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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손혜원 성명서’는 반쪽자리다

기사승인 2019.01.23  11: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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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언론의 손혜원 의원 보도는 정당했는가에 대한 성찰이 없다

“공직자는 언론의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다. 손혜원 의원은 일반인이 아니라 공직자다. 공직자로서 처신에 대한 의혹에 대해 언론사와의 소송전으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언론노조가 지난 21일 발표한 성명서 <손혜원 의원은 언론사 소송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가운데 일부입니다.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대목이지만 손혜원 의원과 관련해서 얘기를 한다면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언론노조는 성명에서 “공직자의 처신에 대해 정당한 의혹을 제기한 언론에 대한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손 의원에 대한 ‘분노’를 숨기지 않은 건 SBS와 언론노조인 것 같습니다. 

   
▲ <이미지 출처=전국언론노동조합 홈페이지 캡처>

‘손혜원 의원’ 보도 … 저널리즘 측면에서 반성할 대목은 없었나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SBS를 비롯한 많은 언론의 ‘손혜원 의원 보도’를 두고 정당한 의혹제기인지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모든 보도가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지만 사안에 비해 과도한 보도, 먼지털이식으로 진행된 보도가 온당한 것인가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그런데 언론노조는 성명서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제가 언론노조 성명서를 반쪽자리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오늘(23일) 기자협회보가 보도한 기사 <언론 가치와 취재 관행 돌이켜 보게한 ‘손혜원 보도’>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언론 보도로 손 의원의 남편과 조카, 측근의 가족 등이 목포 근대문화역사공간에 매입한 부동산이 9건에서 15건, 20건, 25건으로 계속 늘어났지만 손 의원이 투기했다는 구체적 물증은 어떤 언론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무더기 고소를 예고하는 것은 향후 언론의 보도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지만 손 의원이 고소 방침을 밝힌 이후 영향을 받은 언론이 있다고 보는지요. 제가 봤을 땐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지면과 화면, 포털에 넘쳐나는 ‘손혜원 기사’를 한번 보시죠. 언론이 손혜원 의원 고소 방침에 영향을 받고 있는지. 

기자협회보도 지적했지만 넘치는 기사 가운데 손혜원 의원이 투기했다는 구체적 물증을 제시하는 언론은 거의 없습니다. 제가 언론노조 성명을 보며 의문부호를 찍은 이유입니다. 언론노조는 SBS를 비롯한 언론보도를 ‘정당한 의혹제기’라고 단정했지만 과연 그런가라는 반론과 비판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기 때문입니다. 

손혜원 의원과 관련한 의혹규명은 이제 검찰로 넘어간 상태입니다만 관련 내용을 집중 보도한, 특히 SBS를 비롯한 언론의 보도는 저널리즘 측면에서 문제가 없는지 언론노조는 따져보지 않았습니다. 

   
▲ <이미지 출처=한국기자협회 홈페이지 캡처>

언론노조 역할은 언론자유 확보에만 국한되지 않아…언론 내부감시에도 나서야

기자협회보가 지적한 내용에 대해 SBS를 비롯한 많은 언론이 답을 해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다음과 같은 대목에 대해서 말이죠. 

“먼저 보도 가치가 충분하다고 인정하더라도 다른 사안에 비해 전반적으로 보도가 과열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본질은 투기냐 아니냐인데, ‘게이트급’에 버금갈 정도로 보도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중략) 

관련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SBS는 ‘8뉴스’에 15일부터 나흘연속 블록뉴스로 편집해 하루에 4꼭지에서 많게는 7꼭지를 보도했다. 30분가량의 뉴스시간에서 14~15분을 할애할 정도로 집중했다. (중략)

조선일보의 경우 16~22일 지면에서 기사, 사설, 칼럼 등 포함해 손혜원 관련 보도가 37건이었다. 그 기간 1면 톱만 3차례, 사설은 5일 연속 실었다. 단기간에 이렇게 보도량이 많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언론노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언론노조는 언론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언론자유를 탄압하려는 ‘외부세력’에 맞서야 하는 조직이지만 동시에 언론이 권력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고 언론보도에 문제점이 없는지 비판해야 하는 역할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번 성명서에 전자만 있고 후자는 없다는 점입니다. SBS를 비롯한 언론들의 ‘손혜원 보도’가 저널리즘 원칙에 맞게 보도됐는지, 과잉보도한 측면은 없는지, 부당한 프레임을 씌우진 않았는지, 충분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것인지, 본질과 관계없는 사안을 보복성으로 보도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해 언론노조는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도 냈어야 합니다. 

   
▲ <이미지 출처=SBS 화면캡처>

언론노조 성명서는 ‘이해충돌’에서 자유로운가 

언론노조의 역할은 ‘조합원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론노조 성명에는 손혜원 의원의 소송 방침에 대한 비판만 있고 ‘손혜원 보도’ 비판 목소리에 대한 성찰은 없습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가 언론노조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성명서는 ‘이해충돌’ 관점에서도 공정하지 않습니다. 언론노조는 외부세력의 부당한 언론자유 침해에 저항하는 역할도 해야 하지만 언론이 스스로 권력화 하고 부당한 보도를 하지는 않는지 감시해야 하는 역할도 있습니다. 

전자만 있고 후자가 없다면 언론노조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없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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