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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의원단의 항의? 조선일보는 이걸 항의라고 보나

기사승인 2018.11.06  16: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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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일본 내 한국 전문가들 우려에 무게중심 두는 조선일보

“일본 국회의원들이 5일 우리 국회를 찾아 지난달 30일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에 대해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오늘자(6일) 조선일보 5면에 실린 기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제목이 <日의원단, 국회 찾아 강제징용 판결에 항의>입니다. 오늘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상당수가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사안을 보도할지 여부는 해당 언론사의 ‘권한’입니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내용을 왜 다른 신문사들이 보도하지 않았는지 구체적인 이유는 알지 못합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일본 의원들의 ‘막말’과 ‘생떼’를 항의라고 한 조선일보 

다만 제가 봤을 땐 그만큼 일본 의원들의 항의(?) 방문이 상식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봅니다. 

일본 의원들이 대한민국 국회를 찾아와 강제징용 피해자와 관련해 쏟아낸 발언 자체가 외교적으로도 결례였기 때문입니다. 외교적인 문제를 논외로 하고 ‘상식의 시선’으로 봤을 때도 일본 의원들의 ‘주장’은 막말과 생떼 그 자체였습니다. 한번 보시죠. 

“(한일 협력관계의) 법적 기반의 근본이 뒤집어 엎어져 버린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로서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오자키 야스히사/일본 자민당 의원) 

“청구권 문제는 개인의 권리를 포함해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습니다.” (시오자키 야스히사/일본 자민당 의원) 

이날 일본 의원들의 발언이 무례인 것은 단순히 ‘일본 입장’을 전달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집권 자민당 8선 의원을 단장으로 한 일본 의원단 3명이 ‘우리’ 국회를 방문한 것은 차세대 지도자 육성 차원입니다. 그런데 ‘차세대 지도자가 될 의원들’을 데리고 대한민국 국회를 방문해 ‘한일 협력관계의 법적 기반의 근본이 뒤집어 엎어져 버린 상황’ 운운하는 것이 온당한 태도일까요? 무례도 이런 무례가 없고 생떼도 이런 생떼가 없습니다. 

SBS는 어제(5일) <8뉴스>에서 “의원 외교 차원의 교류로 덕담 정도나 오갈 줄 알았는데 시작부터 대법원 판결 이야기”라고 지적하면서 “차세대 지도자들이라는데 이런 사람들과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졌습니다. 

   
▲ <사진출처=SBS 화면캡처>

한국 기자들 질문 받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떠난 일본 의원들 

더 황당한 것은 ‘이런 생떼와 결례’를 한 일본 의원들이 정작 기자들 질문은 받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떠났다는 겁니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얘기는 ‘실컷 생떼를 쓰며’ 하고선 기자들 질문은 받지 않고 가는 것 – ‘일본에서 차세대 지도자가 될 의원들’은 이런 식으로 소통을 하는가 봅니다. 

저는 기자들이 ‘관련 기사’를 쓰지 않은 것도 ‘이런 상황’도 한 몫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무례한 데다 예의마저 없는 일본 의원들의 ‘발언’을 굳이 지면과 화면을 통해 ‘소개’해 줄 필요는 없으니까요. MBC나 SBS처럼 일본 의원들의 발언과 태도를 비판하는 리포트는 물론 예외입니다. 

오늘자(6일) 조선일보 기사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MBC는 어제(5일) <뉴스데스크>에서 일본 의원들의 발언을 ‘생떼’라는 표현을 쓰며 비판했습니다. 리포트 제목이 <日 의원들 이러려고 국회 왔나…‘강제징용 판결’에 생떼>입니다. SBS 역시 어제(5일) <8뉴스>에서 일본 의원들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일본 의원들의 이 같은 태도를 ‘항의’라고 하고 ‘강력 반발했다’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는 표현을 씁니다. 그러면서 기사에선 외교부가 강제징용 판결 직후 도쿄에서 일본 전문가들을 초청해 비공개 세미나를 연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을 전하면서 다음과 같은 부분을 소개합니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일본 전문가들은 ‘과거사에 대한 한국 입장이 정권마다 바뀌어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신뢰가 무너져 앞으로 한국과의 협력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사진출처=MBC 화면캡처>

조선일보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가 

조선일보는 일본 의원들의 무례한 언행에 대해선 제대로 비판하지 않은 채 일본 내 한국 전문가들이 이번 대법원 결정을 우려한다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최근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 전 외무상이 “한국은 국가의 몸을 갖추지 않아 한국에 투자하는 기업이 적어질 것”이라는 망언을 한 바 있습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 의원들이 ‘우리’ 국회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다시 한번 ‘망언’에 가까운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를 ‘항의’ ‘강력 반발’ ‘강한 불만 표출’이라고 표현합니다. 온당한 표현일까요? 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이게 생떼이자 막말이지 어떻게 항의입니까. 강력 반발이라니요? 오늘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제징용 피해자와 관련한 대법원의 판결. 이번 판결에 대한 조선일보 입장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 일본 내 한국 전문가들 우려에 무게중심을 두는 조선일보를 보면서 그 속내가 정말 궁금해졌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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