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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호 왕국, 불법음란물 즐기는 사람 돈으로 만든 것”

기사승인 2018.11.24  12: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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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278] 박상규 진실탐사그룹 셜록 대표 기자

뉴스타파와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공동 취재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보도가 많은 파장을 낳았다. 양 회장의 전직 직원 폭행 사건 보도로 시작한 뉴스타파와 셜록은 이제 양 회장 갑질을 넘어 불법 성인 음란물 유통과 그로 인해 조성한 비자금, 그리고 비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정조준하고 있다.

이 사건을 취재 시작한 건 박상규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대표 기자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9일 서울 상암동에서 박상규 기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박상규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박상규 진실탐사그룹 셜록 대표 기자 <사진=이영광 기자>

“대학교수 5년 지났어도 충격, 찾아가니 학생들 사이로 숨더라”

-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보도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이 되셨잖아요. 언론 인터뷰도 많이 하시는 데 어떠세요?

“양 회장 사건 이후 셜록이 유명해졌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죠. 역시 언론사는 콘텐츠 힘으로 살아간다는 아주 자명한 진리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었고요, 그러니 셜록이 여기서 자만하지 않고 그동안 언론 인터뷰 많아 했는데 이제 그건 줄이고 차분히 기사 생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광고를 받지 않고 후원으로 운영하는 거 같은데 후원은 늘었나요?

“후원자는 이전에 비해 두 배정도 늘었지만, 생각만큼 늘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저희로서는 고마운 수치죠. 이 수준이 유지되면 최소 1년은 안 망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노력해서 좋은 콘텐츠를 선보여서 유료독자를 확보하는 것이 저희 가장 큰 목적이기도 하고요.” 

- 가장 큰 고민인 재정적인 문제일 거 같은데.

“재정적인 고민 많았죠. 빚이 쌓여가니 망할 뻔하기도 했어요. 어느 선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고 우울했어요. 경험해보니 한국 사회에서 왜 자살하시는지 알겠더라고요. 이번 양 회장 보도 이후 유료 독자로 참여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한동안은 망하지 않을 거 같아 좋은 기사 선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양 회장 보도 전후로 달라진 게 있을 거 같아요.

“크게 달라진 건 없는데 유료 구독료 내는 회원 수가 달라졌어요. 또 하나 저희 매체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지기는 했죠. 인지도가 높아졌어요. 그것은 저희 셜록 매체로서는 아주 환영할만한 일이죠. 인지도에 걸맞은 활동하는 건 저희에게 큰 과제로 남아있어요, 그리고 달라진 점이 긍정적 측면에서 세상 사람들이 탐사보도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한 거 같아요. 저희가 세상에 기여한 바가 있다면 그 점인 거 같아요.” 

- 기자님 개인으로도 달라졌을 거 같아요.

“좀 유명해지긴 했죠(웃음). 근데 그것이 크게 저에게 달라진 건 없죠. 기자 얼굴이 많이 알려진다는 건 좋은 거 같지는 않아요. 왜냐면 비밀스럽고 은밀하게 취재하는 부분이 있는데 누군가 알아보면 취재가 힘들잖아요. 또 하나는 사람이 기대하는 점이 있어서 부담스럽기도 하죠. 제보가 많이 오지만 저희가 다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지만 후배 기자들도 시간이나 능력의 한계가 있는 거니까요.” 

- 양 회장이 기자님과 얼굴이 닮았던데.

“저는 이번에 보도할 때까지 양 회장과 제가 닮았다는 걸 몰랐어요. <오마이뉴스> 이희훈 기자가 사진을 붙여줬을 때 그걸 보고 닮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러나 주변 사람은 전부터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닮긴 했지만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했든 간에 저로 인해 곤경에 처했다는 점은 안타깝지만, 이걸 기회로 본인의 삶의 과오가 있다면 반성의 기회로 삼길 바랍니다.” 

- 거의 2016년 말 2017년 초에 양 회장이 교수 폭행한 사건을 접하면서 취재가 시작됐다고 들었어요, 처음 제보받았을 때 어떠셨어요?

“제가 처음 제보받은 게 대학교수 폭행 사건이거든요. 굉장히 잔혹하게 폭행당했고 폭행 실상은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특히 이 사람들은 법망을 빠져나가 처벌받지 않았다는 것에 저는 한국 수사 기관과 검찰에 실망을 많이 했어요. 과연 그 사람들이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받아서 국민 행복과 안전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맞나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공포로 무서웠어요. 그래서 제가 정말 이걸 보도할 수 있을 것인지를 두고 떨렸어요. 그래도 용기를 냈죠. 왜냐면 기자가 무서워서 보도 못 하면 창피하잖아요. 그래서 했죠.” 

