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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고 싶은 영화 맘대로 골라보는 방법”

기사승인 2018.12.21  16: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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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발 책터뷰] <당신이 보고 싶은 영화는 영화관에 없다> 출간한 배우 남태우 인터뷰

한국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 목소리 내며 오래 시간 한국 영화 발전과 함께해온 남태우 배우가 신간 <당신이 보고 싶은 영화는 영화관에 없다>를 출간했다. 

영화관 프로그래머, 시사평론가, 팟캐스터, 작가 등 다양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남태우 배우. 그는 문화의 암흑기 시절인 이명박 정부 때는 진보정당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좌파 문화예술인으로 분류됐고,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세월호 시행령 폐지를 촉구하다 블랙리스트 이름에 올랐다. 또 <천안함 프로젝트> 등의 영화 상영을 했다는 이유로 소속 극장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지원이 배제되기도 했다. 

남태우 배우는 한국 영화 제작 현실을 이야기하며 문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성 영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정치가 영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경계했다.

기울어진 영화 시장에서 관객들의 최소한의 볼 권리를 위해 노력한 그를 만나 문화예술인으로서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점, 한국 영화의 현실과 문제점 등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8일 서울 서교동에 있는 팟빵에서 이뤄졌다.

   
▲ 남태우 배우가 서울시 마포 서교동에 있는 팟빵홀에서 자신의 신간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효연 기자>

# 한국 영화의 현실은?

Q 책의 제목이기도 한데 관객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실 많은 분들이 이 문제점조차 파악 못하는 게 사실이에요. 영화 시장 상황이 대기업 지배구조가 너무 익숙해서 사람들이 과연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는 무엇이었던가 조차도 까먹은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볼 권리를 주장하고 싶었어요.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생기냐, 대기업의 카르텔이 있고, 국회도 그런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할리우드는 독과점 금지 같은 게 없거든요. 할리우드는 독과점을 금지하고 있거든요. 우리는 어떤가요? 제작, 배급, 상영을 다 한군데서 하잖아요. 수직계열화 됐기 때문에 대기업만 배를 불리고 실제 영화인들은 가난할 수밖에 없는 구조지요. 이들 대기업이 지배하기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조작하는 거죠. 관객이 안 찾아서 우리가 이 영화를 튼다라고 하지만 사실은 자기들이 밀어야 될 영화들만 시장에 내놓는 거예요. 그러면 관객은 그게 다인 줄 알고 거기서 판단하는 거야. 멀티플렉스에서 팝콘 먹으면서 즐거움을 느끼지만 실제 자기 선택권은 박탈당한 거죠. 그걸 사람들이 모르고 있고 또 인지조차 못하는 거죠. 기업들이 못하게 한 거죠. 

스크린 독과점이나 이런 문제는 사람들이 아는데 이 내면의 구조를 잘 몰라요. 심지어 아주 페어한 시장인줄 아는 경우도 있어요. 영화를 못 만드니까 관에 안 깔리는 게 아니에요. 2,300개 되는 극장에서 천개 깔리는 영화하고 열 개 깔리는 영화가 공정 경쟁이라고 할 수 없잖아요. 아예 출발선이 다르다 이거죠. 이게 불평등하기 때문에, 골목 상권을 대기업이 침탈한 것과 같기 때문에 문제다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Q 그런 의미에서 ‘다양성 영화’의 중요성을 강조했어요. 다양성 영화가 왜 중요할까요?

영화는 시대와 사회의 거울이라는 측면에서 다양성 영화를 소개할 의무가 있어요. 이걸 시장 경제에만 맡기면 불가능하다는 거죠. 우리는 3%의 영화발전기금을 내고 있어요. 관객들은 일종의 투자자인거죠. 때문에 영화에 대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참여정부 시절 다양성 영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예술영화관 제도 등을 시행했어요. 시장 경제에만 맡겨 뒀을 때 블록버스터 영화 등 쏠림 현상이 나오기 때문에 다양한 영화를 보여줄 수 없죠. 결국 피해는 관객이 보는 거구요. 지금은 다행스럽게도 영화진흥위원에서 추진한 게 있어요. 

예를 들면 한류교류관이 대표적인데 서울 한복판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영화를 틀어준다는 겁니다. 한국도 점점 다민족 국가로 되어 가고 있는데 갈등이 없을 수 없잖아요.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타인의 문화를 보고 이해하는 거거든요. 그런 면에서 영화만한 게 없죠.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우리는 한국영화랑 할리우드 영화만 봤지 동남아시아나 다른 국가들의 영화를 접하기 쉽지 않잖아요. 그럼 결과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거예요. 결국 경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겠죠. 

