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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공존 시대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느끼셨으면”

기사승인 2018.12.21  18: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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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286] 박상준 MBC PD

지난 17일 <MBC 스페셜>에서는 ‘정전, 65년간의 전쟁’ 편이 방송되었다. ‘정전, 65년간의 전쟁’은 지난 65년 남과 북이 어떻게 서로를 대해 왔는지 몇 가지 키워드로 나눠 보여 주었다. 보통 다큐를 있지만 ‘정전, 65년간의 전쟁’ 편은 내레이션 없이 자막으로 메시지를 담았다. 

다큐 제작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9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정전, 65년간의 전쟁’ 편을 연출한 박상준 MBC PD를 만나 다큐 내용과 그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박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박상준 MBC PD <사진=이영광 기자>

“65년 동안 남북 별반 다르지 않게 살아왔다는 것 보여드리려 해”

- 지난 17일 방송된 <MBC 스페셜> ‘정전, 65년간의 전쟁’ 편을 연출하셨잖아요. 마치신 소회가 있을 것 같아요.

“일단 방송되어서 다행이고요, 준비하며 자료 양이 많아서 하나로 엮는 게 쉬울까 싶었는데 마치니 홀가분하기도 하지만 아쉽기도 하네요. 왜냐면 많은 자료를 검토해서 편집 했는데 어차피 방송 시간은 한정되어 있잖아요. 그중 일부만 쓸 수 있거든요. 아무래도 PD 입장에서 최대한 제가 보고 넣고 싶었던 것을 편집해 넣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게 잘 됐는지는 보시는 분 목이라서 그런 부분이 아쉽죠.” 

- 65년의 정전 체제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올 추석 끝나고부터라서 10월 초 시작했거든요. 2개월 조금 넘게 걸렸고요. 추석 끝날 때만 하더라도 당시 북미 대화가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올해 안 종전 선언하자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그런 걸 고려해서 1953년 이후 정전 체제라는 게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되돌아보고 종전 선언을 우리가 어떻게 지켜보는 것이 맞고 어떻게 하면 우리에게 잘 와닿을 수 있을까 내용을 꾸며보려고 하게 됐죠.” 

- 다큐에 내레이션이 없는 대신 자막을 넣으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이건 그전에 KBS 서울 올림픽 30주년 특집 다큐 <88/18>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었죠. 그 게 재밌더라고요. 아카이브 자료를 사용하는 형식은 꽤 많았어요. 그런 걸 보며 우리가 ‘이건 이런 것’이라고 알려드리는 입장이었는데 <88/18>을 PD로서 보니 오히려 당시 영상이나 자료를 보는 것만으로도 각자에게 다가오는 이미지가 있는 거 같다는 생각했거든요.

마찬가지로 정전이라는 거만해도 기억 속 있는 이야기잖아요. 방위성금 내거나 고등학교 때 교련 배우는 건 좋게 보면 추억이고 당시는 당연하게 받아드렸던 우리가 과거 가지고 있던 기억들을 한번 느껴보는 거도 괜찮을 거 같았어요. 자꾸 남북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평가하려고 들잖아요. 그러나 그게 아니고 충분히 그걸 각자 보시는 분들이 느끼지 않을까 했어요. 안에 담겨진 모든 건 기록들이잖아요. 그래서 내레이션을 없애고 객관적으로 양쪽을 보여드리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느낌이 있지 않을까 했고 그런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내레이션을 배제하고 가장 필요한 자막만 가지고 진행한 거예요.” 

   
▲ <이미지 출처=MBC 화면캡처>

- 해보니 생각만큼 효과가 있다고 보세요?

“보셨던 분들에게 받은 피드백이 있잖아요. 사실 저도 걱정했어요. 어떻게 보면 내레이션은 제작진이 이 그림을 가지고 뭘 표현하고 싶은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인 거죠. 이게 잘 전달될까 싶었는데 그래도 보신 분들에게는 전달된 거 같기는 하더라고요. 왜냐면 이건 다 영상 자료고 우리가 살아온 역사와 닿아 있는 기억에 관련된 거니까요.

