 메달 따기 위해서는 때려도 된다라는 논리가 허용됐던 거죠. 이런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거죠. 이런 의미에서 맨 처음 말했던 군국주의, 군대 문화, 국가주의 등을 통틀어서 권위주의 문화라고 한다면, 인권을 보장받고 지켜내기 위한 활동을 민주화라고 할 수 있잖아요.

우리 역사에서 민주화의 성과를 내던 시기에 체육계는 우리 사회와 동떨어져 있었죠. 오히려 반민주화의 길을 걸었습니다. 이제 뒤늦게 체육계에서도 인권에 눈을 뜨고 민주주의적 가치인 공정성, 투명성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겁니다. 그래서 저는 스포츠 미투로 촉발된 체육개혁 운동이 뒤늦은 체육 분야의 민주화운동이라고 봅니다.” 

-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을 발표했는데.

“도종환 장관이 얘기했던 것, 스포츠의 가치를 국위 선양에 두지 않겠다고 이야기했고요. 그래서 소년체전도 폐지하고, 국가대표 선수촌을 폐지하고 합숙 훈련 금지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두 가지 정도로 말하고 싶은데, 스포츠의 가치를 국위 선양에 두지 않겠다는 얘기는 획기적인 일입니다. 왜냐면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체육을 책임지고 있는 주무 장관이 이런 이야기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이 단 한마디가 우리 시대의 스포츠가 가야 할 방향을 원점에서 새로 설계하겠다는 말이거든요. 대단히 중요한 선언입니다.

근데 아쉬운 것은 폭풍처럼 몰아치는 체육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 요구들로 인해서 지금은 혼돈의 시기일 수도 있다고 봐요. 일례로 저는 초등, 중등, 고등학교에서의 합숙 훈련은 반대하지만, 국가대표 선수촌 폐지도 반대하거든요. 청소년기 선수들이 합숙을 오래 하면서 잃게 되는 것이 많습니다. 그러나 국가대표 선수촌은 또 다른 의미에요.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축구, 야구 빼면 대부분 비인기 종목입니다. 비인기 종목은 국가대표 선수촌만큼 최적의 환경을 가지고 있는 곳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국가대표 선수촌을 폐지하는 데 반대합니다.

지금은 체육개혁에 대한 열망이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고요. 일부 정제되지 않고 뜨거운 가슴으로만 개혁의 대안을 제시하다 보니, 마치 엘리트 스포츠를 해체하자는 식의 주장도 나오고 있고요. 또 체육개혁을 마치 엘리트 스포츠 해체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계시는데, 엘리트 스포츠도 엘리트 스포츠 나름의 역할과 의미가 있습니다. 체육개혁은 엘리트 스포츠를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라 엘리트 스포츠를 바로 잡자는 것입니다. 엘리트 스포츠 해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요. 우리 시대의 스포츠는 과연 무엇이고 우리는 스포츠를 통해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해 한국스포츠의 새로운 모습에 대한 좀 더 냉정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전명규, ‘성폭력‧폭행 묵인’ 난국 돌파하려 ‘파벌싸움’ 프레임”

- 젊은 빙상인 연대가 빙상계 성폭력 문제 중심에 한체대 전명규 라인 때문이라고 하고 전명규 교수는 대응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파벌 싸움으로 변질되는 느낌도 있는데.

“젊은 빙상인연대의 빙상개혁 운동을 전명규 교수가 파벌 싸움의 프레임으로 전환시켰죠. 젊은 빙상인 연대가 빙상 개혁을 요구하는 행동을 하면서 기자회견에서 전명규 교수를 언급한 이후, 곧바로 전명규 교수가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파벌싸움이라고 규정을 해버렸어요. 저는 쉽게 동의가 가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개혁을 요구하는 세력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분들의 대결이라고 보거든요.

   
▲ 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전 빙상연맹 부회장)가 지난 1월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빙상계 폭력 및 성폭력 사건 은폐 의혹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물론 파벌일 수도 있겠지만 파벌의 의미는 끼리끼리 서로 이익을 공유하면서 권력을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그룹이죠. 그런데 새로운 빙상을 만들기 위해 잘못된 것을 고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이런 주장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빙상을 고치자고 이야기하는데 과연 파벌일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전명규 교수가 아마도 자신의 위기, 성폭력과 폭행을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고 이런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적인 전술로서, 자신에 대한 비난과 비판을 파벌 싸움으로 몰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그럼 이 이후 성폭력 문제는 어떻게 전개 될 거로 전망하세요?

“불과 1년 전에 우리를 환호케 했던 주인공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랫동안 폭행, 성폭행을 당해왔다. 은폐 시도가 있었고 선수 한두 명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게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성폭력에 대한 부분에서는 철저한 방지와 재발방지책이 마련돼 가동될 거라고 봐요. 이번 일이 체육계 내부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에 대한 확실한 방지 효과는 줬다고 보거든요.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성폭력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었던 구조적인 원인을 근절하기 위해 체육개혁을 주장하고 있는데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첫 발걸음을 땐 것에 불과하다고 보기 때문에 불안한 감도 없지 않습니다. 지켜봐야 합니다. 이제는 스포츠 미투나 성폭행을 폭로하고 공개하는 시기를 지나 대책을 강구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보고요. 그래서 이제 문체부에서도 장관이 선언한 것처럼 스포츠 가치를 더 이상 국위 선양에 두지 않는 새로운 한국스포츠의 시스템을 설계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그렇다면 문체부에서 일종의 새로운 안이 나올 거고요. 이 안이 현장까지 침투하는 정책화가 이뤄져야죠.

