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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을 ‘극우논객 A’씨로 표기한 조선일보

기사승인 2019.01.15  09: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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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북한군 개입설’ TV조선이 방송 통해 내보낸 것 잊었나? 

“한국당이 추천한 3명의 조사위원을 놓고 5·18 관련 단체와 다른 정당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 한국당 내부에선 ‘이게 다 '5·18 북한군 개입설’에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극우 논객’ A씨가 수년 전부터 ‘5·18은 북한 특수부대가 남파돼 일으킨 폭동’이라고 주장해왔는데, 한국당이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원선우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가 오늘자(15일) 30면에 쓴 ‘기자의 시각-40년 前에 발목 잡힌 한국당’ 가운데 일부입니다. 원 기자는 해당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자유한국당 ‘5.18 추천위원’ 논란 … ‘기자수첩’으로 대신한 조선일보 

“A씨 등의 ‘5·18 북한군 개입’ 주장의 진위(眞僞)는 사법부에서 이미 ‘허위’로 판단이 끝난 사안이다. 한국당이 민주주의 체제 내 수권(受權)을 목표로 하는 제1 야당이라면 그러한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5·18의 성격도 이미 ‘민주화운동’으로 결론이 났다. 한국당이 40년 전 5·18을 놓고 ‘소모적 지체’를 계속한다면 국민 눈에는 ‘비상식적 집단’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원선우 기자 지적에 상당 부분 동의하면서도 조선일보가 이런 주장을 할 자격이 있는가. 이런 의문이 듭니다. ‘5.18 북한군 개입’과 관련해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할 언론 가운데 하나가 TV조선이기 때문입니다. 

원 기자가 기억을 잘 못하는 것 같아서 제가 ‘환기’ 차원에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2013년 5월 13일 TV조선은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 ‘5‧18은 북한군이 개입해 일으킨 사건’이라는 주장을 여과 없이 방송에서 내보냈습니다. 탈북자 출신이자 전 북한 특수부대 장교 임천용 씨가 이날 방송에서 “600명 규모의 북한 1개 대대가 (광주에) 침투했다”고 주장한 게 그대로 방송을 통해 나간 겁니다. 

해당 주장에 대한 반론은 없었습니다. 결국 TV조선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및 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원 기자는 “‘극우 논객’ A씨가 수년 전부터 ‘5·18은 북한 특수부대가 남파돼 일으킨 폭동’이라고 주장해왔는데, 한국당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 것”을 문제 삼았는데 ‘그런 북한군 개입설’을 근거 없이, 무분별하게 방송에서 내보낸 당사자가 바로 TV조선입니다. 

“사법부에서 이미 ‘허위’로 판단이 끝난 사안”이면서 “‘민주화운동’으로 결론이 난” 사안을 TV조선이 어떻게 보도했는지 잊었는지요. 굳이 사법부 결론 운운하지 않더라도 ‘시민적 상식’을 가졌다면 이는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 <사진출처=TV조선 화면캡처>

‘북한군 개입설’ 여과없이 보도한 TV조선…‘계엄군의 노고를 치하했던’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의 ‘칼럼’이 공허한 또 다른 이유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한 대표적인 언론이 조선일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그런 왜곡보도에 대해 지금까지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다는 겁니다. 

원 기자는 “한국당이 40년 전 5·18을 놓고 ‘소모적 지체’를 계속한다면 국민 눈에는 ‘비상식적 집단’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지만 자신들의 5.18광주민주화 운동 왜곡보도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곳이 바로 조선일보입니다. 현재 자유한국당의 태도가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조선일보 역시 그런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이것도 잊어버린 것 같아서 2014년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기사를 일부 인용합니다. 

“조선일보는 계엄군의 학살과 시민들의 저항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가 임시취재반까지 내려보내 광주 상황을 왜곡했다. 5월 25일 7면에 광주 시민을 ‘난동자’라고 표현한 김대중 기자(현 주필)의 ‘잔인한’ 르포를 실었다. 

김대중 기자는 ‘그 고개의 내리막길에 바리케이드가 처져 있고 그 동쪽 너머에 무정부 상태의 광주가 있다. 쓰러진 전주ㆍ각목ㆍ벽돌 등으로 쳐진 바리케이드 뒤에는 총을 든 난동자들이 서성거리고 있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고 했다.  

사설 <악몽을 씻고 일어서자>에서는 ‘신중을 거듭했던 군의 노고를 우리는 잊지 않는다. 계엄군은 일반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극소화한 희생만으로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두환이 12ㆍ12 군사 쿠데타로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광주 시민들을 학살한 일에 침묵했던 조선일보는 그 뒤 전두환을 맹목적으로 찬양했다. 1980년 8월 22일 전두환이 전역하고 육ㆍ해ㆍ공 3군 주요 지휘관들이 전두환을 차기 국가원수로 추대할 것을 결의하자 조선일보는 다음날 3면을 털어 <인간 전두환>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미디어오늘 2014년 11월26일  ‘조선일보 김대중 기자의 잔인한 광주학살 르포’)

조중동 지면에 한국당 ‘5.18 추천위원’ 논란 기사는 없다 

사실 가장 어이가 없었던 건, 조선일보를 포함해 이른바 ‘조중동’ 지면에서 자유한국당의 ‘5.18 추천위원’ 논란을 다룬 건 원선우 기자 칼럼이 유일했다는 겁니다. 중앙·동아일보는 스트레이트 기사도 없고, 칼럼·사설도 없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3명의 ‘이력’을 두고 5.18 민주화운동 단체들 반발이 거세다는 점에서 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입니다. 

논란이 됐던 극우인사 지만원 씨와 공수여단 대대장 출신인 변길남씨 빠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권태오 전 육군 중장과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차기환 변호사는 5.18 당시 계엄군을 두둔하는 등의 기사와 발언 등으로 비난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이전에 거론되던 인물과 ‘별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5·18 민주화운동 단체들이 추천된 3인을 향해 “진상규명을 방해할 인물들”이라며 강력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조중동 지면에는 기사가 없습니다. 

<한국당, 끝내 ‘광주’를 모독했다>(경향신문 1면) <‘5·18 폄훼 인사’ 조사위원에…한국당, 진상규명 방해 본색>(한겨레 1면)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스트레이트 기사는 써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지만원 씨를 조선일보는 굳이 ‘극우 논객 A’씨 표기한 이유가 뭘까요. 지만원을 지만원이라 부르지 못하는 조선일보? 그 이유를 알 순 없지만 적어도 조선일보와 TV조선은 그동안 왜곡보도에 대해 광주시민들에게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 아닐까 싶습니다.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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