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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소·무혐의로 끝난 김기덕의 ‘고소’ 반격…해외서 영화 찍어

기사승인 2019.01.03  15: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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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거장의 자숙’은 그렇게 오래 가지 않았다

   
▲ 성폭력 혐의를 벗은 후 고소했던 여배우 등을 처벌해 달라고 고소장을 냈던 김기덕 영화감독이 지난해 6월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후 검찰을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제 입장에서는 그 22년 동안 23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어떤 나름 작은 성과들이 있었잖아요. 그런 감독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가 없는 아주 무자비한 방송이었다고 저는 생각해요.”

김기덕 감독은 당당했다. 작년 6월 12일 서울중앙지방 검찰청에 고소인 자격으로 출두한 김기덕 감독. 그는 자신의 성폭력과 성추행 전력을 폭로한 MBC <PD수첩>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의 제작진과 김 감독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 배우A를 각각 무고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한 바 있다.  

앞서 2013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한 여성 배우A는 지난 2017년 행 및 강요, 강제추행치상, 명예훼손, 모욕 혐의 등으로 김기덕 감독을 고소했지만 검찰은 폭행 혐의만 인정, 500만 원에 약식기소 했다. 검찰은 나머지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또 모욕 혐의는 고소기간 6개월이 지나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A씨는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3월 MBC <PD수첩>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편에 출연, 김 감독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에 김 감독이 A씨를 무고로 고소한 것이다. 또 김 감독의 성폭력과 관련, A씨와 다른 두 여배우의 진술을 토대로 방송을 제작한 PD수첩 제작진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최근 이에 대한 결과가 나왔다. 법원, 아니 검찰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줬을까. 

‘미투’와는 사뭇 달라진, 김기덕의 반격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박은정 부장검사)는 지난달 31일 김기덕 감독이 여배우 A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MBC <PD수첩> 역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같은 결과는 김 감독의 일종의 ‘백래시’가 결국 법원에까지도 닿지 못했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이에 대해 검찰은 A씨의 ‘미투’를 허위 사실로 단정할 수 없기에 때문에 무고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PD수첩> 제작진의 경우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배우들의 진술에 근거한 보도물을 제작했으며, 김 감독에 대한 의혹이 명백히 허위 사실이라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김 감독의 이러한 고소에 의한 반격은 지난 3월 <PD수첩>이 방영되던 당시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김 감독의 고소 사실이 알려졌던 지난 6월, MBC <섹션TV 연예통신>에 출연한 <PD수첩> 제작진이 공개한 김기덕 감독의 문자 내용은 어조가 달랐다. 

“첫 번째, 저는 영화감독이란 지위로 개인적 욕구를 채운 적이 없고 항상 그 점을 생각하며 영화를 찍었습니다.

두 번째, 여자에 대한 관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일방적인 감정으로 키스를 한 적은 있습니다. 이 점은 깊이 반성하며 용서를 구합니다. 그러나 동의 없이 그 이상의 행위를 한 적은 없습니다.

세 번째,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만나고 서로의 동의하에 육체적인 교감을 나눈 적은 있습니다. 이것 또한 가정을 가진 사람으로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고 후회합니다.”

   
▲ <이미지 출처=MBC 'PD수첩' 캡처>

당시 김 감독은 “직접 인터뷰를 못해 죄송하다”면서도 “극단적인 생각만 들고 너무 힘들다.  미투운동이 갈수록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을 기다리고 또 사실 확인 없이 공개되어 진실이 가려지기 전에 사회적 매장을 당하고 그 후에는 평생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위와 같은 기준을 세 가지 입장을 밝혔다. 

요약하자면, ‘미투 운동’이 자극적으로 흘러가면서 진실을 가리고 있다, 이대로 사회적 매장을 당할 수는 없다, 모든 '행위'는 동의하에 이뤄졌다고 요약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성폭력과 관련해 “영화감독이란 지위”와는 관계가 없다 주장에 방점이 찍힌다. 이를 본 어느 영화계 관계자는 법적인 책임을 피해가려 변호사의 자문을 받은 것 아니겠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김 감독의 ‘지위’는 어느 정도 지켜진 걸로 보인다. 고소인 자격으로 법정에 출두한 이후 일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 감독은 그러나 해외에서 영화를 찍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연찮게도, <PD수첩>에 의해서다. 

해외에서 이미 영화 찍은 ‘거장’ 김기덕 

“한국에서는 행방이 묘연했던 김 감독, 그런 그가 지난 11월 중순까지 이곳 카자흐스탄 유명 휴양지에서 영화 촬영을 진행 했습니다. 카자흐스탄 신문에는 김 감독의 촬영 소식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12월 11일 방송된 <PD수첩>은 ‘2018 대한민국과 <PD수첩>’편에서 한 해를 정리하며 ‘미투’ 운동의 전후를 조명했다. 그 중 <PD수첩> 지난 3월과 8월 두 번에 걸쳐 방영한 김기덕 관련 후속 취재도 빠질 수 없었다. 

   
▲ <이미지 출처=MBC 'PD수첩' 캡처>

<PD수첩>은 취재결과 김 감독은 지난해 11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주최한 영화제에서 게스트로 초청됐고, 이후 카자흐스탄 제작사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고 영화 촬영을 진행했으며, 카자흐스탄 영화제작 관계자의 입을 빌어 김 감독의 컨디션이나 상태도 양호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일절 활동을 중단하고 잠적한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PD수첩>은 이에 대해 이렇게 일침을 놨다.  

“다시 영화제작을 시작한 그는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미투 폭로 이후 김 감독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들을 무고로 고소해 공분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미투’를 향한 영화감독 김기덕의 반격에 검찰은 응하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 감독은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미 카자흐스탄으로 날아가 영화를 찍었다. 마치 국내에서의 비난을 비웃기라도 하듯, 피해자들의 호소를 조롱하기라도 하듯. 

오래전부터 영화계에서 파다했던 김 감독의 추문이 ‘미투’로부터 ‘사실’로 확인된 지 1년도 되지 않았다. 그 사이 김 감독은 해외에서 영화를 촬영했다. ‘거장의 자숙’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이번 검찰의 불기소와 혐의 없음 처분의 뒷맛이 씁쓸한 건 그래서다. 김기덕 감독의 행보야 말로 앞서 이윤택 감독 등 피해자들을 고소 등으로 반격한 가해자들의 ‘권위’의 힘이 여전히 녹록치 않음을 입증하기에.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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