   
▲ 마약 투여, 음란물 유통 방조, 폭행, 욕설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전 회장이 16일 오전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대학교수 직접 만나 이야기 들은 거잖아요, 어땠어요?

“대학교수는 폭행 사건이 벌어진 이후에 약 5년 정도 흘렸는데 지금도 충격 속에 살고 있어요. 더불어서 본인은 지금도 양 회장 감시를 받는다고 생각했어요. 전화를 미리 하고 가면 안 만나 줄 게 뻔하기 때문에 강의실로 무작정 찾아갔어요. 수업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학생들과 나오자 인사드리고 서울에서 왔다니까 학생들 사이로 숨더라고요. 왜냐면 그게 제일 안전해요. 아무리 나쁜 마음 가진 사람이라도 사람 많은 데에선 못하잖아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양 회장이 보내서 왔냐는 거예요. 전 아니라 도와주려고 왔다고 했어요. 설득하는데 세 번 정도 만났어요.” 

- 뭐라고 설득했어요?

“‘선생님이 가만히 있다고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왜냐면 양 회장이 무혐의가 나올 거란 소문이 들려서 거기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보복을 할 거다, 가만히 계시면 당하니 같이 싸워 주겠다’라고 얘기를 했죠.” 

- 전직 직원 폭행 사건은 어떻게 알게 된 건가요?

“맨 처음 제가 접한 제보는 대학교수 폭행 사건이었고요. 그 이후에 취재하며 그 동영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제보자와 그 동영상 찾는 작업을 했고 제보자가 동영상 찾았죠. 제가 알기론 찾았다기보다 다른 직원을 통해서 전달된 게 아닌가 판단해요.”

- 저는 직원들이 아무 말 안 하는 게 놀랍던데 기자님은 처음 동영상 보고 뭐가 충격적이었어요?

“말씀하신 대로 다른 직원이 말리지도 않고 하던 일 그대로 한다는 점이 싸늘하고 무섭게 느껴졌어요. 저 주위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길래 사람이 가만히 있냐죠. 얼마나 양 회장이 탄탄한 자신만의 왕국을 구축했으면 직원들이 반항하거나 말리지 못할까라는 점에서 굉장히 충격이었죠.” 

- 대학교수 폭행 사건에서 나오는 게 전 부인과 이혼 사건이죠. 거기 최유정 변호사가 나오죠. 아마 정운호 게이트 후 이름을 들었을 거 같은데 어땠어요?

“최유정 변호사가 연루된 걸 알게 됐을 때는 간단한 사건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흔히 세상이 말하는 법조비리하고도 깊이 연결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 셜록 영상 캡처>

- 전 부인 전화까지도 도청했다면서요?

“양 회장이 아이폰 쓰는 사람을 제외한 직원을 도청했었고요. 그 과정에서 전 부인 도청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그 과정에서 대학교수도 알게 된 건가요?

“교수와 부인이 불륜한 거로 양 회장은 의심했는데 그렇게 볼 사건은 아니었고요. 다만 도청을 통해서 교수와 전 부인이 친한 관계라는 걸 알게 된 거죠. 둘은 대학 동창이에요.” 

- 양 회장은 원래 기독교 신자였다면서요?

“양 회장은 젊은 시절 교회에 많이 의지했고 기독교 신자였어요. 젊은 시절과 사업 조기 자신에게 영향을 준 목사가 있고 그 목사로부터 삶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거로 파악하고 있어요, 돈이 최고라는 걸 목회자에게 주입 받은 거 같고요, 물론 본인도 돈에 대한 욕심과 집착은 있었죠. 하지만 거기에 기름을 부어 불길을 당긴 건 목회자였어요. 자신이 사업하다 보니 망할 수 있고 실패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목회자에게 의지해서 극복하지 않았나 하고 본인의 집착과 편집증적인 생각을 그분으로부터 영향 받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점쟁이가 양 회장보고 대통령 될 관상이라고 했다면서요?

“진짜였어요. 남들은 웃지만, 승복 입은 땡중이 양 회장에게 절하며 대통령 될 상이라고 했단 거예요. 양 회장은 그런 미신과 점쟁이적인 근거 없는 제안에 많이 빠져서 그걸 또 믿은 거예요. 그래서 안에서 굉장히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땡중은 간부회의도 들어오고 여러 직원 사주팔자나 관상도 보고했어요.”

