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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작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현재도’ 없다”

기사승인 2019.01.31  14: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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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발 책터뷰] ‘3.1운동, 상해임시정부 100년’ 기념 소설 <상해임시정부>

3.1만세운동, 상해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2019년, 추리, 역사 소설 전문 작가 정명섭 씨가 소설 <상해임시정부>를 출간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정부 상해임시정부를 다룬 소설 <상해임시정부>는 정부 수립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소설로 식민지 청년 독립운동가들의 활약과 눈물겨운 투쟁이 담겨 있다. 

정명섭 작가는 대한민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올바른 방향으로 가게 한 것은 국민이고 그 시작점이 3.1만세운동과 상해임시정부 수립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언제든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면 그 때처럼 다시 들고 일어서야 한다고 했다.

정명섭 작가는 또 건국절 논란, 일본 초계기 사건 등 연일 시끄러운 정치권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인터뷰는 지난 25일 서울 망원동에 있는 추리소설 전문 카페에서 이루어졌다.

   
▲ 정명섭 작가가 <상해임시정부> 책을 보고 있다. <사진=박효연 기자>


# 시대를 넘은 사람들의 이야기

Q 올해가 3.1만세운동,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되는 해예요. 뜻 깊은 해에 소설을 발표했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저는 지나간 순간이 역사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역사의 주인이 누구냐라고 질문했을 때 우리들이라고 얘기해요. 하지만 어떤 측면에 있어서는 소수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1919년에 이뤄진 3.1만세운동과 이후 상해임시정부 수립은 정말로 소수의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이뤄진 거고 그게 대한민국 현대사를 이루는 직접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더 많이 기억하고 인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했던 순간을 담은 책이라 개인적으로도 무척 의미가 있습니다. 

Q 소설 <상해임시정부>를 쓰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일단 출판사의 청탁이 있었고요. (웃음) 3.1운동, 임시정부수립은 올해 100주년이라 작년, 재작년부터 준비는 하고 있었어요. 청소년, 어린이 책 쪽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소설을 써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쓰게 됐어요. 

소설을 포함한 모든 창작은 사회적 이슈와 멀어질 수 없거든요. 최근에 문학이 사람들 곁에서 많이 떠나고 버림을 받은 이유가 사회적인 공간에서 스스로 멀어졌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어요. <상해임시정부> 같은 책을 통해 문학이 우리 곁에 있다, 우리를 기억하게 하는데 중요한 장치가 된다는 걸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Q 소설에서 2.8독립선언, 3.1만세운동, 대한민국 최초의 정부, 상해임시정부 수립까지의 이야기가 옆에서 지켜보듯 생생하게 그려내셨어요. 철저한 고증은 물론이고 상상력까지 더해져서 한편의 블록버스터를 본 기분이었어요. 자료 조사는 어떻게 했나요?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에 하나가 그거예요. 이걸 쓰겠다고 하고 자료를 모으면 명백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시간적 제한도 있고요. 저는 예전부터 역사,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평소에 자료를 모으고 있었고요. 

소설에서 여운형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이 흘러가는데 여운형 선생 같은 인물은 우리한테 광복 후 좌우합작운동을 진행하다가 암살당했다는 것 정도밖에 알려져 있지 않아요. 그것은 몽양 여운형 선생의 아주 일부분만 보고 얘기하는 것이죠. 이 분의 전성기나 중요했던 시기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신한청년당 활동했던 시기와 3.1운동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시기 같은 날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들이 부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것 중심으로 구하게 됐어요. 자료를 구하다보니 제 나름의 그 분 일생의 굵직했던 부분들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이 좋아 기본 자료를 구하는데 있어 문제는 없었고요. 독립기념관 같은 경우 자료들이 PDF 파일로 되어 있어서 언제든 받을 수 있어요. 관련 인물들을 연구한 연구자들도 꽤 많이 있고. 3.1운동 발상지나 관련된 국내 장소도 여러 번 가서 살펴보고 했죠. 책을 쓰기 위해 정말 많은 자료를 찾는 건 당연한 거 같아요.

   
▲ 1945년 어느 체육인의 장례식에서 찍은 몽양 여운형 선생. <사진출처=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Q 최소한의 왜곡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셨어요. 어떤 점들을 특히 신경 썼나요?

역사가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명예훼손이거든요. 명예훼손은 사실을 적시해도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문제고 특히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더 엄격하게 처벌을 받고 있고 또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왜냐면 고인은 반박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사자 명예훼손을 더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어요. 

역사물을 쓰다보면 실존인물에 대한 이런저런 변화를 마주할 수밖에 없어요. 그 부분에서 창작의 공간이 들어가는데 이 부분이 사자 명예훼손이 될 수 있어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친일파 이 아무개다 했을 때 후손들이 소송을 걸면 사자 명예훼손에 해당 됩니다. 그래서 TV드라마나 영화에서 실존인물 누구에 빗대어 이름을 한두 글자씩 바꿔서 나오는 거예요. 그게 제일 편한 방법이기도 하고요. 저 역시 그런 부분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죠.