스포츠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개혁의 과정을 지켜보면 처음에 선언이 나오고 위원회가 구성되어 안이 나오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이뤄지는 정책의 결과는 용두사미에 그친 적이 많이 있어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위원회에서 안이 나온다고 그대로 실행되는 것이 아니라 정책화까진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직접적인 이해집단의 로비가 들어오고 국민 여론도 검증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처음의 문제의식에서 나왔던 최초의 선언이나 고치자고 천명했던 처음의 의지도 시간과 과정을 거치면서 변질된 사례가 많다는 겁니다. 때문에 문체부에서 아무리 획기적이고 참신한 새로운 안이 나와도 현장에서 시행이 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지금 당장 엘리트 스포츠 주의자들은 저항에 나섰죠. ‘한국스포츠 망한다. 위기다.’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엘리트 스포츠를 바로잡자고 이야기하는데, 이것을 한국스포츠의 위기라고 오도하는 엘리트 스포츠지들의 반대인데, 이런 반대도 분명히 체육인들의 목소리죠. 때문에 체육인뿐만이 아니라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 하나 우리가 아시안컵 8강에서 탈락했죠. 국제대회에서의 성적 부진이 지금과 같은 과도기에선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보는데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치러야 하는 비용이고 부담이라는 면에서 우리 모두가 인내하고 응원해야 된다고 봅니다.” 

- 성폭력 문제를 다루는 언론 보도도 짚어봐야 할 거 같아요. 일부 언론은 가십성이나 선정적으로 다루는 느낌도 있는 것 같은데.

“조금은 아쉬운 점이 있거든요. 왜냐면 성폭력이다 보니 선정적이고 좀 더 자극적인 사례, 체육개혁에는 초점을 맞추지 못한 채 또 다른 피해자는 누구냐 이런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보도는 정말 옐로우 저널리즘의 전형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전의 여러 가지 사건이나 사고에 비하면 그래도 언론이 침착하게 한국스포츠가 가야 할 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봐요.” 

   
▲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의원과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 박지훈 변호사가 지난 1월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빙상계 성폭력 추가 폭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지난 28일 야구 대표팀 감독으로 김경문 전 NC 감독이 선임 됐는데.

“저는 지금 단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봐요. 특히 김경문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에서 언론에서 이야기했던 박찬호, 이승엽 전 선수의 코치설과 관련해서 아주 현명하고 용기 있는 판단을 내렸다고 보거든요. 선수보다 코치가 빛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는데, 이게 맞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쉽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서 김경문 감독이 좀 다르게 보이는 겁니다.

국가대표 감독이란 자리는 성적뿐만이 아니라 신경 써야 할 것이 참 많습니다. 성적은 당연하고 여론도 의식해야 하고 수많은 고비마다 1승과 1패에 따라 평가도 달라지거든요. 수많은 국가대표 감독을 보면서 제가 깨달은 것 중의 하나는 인기를 좇거나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가대표 감독은 결국에 실패한다는 겁니다. 여론을 쫓아간다는 것은 인기의 영합하려고 하는 거고요. 결국엔 자신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돌리게 됩니다. 반대로 여론이나 인기보다는 자신의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감독도 있거든요. 때때로 여론과 부딪히기도 하지만 결국엔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감독이 있습니다.

박찬호, 이승엽 같은 스타 선수를 코치로 영입하면 얘깃거리도 많아지고 관심도도 집중되고 일단 지금은 팬이나 국민 요구에 부합하는 결정이 되는 건데, 박찬호, 이승엽 전 선수 모두 지도자로서의 경험이 없죠.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실패하게 되면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릴 것도 뻔합니다. 김경문 감독이 한 얘기의 방점은 ‘아직 이승엽을 아껴야 한다’에 찍혀 있다고 보는데요. 이 얘기는 그들이 한국야구의 소중한 자원이기 때문에 필요할 때 한 번 쓰고 버리는 소모성 코치가 돼서는 안 되고 지도자로서 롱런할 수 있게 나름의 지도자로서의 경력관리를 해줘야 된다는 의미라고 봅니다.” 

- 야구 국제 경기가 별로 없으니 전임 감독제가 필요하냐는 의견도 있는데.

“전임감독 논란은 의미가 없다고 봐요. 왜냐하면 전임감독이 왜 필요한가라는 문제 제기는 상황 논리였다고 봅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춘 문제 제기일 뿐 통찰이나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전임감독은 이미 수많은 국제대회를 거치면서 논의됐고 야구팬들도 동의했던 제도이거든요.

지금 한국야구의 목표는 2020년 도쿄올림픽 금메달입니다. 그 첫 번째 관문은 올해 열리는 프리미어 12예요. 이런 쉽지 않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당연히 전임감독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요? 그때그때 임시처방식의 감독 선임이 한계를 노출하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야구는 대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전임감독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대회가 많은 시기입니다. 그냥 대회가 아니라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있는 시기입니다. 때문에 지금은 분명히 전임감독이 필요한 시기죠.”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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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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