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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허용이 뭐가 문제냐는 중앙일보

기사승인 2018.12.07  08: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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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JTBC 12월6일 ‘뉴스룸’ 리포트를 참고하시라! 

“선진국에서 하는 사업은 우리도 규제 없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최고의 의료 인력을 보유한 우리가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늘자(7일) 중앙일보 사설 <제주도가 영리병원 허가한 게 도대체 무슨 잘못인가> 마지막 단락입니다. 

중앙일보는 어제(6일) 원희룡 제주지사 인터뷰 <원희룡의 투자병원 승부수 “의료비 폭등? 책임지겠다”>를 1면에 실었습니다. 또 영리병원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사를 지면에 배치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재벌이 진출하고 싶어하는 영리병원 … 영리병원 도입 필요성 강조하는 중앙

어제(6일)는 동아일보가 노골적으로 영리병원 도입에 따른 ‘장밋빛 전망’ 기사를 싣더니 오늘은 중앙일보가 사설에서 ‘영리병원 허가가 대체 왜 문제냐’며 화끈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중앙일보가 사설에서 주장하고 있는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동네의 작은 병·의원부터 대형 병원까지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곳이 어디 있나 △의료비 폭등은 선동에 가깝다 △건강보험 체계와 투자개방형 병원은 꼭 충돌하는 건 아니다. 

그러면서 중앙은 “녹지국제병원은 내국인 진료가 금지됐고, 건보 적용도 안 된다. 국내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도 현재로선 없다”고 강조합니다. 

일단 중앙일보는 오늘자(7일) 한겨레 9면에 실린 <제주영리병원 “‘외국인만 진료’ 수용 못해”…원희룡에 공문> 기사를 한번 읽어보기 바랍니다. 

한겨레에 따르면 녹지국제병원은 “‘내국인 진료 금지’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우리 의견이 무시됐다. 제주도의 ‘조건부 개설 허가’에 대해 내부적으로 (행정소송 제기 등)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원희룡 지사의 ‘조건부 허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한겨레 기사 조금 더 볼까요. 

“녹지국제병원이 내국인 진료 금지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는 데다, 외국인만을 상대로 진료를 하면 이 병원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병원과 병원 피고용자들을 볼모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내국인 진료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공공성을 핵심으로 하는 한국의 건강보험 체계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 

중앙일보는 “국내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도 현재로선 없다”고 단언했지만 ‘내국인 진료 허용’을 요구하는 녹지국제병원 측 입장을 봤을 때 ‘국내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은 시간문제’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운동본부 회원들이 의료공공성 위협 영리병원 허가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내국인 진료 허용해 달라’ 제주도에 공문 보낸 녹지국제병원 

중앙일보는 “나중에 내국인 진료가 허용돼도 성형수술이나 피부 시술을 받기 위해 건보 혜택도 없는 제주도 병원을 찾는 이가 얼마나 될까”라고 했습니다. 중앙일보가 순진한 걸까요, 아니면 영리병원 허가에 따른 파급효과를 간과하는 걸까요. 

많은 언론이 지적한 내용이지만 영리법원은 병원 운영으로 생긴 수익금을 투자자가 회수할 수 있습니다. 주식회사처럼 투자자를 모은 뒤 이윤을 배당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인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의료의 보편적 서비스보다는 이익 위주로 운영을 할 수밖에 없죠. 

문제는 ‘영리병원 허용’이 제주도에만 국한될 수 있느냐는 겁니다. 인천 송도를 비롯한 전국 8개 경제자유구역에서도 영리병원 유치를 노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주를 계기로 이들 특구에까지 영리병원을 허용한다면 우리의 건강보험 시스템 자체가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어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번 정부에서는 더 이상 영리병원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 말을 뒤집어서 해석하면 나중에 정권이 바뀌면 내줄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건보 혜택도 없는 제주도 병원을 찾는 이가 얼마나 될까’가 아니라 ‘비슷한 영리병원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가 문제라는 얘기입니다. 

중앙일보는 같은 중앙그룹에 속해 있는 JTBC 보도, 참고 좀 하시라 

중앙일보는 “의료 영리화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시대착오적이며 과도하다”고 했는데 저는 중앙일보에게 어제(6일) ‘같은 그룹’에 있는 JTBC ‘뉴스룸’ 리포트를 참고할 것을 권하고 싶네요.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일단 외부 자금이 투자가 되면 투자자는 돈을 회수하려고 할 것입니다. 정부가 아무리 개입해도 의료인들이 이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돈이 되면 불필요한 진료도 권하고 돈이 되지 않으면 꼭 필요한 진료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는 것입니다.

또한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비 비율이 한 80% 정도인데요. 영리병원이 생기면 비급여 진료가 늘어날 거란 전망이 많습니다. 이런 병원을 다른 병원도 따라하게 될 수 있는데요. 결국에는 건강보험 환자를 홀대하게 되고 건보 체계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그리고 JTBC에서 방영한 <라이프>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의료민영화의 문제점에 초점을 맞춘 ‘괜찮은 드라마’인데 이것도 한 번 꼭 보기 바랍니다. 

재벌이 왜 영리병원에 진출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돈이 되면 불필요한 진료도 권하고 돈이 되지 않으면 꼭 필요한 진료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왜 나오는지를 생생하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노파심에서 드리는 얘긴데 여전히 ‘삼성 이미지’가 어른거리는 중앙일보가 영리병원 도입에 적극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최소한의 균형과 형평성을 지키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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