독립운동사 같은 경우는 자료와 증언 자료가 일치하지 않거나 아예 상반된 경우가 있어요. 그리고 특정 인물에 대해서도 이 사람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건조하게 사실적인 묘사를 해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Q 소설에서 몽양 여운형 선생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 돼요. 특별히 몽양 선생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몽양은 굉장히 드라마틱한 인물이에요. 독립운동사 같은 경우는 비장하고 가슴 아픈 게 많잖아요. 몽양 선생은 나중에 상해에서 체포되고 조선으로 압송되는 데 이후 1930년대에는 신문사 사장으로 있을 때 해외여행을 하고 그래요. 그 때 여행기를 신문에 발표하는데 글들을 보면 상당히 유쾌하고 통쾌한 인물이란 걸 알 수 있어요. 그런 점이 매력적이었고요. 3.1만세운동 같은 경우, 주체가 누구냐 하면 당연히 민중들인데 시초를 따지면 여운형 선생을 무시할 수 없어요. 

Q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공허함과 상실감이 들었어요. 책의 내용들이 너무 생생해서 더 그런 거 같은데 저처럼 독자들도 공허함과 상실감을 들것이라 생각이 돼요. 이유가 뭘까요?

사람들은 다들 해피엔딩을 원하거든요. 할리우드 영화가 괜히 가족애와 해피엔딩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니에요. 실제와는 다르지만 사람들이 창작물을 접할 때 원하는 결말은 같아요. 하지만 그런면에서 <상해임시정부>는 좀 다르죠. 그 시대는 해피엔딩이 아니었으니까 그럴 거예요. 

   
▲ <상해임시정부> 정명섭/고즈넉이엔티

Q 상해임시정부의 임시헌장이 상당히 급진적이에요. 그 시대에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요? 

상해임시정부의 임시헌장 임시헌법을 보면 당시로는 서구의 어느 나라에 갖다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급진적이에요. 예를 들어 민주공화국이다,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한다, 거주 이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 마지막에는 광복 후 1년 후 총선거를 실시한다고 되어 있거든요. 그 얘기는 본인들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를 알고 있다는 거예요. 아주 선진적이고 민주적인 거죠. 

조선은 1910년 강제 병합될 때까지 군주정 국가였어요. 비록 나라를 잃긴 했지만 9년 만에 민주공화국이라는 걸 선포할 정도로 굉장히 급진적인 변화를 가져온 거죠. 그걸 단순히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다를 넘어서 나를 되찾은 다음 새롭게 태어난 대한민국을 어떻게, 어떤 식으로 끌고 갈 것이냐를 두고 깊이 고민했다는 거예요. 왕실을 복원하자는 세력들이 많았지만 헌법 제1조 민주공화정이라고 정치체계에 못을 박았다는 것은 단순히 선언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혁명적인 변화를 하려고 했던 거죠. 

# 역사를 마주한 한국 정치

Q 여야의 역사 해석에 관한 질문이에요. ‘건국절 논란’으로 여야가 오랜 시간 동안 대립하고 있어요. 건국절이 왜 중요할까요?

1948년에 대한민국이 탄생했다고 하는 것은 두 가지 의도가 있다고 봐요. 하나는 독립운동사에 참여하지 못했던 친일파, 친일파라는 이름도 사실은 틀렸어요. 매국노죠. 매국노들이 자신의 과오를 덮어버릴 수 있는 가장 큰 것이고 또 하나는 대한민국의 탄생자체가 외세로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경우가 있어요. 48년에 시작됐으면 미국의 존재, 미국이 우리를 독립시켜줬다고 얘기하기가 굉장히 편해지거든요. 

많은 정치인들이 역사를 정치적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굉장히 오만하고 무례하고 역사를 제대로 볼 수 없는 문제라고 봐요. 그게 결국은 매국노들이 제대로 처절 받거나 역사의 심판을 받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한쪽에서는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이 우리나라 광복에 아무런 영향을 못 미쳤다라고 얘기해요. 미국이 태평양전쟁에서 승리해 독립을 쟁취했다라고 하는데 아주 잘못된 생각이고요. 대한민국이 독립할 수 있었던 원인은 카이로 회담 때 장제스가 대한민국의 독립을 전후 처리 과정에서 넣자라고 했던 거였거든요. 그게 아니었으면 처칠이나 루스벨트나 굳이 조선 문제에 대해 언급하거나 신경 쓰지 않았을 거예요. 장제스가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은 임시정부가 벌인 여러 가지 활동들, 특히 윤봉길 의사의 의거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고찰하지 않고 보이는 현상만 얘기한다는 것은 역사를 제대로 보지 못한 사례죠. 그래서 이걸 보면서 저는 얘기해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이것도 맞지만 더 정확하게 하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현재도 없습니다.

