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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준비 중인데 ‘외국인 전용병원’ 허가가 쾌거라니…

기사승인 2018.12.10  08: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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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최소한의 균형감각마저 상실한 조선일보 ‘영리병원’ 칼럼  

“원희룡 제주도 지사가 지난 5일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 뤼디(綠地)그룹이 추진해 온 녹지국제병원의 개설을 허가한 것은 암담한 상태의 일자리 만들기 전선에 활로를 여는 쾌거다.” 

박병원 전 한국경총 회장이 오늘자(10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 가운데 일부입니다. 

박 전 회장은 “외국인 환자 유치가 가능한 병원을 만들려면 큰 밑천”이 드는데 “이를 기부에 의해 조달하고 투자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일부 반대론자의 주장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녹지국제병원 측은 ‘내국인 진료 허용해 달라’며 소송 준비 중인데 … 

그러면서 “투자자가 병원 투자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환자 유치에 최선을 다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밑천도 들이지 않고, 환자 유치 노력도 하지 않고 그저 일자리만 차지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전 회장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 일자리를 만들어 보자는 시도는 지금까지 가능하지 않았고, ‘새로운 수요’를 확보하는 일이기에 그만큼 의미가 크다”면서 “이런 참신한 시도가 계속 나타나서 다음 대선에서는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이 아니라 ‘일자리를 만든’ 실적으로 후보를 평가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지나친 꿈일까”라고 글을 마무리 했습니다. 

일단 ‘업데이트’를 좀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공론조사 결과에 수용하지 않으면서 제주 영리병원을 조건부 허가한 원희룡 지사지만 현재 녹지국제병원 측은 “제주도의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을 검토 중입니다. 한 마디로 ‘내국인 진료’를 허용해주지 않으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겁니다. 

박 전 회장은 원희룡 지사의 ‘외국인 전용 영리병원’ 허가와 관련해 조선일보 칼럼에서 시종일관 극찬했지만 원 지사는 ‘영리병원’ 측과 시민단체 양쪽으로부터 모두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원희룡 지사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는 보도까지 등장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원희룡 지사 최고!’라는 칼럼이 오늘(10일) 조선일보에 실리니 사실 적잖이 당황스럽습니다. 

박 전 회장은 ‘외국인 투자 유치에 의한 외국인 전용병원’이 얼마나 좋은 일자리 만들기 수단인지 칼럼에서 강조했지만 이 전제 자체가 어긋날 수도 있습니다. 중국 녹지그룹이 투자한 ‘녹지국제병원’ 측은 ‘외국인 전용병원’ 말고 ‘내외국인 병원’을 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영리병원이 장밋빛 미래인가? 최소한의 우려와 문제점도 없는 ‘일방 칼럼’ 

논점이 이미 ‘외국인 전용 영리병원’에서 ‘영리병원’ 자체로 옮겨진 상황인데 ‘이전의 쟁점’을 가지고 ‘원희룡 지사 최고예요’라는 칼럼이 ‘1등 신문’ 조선일보에 실리는 건, 솔직히 보기 민망합니다. 

사실 ‘이런 측면’은 이미 원희룡 지사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영리병원 조건부 허가’를 내줄 때부터 제기된 문제였습니다. 

국내 의료계나 시민단체들은 향후 병원 경영이 악화될 경우 녹지국제병원 측이 진료대상과 진료영역의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일찌감치 지적했기 때문입니다. 의료계 일각에선 결국 녹지국제병원이 내국인 진료를 거부해 의료법 위반으로 이에 대한 형사고발이 이뤄지고, 법원에서 위법 판단이 내려진다면 진료 대상을 내국인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계속 우려를 표명해 온 것처럼 영리병원은 병원 운영으로 생긴 수익금을 투자자가 회수할 수 있습니다. 주식회사처럼 투자자를 모은 뒤 이윤을 배당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의료의 공공적 측면이나 보편적 서비스보다는 이익 위주로 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박병원 전 경총회장은 “투자자가 병원 투자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환자 유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지만 “의료비를 마음대로 책정하고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영리병원이 많아지면 의료비 인상, 의료 양극화를 부를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결국 우리의 ‘건강보험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겁니다.

제주도는 4개 진료과목에 한정해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조건부 진료를 하기 때문에 우리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조건부 허가’가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 녹지국제병원은 내국인 진료까지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죠. 

   
▲ 7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의료영리화 저지 및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내 첫 영리병원 허가 철회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문제점과 우려를 불식시켜야지 장밋빛 미래만 그려서야…4대강도 그랬다! 

무엇보다 첫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다른 의료 자본을 비롯해 영리병원에 관심 있는 재벌들도 자신들도 영리병원 하겠다며 설립에 필요한 법·제도 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영리병원 물꼬가 트이면서 현재의 한국 의료체계 전반이 무너질 수도 있는 거죠. 
 
박 전 회장의 조선일보 칼럼이 안타까운 건, 의료계 일각과 시민단체들의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는 게 아니라 ‘외국인 전용 영리병원’의 장밋빛 미래만 그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논란이 확산되고 우려가 제기됐을 때 그런 ‘논란과 우려’를 불식시키거나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글이 ‘좋은 칼럼’이지 ‘일방의 주장과 전망’을 내놓으면서 ‘행복한 미래’를 그리는 것은 ‘좋은 글’이 아니라고 봅니다. 

특히 “우리는 밑천도 들이지 않고, 환자 유치 노력도 하지 않고 그저 일자리만 차지하면 되는 것”이라는 대목과 <外資로 외국인 환자 받으면 밑천이나 유치 노력 없이도 국내에 ‘새 일자리’ 생겨>라는 부제는 나중에 박 전 회장은 물론 조선일보에게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박 전 회장이나 조선일보에겐 영리병원 허가의 후폭풍이 거센 상황은 잘 안 보이나 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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