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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도 ‘문제’지만 국내 언론이 더 심각하다

기사승인 2018.11.14  16:3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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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근거 부실·내용 과장…인용 보도하는 언론의 노림수는?

미국 뉴욕타임스가 12일(현지시각)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16개의 숨겨진(hidden) 기지에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거대한 속임수를 쓰고 있다”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이미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을 통해 비판을 받았지만, 제가 봤을 때 뉴욕타임스 보도는 오보입니다. 분명한 오보라고 봅니다. ‘가짜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동안 미 주류언론과 트럼트 대통령이 극한 갈등을 빚을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와 처신을 비판했지만, 이번 뉴욕타임스 보도는 비판받아 마땅한 ‘나쁜 뉴스’입니다. 

문제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오보임에도 일부 보수언론은 이걸 인용해서 계속 보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보’라는 걸 몰랐다면 해당 언론사 판단 능력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알고도 계속 인용 보도하는 거라면 언론의 역할을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 <사진출처=KBS 화면캡처>

뉴욕타임스 ‘오보’ … 그런데도 계속 인용 보도하는 국내 일부 언론

이미 지상파 방송사들과 경향신문과 한겨레, 서울신문 등을 통해 ‘반박’된 내용이지만 왜 오보인지를 따져보겠습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보고서는 “북한의 숨겨진 미사일 개발”의 근거로 민간위성업체 ‘디지털글로브’가 찍은 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지난 3월29일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목 기지를 찍은 위성사진 12장입니다. 

하지만 시점을 보면 ‘말이 안 되는’ 근거입니다. 지난 3월 말이면 북-미 정상이 만나 포괄적 비핵화에 합의하기 이전입니다. 정확히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보다 3개월 전에 촬영된 사진입니다. 그런데 무엇이 속임수라는 걸까요? 

서울신문이 오늘(14일) 1면에서 “미국 내 강경 보수세력이 비핵화 협상의 판을 깨기 위해 의도적으로 상황을 왜곡·과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며 의혹을 제기한 것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12일(현지시간) 공개한 북한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일대의 비밀 탄도미사일기지 지역 사진. 사진은 민간 위성업체 디지털글로브가 지난 3월 29일 촬영한 것이다. <사진출처= CSIS, 뉴시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보고서를 내고 뉴욕타임스가 이를 인용 보도하면 ‘무조건’ 진실인 양 대서특필하는 국내 언론의 행태도 반성이 필요합니다. 

엉망인 보고서를 뉴욕타임스가 비중을 실어 보도한 것 자체가 문제가 많은데 조중동을 비롯한 국내 보수언론은 오히려 이를 비판하기보다 대서특필합니다. 정정보도를 요구하면서 비판을 해도 모자랄 판에 말이죠. 오늘자(14일) 이들 신문 지면과 사설을 보면 가관입니다. 대략적인 기사 제목만 잠깐 살펴볼까요. 

<“트럼프, 김정은에 놀아나고 있다” 美 민주의원들, 미북정상회담 반대> (조선일보 1면) 
<北 탄도미사일 기지, 3개 벨트에 총 13곳> (조선일보 4면) 
<靑 “삭간몰 기지, 北의 기만 아니다”… 전문가 “北 대변하나”> (조선일보 4면)
<변하지 않은 북한, ‘문제 없다’는 청와대> (중앙일보 사설) 
<[단독]“北 미사일기지, 평남-자강도 등 전지역 퍼져있어”> (동아일보 1면)
<친트럼프 매체도 “김정은에 속았다”… 美야당 “北과 대화 말라”> (동아일보 3면)
<비핵화 팽개친 미사일 기지… 그래도 北 대변하는 靑 대변인> (동아일보 사설) 

뉴욕타임스 보도는 ‘진리’인가 … 미 보수파의 정치적 이해 확산시키는 국내 언론

뉴욕타임스 보도가 ‘오보’인 또 다른 근거는 많습니다. 지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은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노력’이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함께 명시됐습니다. 

공동선언문 어디에도 북한이 무조건적으로 모든 핵무기, 시설, 미사일 기지까지 없앤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무엇이 속임수라는 말이고 ‘누가 누구에게 놀아나고 있다’는 걸까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이른바 미국의 주류언론들은 ‘이 문제’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일부보수언론은 ‘그냥’ 이들의 부실한 보고서와 ‘문제 많은’ 기사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도 문제지만 이를 ‘그대로’ 인용보도하는 국내 언론이 더 문제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미사일 기지들을 개발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기사는 부정확하다”며 “충분히 인지한 내용이고 새로운 것이 없다”고 일축했지만 보수언론의 ‘외신찬양’은 그칠 줄 모릅니다. 

   
▲ <사진출처=KBS 화면캡처>

사실 미국 주류 언론의 이런 보도행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CBS노컷뉴스는 비슷한 패턴이 주요 국면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노컷뉴스는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의 북미정상회담 직후에도 비슷한 국면이 전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7월1일 월스트리트 저널이 상업위성 플래닛 랩스가 함흥 지역을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생산시설이 추가로 건설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보도했는데 전문가들에 의해 즉각 반박을 받았다는 겁니다.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르쿠스 실러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위성사진을 보면 지난해 8월 김정은 위원장이 방문한 곳인데, 탄소섬유복합재를 생산하는 곳으로 소개된 곳”이라고 월스트리저널 보도를 비판한 겁니다. 

상황이 이 정도면 미국의 주류 언론이 부정확한 보도를 쏟아내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와 목적’이 있을 겁니다. 일단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불만을 가진 미국 정부 내 인사들이 부정확한 정보를 미국 언론에 제공했고, 미국 언론은 팩트체크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 같은 보도를 내보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사회 눈을 속인 건 CSIS와 뉴욕타임스 … 정정보도 해야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격용으로 미 주류관료들과 주류언론이 ‘연합작전’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 미국 민주당은 뉴욕타임스 보도를 기다렸다는 듯 북핵 협상 회의론을 쏟아냈는데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으로 넘어가고 고위급 회담도 지난 8일에서 다시 연기가 된 상황인데 이런 상황에서 ‘북미 협상’을 흔드는 보도가 나왔다는 점 – 정치적 의도가 상당히 있어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미국 강경파들과 언론의 ‘공격’을 반박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이를 ‘대북관계 개선’을 흔드는 쪽으로 국내 보수언론이 활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오늘(1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마디로 CSIS는 정세 분석에서 국제사회의 눈을 속였다. 그리고 뉴욕타임스는 가짜뉴스를 진짜 뉴스인 양 독자를 속였다”고 비판했는데 ‘이런 점’이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눈엔 안보이는 모양입니다. 아니 ‘모른 척’ 하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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