- 양 회장의 엽기적인 행동이 공개된 거 말고도 있을 거 같은데 한 가지 소개해 주세요.

“피 빨아 먹는 거머리는 머리 아플 땐 머리에 붙이고 또 발목 아플 땐 발목에 붙이고 피를 빨아먹게 하면 낫는다고 강요한 점이 있어요.” 

“성범죄 동영상이 어떻게 유통됐고 돈이 됐는지 후속 보도할 것”

- 이 보도 비판하는 측 주장은 탐사 보도 원직을 지키지 않고 너무 자극적인 영상으로 국민 공분만 산 거라던데.

“폭행 동영상과 워크숍에서 닭 죽이는 동영상이 굉장히 충격적이었죠. 그래서 사람들이 자극적으로 느끼는 것 같은데 그걸 맨 처음 공개한 이유는 양진호라는 사람이 워낙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고 돈도 많기 때문에 초반에 기선 제압하지 않으면 내부 제보자라든지 저희가 위험해져요. 때문에 사람들 공분을 살만한 영상 보도로 양 회장을 꼼짝 못 하게 할 필요가 있어서 그걸 보도했고요. 그 이후 저희가 보도한 건 비자금 조성, 헤비 업로더를 직접 관리한 문제, 도청을 차례대로 진지하게 보도해왔어요. 향후에 저희는 성범죄 동영상이 어떻게 유통됐고 어떻게 돈이 됐는지 짚을 예정이고 또 하나는 양 회장 비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를 들여다보면서 전체적 그림을 그릴 예정이에요. 저희가 아직은 7개 정도 보도했는데 쓸 기사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켜봐 주세요, 혹시 저희가 실수하거나 부족한 점이 있으면 겸허하게 듣도록 하겠습니다.”

   
▲ '양진호 사건'의 공익신고자 A씨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에서 열린 뉴스타파-셜록-프레시안 공동 주최 기자간담회에서 관련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양 회장도 만났는데 어땠어요?

“양 회장은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사람이거든요. 저와 뉴스타파 취재진이 처음 찾아갔을 때 도망갔어요. 그런 사람이에요. 언론에 자기가 노출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어떻게 보면 비겁하기도 하죠.” 

- 뉴스타파와 공동 취재를 하셨잖아요. 뉴스타파를 선택한 이유가 다른 언론이 거부해서라던데.

“실제 제보자께서 셜록 혼자 보도하면 파급력이 약할 수 있기 때문에 방송사가 끼기를 바랬어요. 그래서 영향력 있는 복수의 방송사를 접촉 했어요. 그러나 저희 제의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어요. 물론 방송사 내부 사정도 있었을 거로 생각해요. 그리고 뉴스타파도 방송하니 찾아가서 제안한 거죠.” 

- 뉴스타파와 취재는 어떠셨어요?

“뉴스타파는 뛰어나고 취재를 잘하는 조직이고요. 그분들 도움 많이 받았어요. 취재진을 찾는 데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보였고 팩트를 찾는 데에서도 탁월했고 이슈를 이끌어 가는 데에서도 역할 했다고 생각해요. 도움이 컸습니다.” 

- 취재하며 어려움이 있었을 거 같아요.

“모든 취재가 다 어렵죠. 이번 취재라고 해서 특별히 어려운 게 있는 건 아니었고요. 다만 내부 제보자를 보호하며 그분 신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게 쉽지 않았고 양 회장이 폭력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공포심을 다스리는 거였죠, 그 외엔 없었어요.” 

- 취재하며 느낀 것도 있었을 거 같아요.

“이번 문제가 양 회장 개인의 기행이나 잘못한 행동도 분명 크지만, 결국엔 디지털 성범죄 영상을 죄의식 없이 다운 받아 즐기는 사람들 책임도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그 사람들 돈으로 양진호라는 왕국이 만들어진 거거든요. 물론 양 회장이 디지털 성범죄 영상으로만 돈 번 건 아니지만 상당 부분 재산 형성에 기여한 건 많거든요. 그 점에서 성범죄 영상을 죄의식 없이 즐기는 문화가 이번 기회에 사라지거나 완벽하게 사라지지는 안더라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탐사보도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주시면 좋겠고요. 진실을 파헤쳐서 보도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걸리거든요.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않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좋은 성과로 보답하겠습니다. 셜록에 관심과 후원 부탁드립니다.”

이영광 기자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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