   
▲ 남태우 신간 <당신이 보고 싶은 영화는 영화관에 없다> / 팟빵북스

  
Q 우리가 다양성 영화를 접하고 문화 차별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요?

인구가 적은 군 단위 등은 극장이 없어요. 옛날에는 있었거든요. 그런데 멀티플렉스 체제로 바뀌면서 없어졌어요. 경제논리로 가다보니까 돈이 안 되면 없애버리는 거죠. 그런데 요즘은 시골 단위도 문화격차를 없애기 위해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회관 같은 것을 만들었어요. 이곳은 한 달에 한번 정도 영화를 상영하는데 그런데 이것도 문제가 천만관객 영화 등 상업영화만 상영한다는 거죠. 게다가 군에서 영화비용을 1~2천원을 지원해준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세금으로 돈은 돈대로 내는데 영화 배급도 대기업이 한다는 거죠. 대기업은 자기들이 시설 투자해도 시원찮을 판에 국가에서 지원하는 건 다 받고 자기들이 결국 돈 벌어가는 구조인거예요. 

영화만 좀 집중적으로 지원하자 해서 좀 개선된 방안으로 나온 게 군단위에 만든 작은 영화관이 있어요. 작은 영화관 소유는 지자체가 하고 프로그래머 등 운영은 지역 주민이 하면 돼요. 또 전문적인 일자리는 연극영화과 나온 젊은이들 쓰면 되죠. 직업도 안정적이고 문화예술사처럼 키우면 되는 거예요. 그러면서 지역민에게는 다양성 영화를 보여주는 거죠. 시골에 다문화 가정이 많잖아요. 그러면 우리 엄마 고향인 베트남 영화가 나오면 얼마나 좋습니까. 문화 격차도 해소하고 다른 나라의 문화도 접하고 그러면서 갈등을 없앨 수 있잖아요. 아주 쉽거든. 그런데 이건 안하고 작은 영화관 하나 기껏 만들었더니 나라에서 지원 다 해주고 수익은 대기업이 벌어가고. 대기업으로 수익이 집중이 됐어요. 이건 문제가 있죠.

Q 한국의 영화제작 현실은 어떤가요?

영화계에서 일하는 노동인력이 약 2만 명 정도 된다고 추정이 돼요. 그리고 평균적으로 연봉이 천만 원 남짓이에요. 물론 공급 과잉 측면도 있을 수 있다고 봐요. 과연 영화 인력이 그만큼 필요한가, 객관적인 분석도 필요할 수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대우가 부족한 걸 수도 있어요. 파이가 작으니까. 파이가 큰 시장이 아니잖아요. 또 하나 문제는 몇 배우들에게 가는 고액 출연료로 스텝들에게 가는 비용이 적어지는 것도 있어요. 뭐 익히 아는 내용이지만. 

유럽 몇 나라들 같은 경우는 문화예술인들에게 국가가 생계를 보장해줘요. 지금은 모르겠으나 언젠가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 국민들의 문화 복지에 기여할 것이다라는 게 추정이 되기 때문에 당신들의 생계는 국가 보장해 줍니다. 이런 거죠. 그러면 사람들은 상식적으로 내가 이렇게 놀고 있으면 안 되겠구나, 그러면서 서로 윈윈하는 거죠. 우리나라는 어때요? 젊은 시나리오 작가가 굶어죽었죠. 음악하는 친구 누군가 역시 그랬고, 어떤 감독은 영화 만들고 생활고에 시달려서 고독사 했어요.  

지금은 많이 바뀌고 있지만 노동 환경이 좋지 않은 것도 익히 알고 있을 거예요. 할리우드 같은 경우 근로기준법을 철저히 지키죠. 저녁 6시 이후는 1.5배, 일요일날 찍으면 두 배, 특근 수당 주거든요. 우리 영화 노동자들의 삶은 상당히 약하죠. 물론 우리나라도 기초적인 생활 보장을 해주는 제도가 있긴 한데 규정이 너무 까다로워요. 몇십만 원 타기 위해 당신이 못사는 것을 입증해야 한단 말이죠. 그래서 사람들이 그걸 받느니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하지, 하는 거예요. 

   
▲ <당신이 보고 싶은 영화는 영화관에 없다>를 출간한 남태우 배우. <사진=남태우씨 제공>

# 영화와 한국 정치

Q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고발뉴스에서 단독 보도한 ‘문화권력균형화전략’ 이라는 문건이 나왔고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블랙리스트’로 문화예술인들이 압박을 받았어요. 영화인으로, 예술인으로 이를 어떻게 보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그야말로 문화 암흑기죠.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예술영화관 제도를 축소하거나 없애려고 했고 정부 입맛에 맞지 않은 문화예술인들을 찍어다가 블랙리스트로 만들었죠. 저는 블랙리스트 3관왕이었어요. 

