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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오 TV조선 전무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닙니다

기사승인 2018.11.23  08: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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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침묵에 모른 척’으로 일관하다 여론 악화된 이후 뒤늦게 보도한 언론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가 어제(22일) 사퇴했습니다. 지난 16일 MBC <뉴스데스크>가 방 전무의 초등학생 딸이 운전기사에게 폭언을 퍼부은 내용을 공개한 이후 6일 만입니다. 방 전무는 TV조선 홍보팀을 통한 보도자료에서 “자식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MBC 보도 이후 거의 대다수 언론은 ‘이 문제’에 침묵했습니다. MBC가 ‘단독 보도’ 했지만 이 문제를 주목한 언론은 거의 없었습니다. 고발뉴스는 기업 갑질은 각종 후속보도와 어뷰징까지 하면서 대서특필했던 언론이 언론사주 갑질에 대해선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기도 했죠. 

포털을 비롯해 타 언론사들의 무관심 속에 묻히는 듯했던 ‘언론사주 일가의 갑질’ 파문이 다시 주목받은 건 미디어오늘이 지난 21일 ‘녹음 파일’을 공개한 이후입니다. 

   
   
▲ <이미지 출처=미디어오늘 유튜브 영상 캡처>

조선일보 사주 일가의 갑질…언론의 무관심 속에 묻힐 뻔했다 

미디어오늘은 방정오 전무 딸이 초등학생이지만 우리 사회 엘리트 집단과 오너 일가가 사회적 약자를 어떤 식으로 대하는지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 파일을 공개했다고 밝혔습니다. 

미디어오늘이 공개한 ‘음성파일’은 MBC가 보도한 것보다 더 충격적이었고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갔습니다. 이 같은 ‘여론확산’은 그동안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기자들’을 움직이게 했고, 법률대리인을 통해 ‘법적 대응’ 운운했던 방정오 TV조선 전무를 결국 사퇴하게 만들었습니다.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는 사퇴했지만 냉정히 말해 이 과정에서 상당수 언론이 보인 태도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침묵에 모른 척’으로 일관하다가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그제서야 보도에 나서는 식의 태도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 언론 상당수가 눈치보기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MBC를 제외한 방송사들과 다른 주류언론들 역시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MBC가 첫 보도한 지난 16일부터 미디어오늘이 음성파일을 공개한 21일까지 지상파 방송사는 물론 종편, 전국단위종합일간지와 인터넷매체 가운데 ‘이 문제’를 주목한 곳은 극히 소수였습니다. MBC를 제외하곤 미디어오늘과 고발뉴스 등 정말 극히 일부 매체를 제외하곤 외면했다는 얘기입니다. 

저는 언론사주 일가의 갑질은 대기업이나 기업 오너의 갑질보다 더 문제가 심각하다는 입장입니다. 대기업과 오너 일가의 갑질 파문이 발생했을 때 이를 준엄하게 꾸짖으며 사회적 공기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언론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언론사’의 사주가 갑질을 한다? 저는 그런 언론사 특히 방송사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고발뉴스에서 “갑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방송사에 대한 재허가 심사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입니다. 

TV조선 방정오 전무 사퇴로 끝날 일인가 … 방송사 재허가 심사 강화해야 

그런 점에서 어제(22일)와 오늘(23일) 뒤늦게 관련 내용을 보도한 방송사와 전국단위종합일간지 보도에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대다수 언론이 ‘방정오 사퇴’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입니다. 제목만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딸 폭언 논란’ 방정오, TV조선 대표 결국 사퇴 “자식 문제로 물의 죄송” 사과>(국민일보 10면)
<‘초등생 딸 폭언 논란’ 방정오 TV조선 대표 사의> (동아일보 16면)
<방정오 TV조선 대표, ‘딸 폭언 논란’에 사퇴> (세계일보 9면)
<초등생 딸 폭언 논란에 방정오 TV조선 대표 사퇴> (중앙일보 12면)
<조선일보 손녀 ‘갑질’ 논란…방정오 전무 결국 사퇴>(한겨레 10면)
<방정오 TV조선 대표 사퇴... “딸 폭언 논란 사과”> (한국일보 10면)

   
▲ 방정오 TV조선 대표 <사진=TV조선 제공, 뉴시스>

어제(22일) 인터넷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했던 경향신문과 조선일보는 오늘자(23일) 지면에선 기사를 싣지 않았습니다. 서울신문도 오늘 지면에 ‘방정오 사퇴’ 보도가 없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언론사주 일가 갑질의 심각성과 책임성 강화를 주문하는 언론이 없다는 사실이 충격적입니다. 거의 없는 게 아니라 사실상 전멸입니다. 비슷한 파문이 발생할 때 방송사 재허가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 역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사설이나 칼럼도 없습니다. 간단한 스트레이스성 기사로 전하는 보도가 대부분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4일 ‘항공산업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는데 여기엔 총수 일가를 포함한 항공사 임원이 ‘갑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일정 기간 새 항공노선 배정을 신청하지 못하고 임원 재직도 금지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기업도 이 정도인데 방송사 사주가 갑질로 물의를 일으키면? 더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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