제가 설명하고 싶었던 건 65년 동안 남과 북이 어떻게 공존했냐예요. 정전이라는 건 전쟁을 중단시킨다는 건데 실제는 계속된 전쟁이 있었던 거거든요. 멀리 있는 적을 향해 내부 단결이라고 하는 걸 보신 분은 남과 북은 65년 동안 별반 다르지 않게 살았다는 걸 보면 저희 제작진 입장에서 보여드리고자 한 건 전달되지 않았을까 해요. 그러나 어떤 분은 불편하기도 하신가 보더라고요.” 

- 몇 개의 키워드로 쳅터를 나누고 인형들을 쓴 이유가 있나요?

“처음 작가와 구성하며 자료를 보며 전체적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 건가 고민이었죠. 각각의 쳅터에 맞는 격언을 찾아봤고요. 그걸(인형) 크레이 애니메이션이라고 무겁지 않고 귀여운 장치로 보여주려고 했던 거예요. 사실은 있는 자료화면이 무겁거든요. 본편도 무거운 게 굳이 쳅터마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 키워드 선정은 어떻게 하셨어요?

“처음엔 남한은 무조건 반공이었고 북한은 무조건 미 제국 주의를 몰아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어서 첫 쳅터를 ‘반공VS반미’로 잡았고요. 두 번째는 대결로 서로 비난하는 거죠. 가장 주된 건 (서로) ‘저기는 지옥이라 못살아’, ‘저기는 살 곳이 못 되고 우리가 최고 행복해’라는 것 토대 위에서 양쪽 지도자들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누릴 수 없는 권력을 누린 부분도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지도자들에 관한 부분이라든지 그리고 그 이후 화해라는 부분으로 이산가족 이야기을 구성했어요.”

   
▲ <이미지 출처=MBC 화면캡처>

- 자료 방대해서 힘들었을 거 같아요.

“힘들었죠. 거의 한 달 동안 자료만 찾았어요. 저와 같이 연출했던 프리랜서 PD들과 같이 고민했어요. 저희도 사실 정전 65년에 대해서 아는 건 없어요. 문득문득 떠오르는 키워드가 있는 거거든요. ‘이승복’, ‘간첩’, ‘삐라’라는 식으로 자료를 찾아 일일이 봐야 해서 그런 게 쉽지 않았던 거 같아요.”

- 북한 자료는 어떻게 구하신 거예요?

“MBC에 <통일전망대>라는 프로그램이 있잖아요. 그리고 북한 뉴스를 다루는 팀이 있죠. 그쪽에서 자료 준비를 잘해놓으셨어요. 북한 쪽 자료는 그런 거로 도움 많이 받은 거 같아요. 제가 생각한 거보다 많더라고요. 물론 욕심을 채우진 못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쓸 수 있을 만큼은 잘 준비되어 있어요. MBC가 예전 통일 같은 것에 대해서는 준비를 많이 했어요.”

“의외로 신기한 북한 자료 많아…‘남한에 거지들 많다’고 가르쳐”

- 예전에 북한 방송 본다는 것만으로도 문제 되던 시대가 있었잖아요.

“그렇지 않아도 편집하며 세상 좋아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50년대 자료도 있어서 그런 부분을 고민 안 했던 건 아니에요. 격한 언어도 있어서 해도 되나 생각했는데 지금은 시대가 다르고 시청자도 과거처럼 색안경 끼는 거보다 조금 더 포용된 마인드로 봐주실 수 있는 때가 되지 않았나 싶었어요.

북한 자료 보니 의외로 신기한 게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 방송에도 나왔지만, 북한에서 영어를 하는 데 남조선에 아이와 부자 놈이 있다는 건데 사실 저희는 그런 걸 말로만 들었잖아요. 북한에서는 남한에 거지가 우글거린다고 가르치는 것으로 들었는데 그런 방송을 보니까 신기하긴 하더라고요.” 