배우이면서 프로그래머인 제 활동도 당연히 제약됐어요. 물론 팟캐스트를 하면서 덕분에 이 책도 내긴 했죠. 사실 제가 블랙리스트 불감증에 걸렸어요.(웃음) 크게 불편함을 몰라. 왜냐면 원래 우리한테는 지원 안 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거든요. 뭐 지원을 받든 뭐 어쨌든 배제 당하면 안 되죠. 평생 배제 당했는데 크게 모르겠고 둔감해져버린 거야, 하도 두드려 맞아 가지고 저도 몰랐죠. 나중에 보니까 그렇게 큰돈은 아닌데 내가 무슨 행사를 한 거예요. 그런데 지원이 안 됐더라고요. 그리고 심사도 몇 번 했는데 나를 안 부르더라고요. 강의도 했는데 강의도 안 들어오고. 아, 이게 블랙리스트구나.(웃음)

지금 문화예술계에서 반발하는 이유가 블랙리스트 관련해서 왜 한명도 처벌하지 않고 있냐 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쉽긴 하죠. 물론 지금은 흐트러진 단추를 하나하나 꿰고 있으니 기대를 하고 있죠. 또 다시 그런 일들이 발생되지 않게 우리가 경각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죠.

☞ 관련기사 : <단독> MB정부 ‘불교계 탄압 공작문건’ 입수

   
▲ 2013년 6월 고발뉴스는 MB정부가 2008년 불교계 탄압을 위해 정부차원의 비밀공작을 추진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화권력 균형화전략’ 문건을 단독 공개했다. <사진출처=고발뉴스 영상 화면캡처>

Q 영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요. 우리가 경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문화를 문화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치 도구나 정치적 무기로 생각하는 걸 경계해야 해요. 이것은 양극단에서 다 나타난다고 봐요. 한쪽은 영화에 대해 영화적 평가랑은 다르게 엄청난 가치를 넣어서 이 영화가 마치 한국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듯 호들갑을 떨었죠. 또 한쪽도 역시 노무현 대통령을 소재로 만든 영화라는 이유로 자기들 입맛에 맞게 색깔 씌우고 했죠. 이 모두가 건강한 문화를 자주 접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고 봐요. 이런 아전인수식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우리는 경각심을 갖고 깨어 있어야 해요. 

흔히 영화 같은, 정치 같은 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국정농단 사태나 영화 내부자들을 보면 정치가 영화보다 앞서잖아요. 영화는 영화의 논리로 움직여야죠. 재미있는 스토리와 훌륭한 연기, 연출력으로 승부를 걸어야죠. 반면 정치는 영화가 잘 놀 수 있도록 좋은 영화생태계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어야 해요. 영화 같은 정치가 아니라 정치다운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영화인으로 문화예술인으로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뭐 특별한 건 없고요. 제대로 영화나 문화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고 거기서 정책에 반영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라고 생각해요.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여기서 해결이 안 되더라도 그 다음 정권에 바통을 넘겨줄 때 단절되지 않고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영화, 문화 안에서만 얘기 했지만 적폐청산이나 이런 모든 시대적 과제들이 특정 세력을 배제하고 막무가내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합리성을 바탕을 둔, 우리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로 가는 과정의 일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고발뉴스 후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는.. 뭐 이런 건 다 했던 얘기고.(웃음) 고발뉴스, 우리가 좀 더딜 수는 있지만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 또 문화 복지 이런 것들이 꼭 삶의 질을 바꾸고 결국 세상을 바꾸는 튼튼한 지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에 우리 국민들께서도 많은 고민과 관심을 부탁드리고요. 그러면 좀 더 세상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고발은 고발대로 하시되 따뜻한 현실을 만드는데 좀 도와주시면 좋습니다.

남태우 

영화관 프로그래머, 시사평론가, 배우, 팟캐스터. 

흑과 백을 넘나들 수 있는 배우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남태우는 치열하게 학생운동을 하며 한 국 현대사를 지나왔다. 독재정권에 정면으로 저항하다 1988년 ‘전두환 생가 방화사건’으로 구속 되었고 민주주의를 앞당기기 위해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운동에도 힘을 쏟았다. 2천년대에 들어서서는 독립영화에 투신해 한국영화의 폭넓은 발전을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 다양한 행사에서 전문 사회자이자 배우로 활동영역을 넓혀 나갔고 2012년부터는 시사 팟캐스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효연 기자 

박효연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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