   
▲ 대한민국임시정부 신년축하회 기념촬영 (1920.1.1) <사진 출처=바로가기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Q 정치인들이 역사를 보는 시각이 다른 이유가 뭘까요?

정권을 잡기 위해서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세력을 대변하기 때문에 정치인이 하는 얘기는 당사자의 얘기 뿐 아니라 정치인들이 지지하는 세력이 바라보는 시선을 수 있거든요. 초계기 사건 같은 경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했던 발언들은 해당지지 세력들이 어디를 더 무게를 두느냐를 알 수 있죠. 이 사건을 군사적인 측면에서 보면 사실 군 쪽이 대부분 보수적이잖아요. 그런데 이 문제에 있어서 군전문가들 모두 일본 잘못이다라는 게 거의 공통 의견이에요. 그럼에도 이런 전문가들의 말은 듣지 않고 대한민국 정부와 해군이 잘못했다, 자중해야 한다, 일본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식의 말을 할 수는 없죠. 올바른 역사관이 심어지지 않은 게 이런 폐해를 낳는 거죠. 

권리는 그냥 주어지는 게 단 하나도 없어요. 하지만 최저임금 조금 올린다고 나라가 망할 것처럼 하고 남북관계가 조금 좋아지면 나라를 갖다 바쳤다고 하고 그런 것들을 보면 기득권들은 결코 포기하거나 스스로 손을 놓지 않거든요. 

Q 곧 3.1절이 다가옵니다. 3.1만세운동이냐, 3.1혁명이냐를 두고 어떻게 부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3.1운동은 단순히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한 활동도 있지만 이후 대한민국을 한걸음 더 나아가게 했다는 점에서 또는 최소한 혁명적인 변화의 시작점이었다는 측면에서 저는 3.1혁명이라고 부르는 것에 무게를 두고 싶어요. 

# 1919년 그리고 2019년.. 현재 우리는

Q 상해임시정부가 2019년 현재를 사는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저는 대한민국이 시위로 탄생한 나라라고 얘기하거든요. 왜냐면 1919년 3.1만세운동이 상해임시정부로 이어졌고 상해임시정부는 대한민국 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항상 정치인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려고 할 때 스스로 떨쳐 일어나서 제대로 잡았어요. 3.1만세운동, 4.19혁명, 5.18 광주민주화항쟁, 6.10항쟁 그리고 최근에 일어난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까지. 스스로 나와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져가려고 힘을 모았어요. 그 힘의 시작이 3.1만세운동과 상해임시정부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은 이 사회가 굉장히 시끄럽다고 하지만 저는 사회가 역동적일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일본이랑 많이 비교하는데 일본은 수 천 년 동안 단 한 번도 민중의 힘으로 정권을 바꾸거나 세상을 바꾼 적이 없어요. 그런 사회가 가지고 있는 안정감. 이 안정감이 진짜 안정감일까. 

앞으로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지만 또 언제든 잘못된 정치인과 이익집단이 나서서 대한민국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하면 우리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들고 일어서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3.1만세운동 때처럼, 상해임시정부를 만들 때처럼 말이죠. 그런 점에서 아주 큰 의미를 가지죠.

   
▲ 정명섭 작가가 책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효연 기자>

Q 역사 소설을 특히 많이 썼어요. 역사에 특별히 관심을 갖는 이유가 있나요?

일단 첫 번째는 무엇보다 저는 역사 속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두 번째는 사람의 행동이나 가치관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는 개개인은 우주이자 역사라고 말해요. 어떤 사람이 정치적이나 비정치적인 발언을 했는데 왜 이 발언을 하게 됐을까라고 거꾸로 추적해보면 어린 시절에 가족의 영향, 학교에서의 영향, 사회생활 할 때의 영향이 섞이게 되거든요. 그런 부분을 보면 과거라는 측면에서 그 사람이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고 예측하는데 도움이 많이 돼요. 더 나가서 대한민국의 미래도 마찬가지고 저의 미래도 마찬가지예요. 

Q 마지막으로 <GO발뉴스> 후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를 포함해서 <GO발뉴스>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아니라는 뜻이고요. (웃음) 저는 왜 사람들이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지 물어볼 때 그 얘기를 해요. 나의 주인은 바로 나이기 때문에 내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내 가치관을 스스로 돌아보기 위해 역사를 봐야 한다고. 역사를 보기 위해서는 영화나 드라마도 좋지만 가장 좋은 건 책과 언론을 통 할 수밖에 없거든요. 언론도 좀 가려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려서 볼 언론 중에 <GO발뉴스>가 있어요. (웃음)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서 <GO발뉴스> 같은 언론에 관심을 기울여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명섭 작가

대기업 샐러리맨과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를 거쳐 현재는 역사, 추리 소설을 쓰는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 팟캐스트,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하며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살아서 가야 한다>, <달이 부서진 밤>, <멸화군 : 불의 연인>, <명탐정의 탄생>, <상해임시정부> 등이 있다.

박효연 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박효연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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