   
▲ <이미지 출처=MBC 화면캡처>

- 타 방송사인데 KBS <오늘밤 김제동>에서 북한 찬양 논란이 있어서 좀 더 신경 쓰였을 거 같아요.

“사실 저희 방송을 앞두고 약간 걱정이 되기는 하더라고요. 어차피 저희도 북한이 방송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걸 여과 없이 나가는 거니까요. 그러나 프로그램 전체를 보신 분들이 이해해 주셨던 거 같아요. 저기서 하고자 했던 건 북한의 주장이라든지 하는 걸 전달하는 건 아니었거든요. 다만 우리는 어떤 식으로 살았고 저쪽은 어떤 식으로 살았는지 그런 것에 대한 부분이었고 서로 과장되거나 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잘 되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저희 방송 나간 부분을 보면 북한 주장에 대해서 100% 받아들인다기보다 저들이 왜 저런 식의 이야기를 하는지 대결 구도 자체가 요지였을 거라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 90년 남북 탁구 단일팀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당시 현정화 선수가 했던 인터뷰가 나오던데 지금 현정화 선수를 다시 인터뷰했다면 당시와는 다른 이야기가 나왔을 수도 있는데 당시 인터뷰만 쓰신 이유가 있나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고민했어요. 앞서 KBS의 <88/18>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했었지만, 그 다큐멘터리만 하더라도 관계자들의 인터뷰는 현시점에서 다시 했잖아요. 저희도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다시 해볼까란 생각이 초반에는 있었어요. 하지만 저희가 다시 생각해 보니 방송 자료도 하나의 역사잖아요. 당시의 이야기는 당시 상황에 맞는 진실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인터뷰를 현시점에서 다시 하지 말고 예전 인터뷰 그대로 진행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현정화 선수를 지금 다시 인터뷰하면 새로운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인터뷰가 담겨있던 (영상) 자료도 2000년대에 제작된 거니 그 당시 현정화 선수도 느낀 감정 그대로 인터뷰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정전, 65년간의 전쟁’ 편을 제작하며 느끼는 점도 있었을 거 같아요.

“방송 만들며 뼈저리게 느꼈던 건 잘 만들어야겠다는 거예요. 왜냐면 이게 나중에 제가 만든 방송이 누군가에 의해서 영상 아카이브가 되어 사용될 수도 있잖아요. 영상을 보며 어떤 이야기를 하냐면 재밌다는 것도 있지만 낯 뜨거운 장면이 있어요. 그 당시 시대 상황이 그랬다 치더라도 자랑스럽지 못한 프로그램도 보이거든요. 그런 건 남아 역사가 되는 거잖아요, 그럼 나중에 누군가에게 재평가 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서 그런 부분을 많이 느꼈고요.

의외로 저희 아카이브 자료실에 굉장히 많은 역사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저희는 새로운 걸 만드는 걸 추구하는 데 의외로 과거 MBC가 만든 촬영 영상을 지금 와서 되짚어 보는 거도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 <이미지 출처=MBC 화면캡처>

- <MBC 스페셜> ‘정전, 65년간의 전쟁’ 편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보시며 느끼는 감정이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65년 동안 전쟁이 중단된 상태로 남북이 살아왔는데 살아온 과정이 또 다른 전쟁은 아니었을지 그리고 통일에 대해 바라는 걸 왜곡시키는 역사는 아니었을 까죠. 거기에 대한 책임은 남북 모두 가지고 있었지 어느 일방의 책임이 아니죠. 그래서 종전과 평화 공존의 시대로 갈 때 그런 부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고 평화 공존이라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저는 편집하며 느꼈거든요. 시청자도 그걸 느끼셨다면 감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요즘 다큐를 잘 안 보시잖아요. 그러나 많이 봐주시고 제작진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해 비판할 건 비판해주시고 음미해 주실 건 음미해 주시는 등 많이 봐주시면 좋겠어요. 어느 한 방향으로 가는 게 좋은 건 아니잖아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고요.”

이영광 기자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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