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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안정화 정책’ 분석은 왜 ‘부동산 전문가’들만 하는 걸까

기사승인 2018.11.03  10: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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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액 자산가 대상 자산관리 전문가’가 ‘집값 안정화 대책’을 평가한다?

   
▲ <사진제공=뉴시스>

1. 들어가며

9‧13 부동산 대책 관련 보도를 다시 분석하는 이유

문재인 정부의 ‘9‧13 주택 시장 안정 대책’이 발표된 지 40여 일이 지났습니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수요 근절, 맞춤형 대책, 실수요자 보호라는 3대 원칙 아래 초고가‧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 증가 및 신규 주택담보대출 제한, 임대사업자의 세제 혜택 축소 등 강력한 규제책을 내놨고 무주택자 우선 방향의 청약 대상 변경 등 실수요자 보호 대책도 포함시켰습니다. 9월 21일에는 수도권 공공택지를 개발해 주택 3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공표했죠. 

이후 서울‧수도권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급한 불은 끈 것으로 평가됩니다. 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집값 상승’을 이끌던 강남 4구에서는 호가가 30억 원대는 1억 원 가량, 20억 원대는 5천만 원 가량으로 떨어졌습니다. 분당, 과천 등 수도권 주요지역에서도 거래가 끊기면서 치솟던 집값 상승률이 한풀 꺾였습니다.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대출 규제가 힘을 발휘해 이러한 보합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정부는 10월 16일, 9‧13 대책의 후속 조치를 위해 소득세법, 종부세법,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으나 국회에서 여야 대립이 심화되면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부동산 투기로 인한 시장의 왜곡을 방지하고 ‘주거권 보장’이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추후 토지 공개념 재정립과 공공 임대 주택의 확대, 조세 형평성 확보 등 근본적 방안까지 추진되어야 합니다. 

언론에 등장하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정체는?

이런 가운데 MBC <PD수첩/미친 아파트 값의 비밀>(10/23)은 충격적인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PD수첩>은 지난 6개월 사이 무려 5억 원이나 폭등한 광주 봉선동의 모 아파트 등 사례를 들어 빠숑(김학렬), 이나금 등 ‘스타 부동산 강사’들이 비정상적인 집값 폭등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짚었습니다. 이 스타강사들이 대중 강의를 하면서 ‘광주 봉선동, 대전 둔산동’ 등 지역을 구체적으로 지목했고, 이후 실제로 그 지역의 집값이 크게 뛰어 사실상 투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나금 씨는 곧바로 “논점을 잘못 맞춘 시나리오”라 반박했고 빠숑 역시 “일반 대중이 올바른 투자법을 습득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PD수첩>이 아니어도 부동산 관련 보도에 등장하는 이른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과연 어떤 전문가이며, 어떤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며, 그들이 이야기하는 주된 가치가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집값 안정 대책’은 국민 모두의 삶과 직결된 ‘공적 가치’입니다. 그러나 언론에 등장하는 이른바 ‘부동산 전문가’들이 주거권이나 조세 형평성과 같은 공적 의미를 논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부동산을 ‘재산 증식’의 도구로 바라보는 발언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죠. 부동산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집값 상승의 방법’을 설파하고, 집값이 떨어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수준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들이 ‘부동산 전문가’로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은 ‘부동산 투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인물이 아닐까라는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습니다.

민언련 ‘실명 부동산 전문가’ 분석 방법

이에 민언련은 9‧13 대책이 발표된 직후인 9월 14일부터 21일까지 5개 종합 일간지(경향․동아․조선․중앙․한겨레)와 2개 경제신문(한국경제․매일경제), 그리고 9월 13일부터 20일까지 지상파 3사와 종편4사의 저녁종합뉴스의 9․13 대책 관련 보도에 ‘부동산 전문가’로 등장한 ‘실명 취재원’을 분석했습니다. 모든 실명 취재원을 분석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닙니다. 관련 정책 등을 설명하는 정부 관계자와 정치인, 전문적 견해 제공보다는 각 지역의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인터뷰한 지역 공인중개사와 시민은 실명을 제공했더라도 분석에서 제외했습니다. 

7개 신문사의 ‘9‧13 대책’ 관련 보도에 등장한 ‘부동산 전문가’ 실명 취재원은 크게 ‘부동산과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직군’과 ‘부동산과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직군’으로 나누었고 이를 총 8가지 직군으로 세분했습니다. 

‘부동산과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직군’은 △금융업계 내 부동산 전문가 △금융업계 △교수(부동산학과) △연구소 △부동산 업계로 세분했고요. ‘부동산과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직군’으로는 △교수(기타 학과) △시민단체 △기타 로 나누었습니다. 

‘금융업계 내 부동산 전문가’와 ‘금융업계’을 구분하는 기준은 해당 인물의 실제 직책이었습니다. ‘금융업계 내 부동산 전문가’는 은행이나 투자증권의 부동산 투자 관련 직책을 맡고 있는 인물들을 별도로 분류한 것입니다. 예컨대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부동산 투자자문이 주된 업무로 파악됩니다. ‘금융업계’는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등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등에 해당됩니다. 

‘연구소’로 구분된 분들도 대부분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연구소들입니다. 예를 들면  <PD수첩>에서 ‘투기 조장의 한 원인’으로 짚었던 빠숑(김학렬) 소장은 ‘더리서치 연구소’ 소속입니다. ‘부동산 업계’는 ‘부동산 114’, ‘직방’ 등 부동산 업체 관련자들을 묶은 것인데요. 이들도  명백한 이해관계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동산과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직군’으로는 △교수(기타 학과) △시민단체 △기타로 분류했는데요. 이중에서 ‘기타’로 분류한 세무사, 경매 전문 변호사, 기업체 사장들 역시 ‘부동산의 공적 의미’보다는 부동산 가격에 따른 수익 여부와 관련이 많은 인물이긴 했으나 따로 분류해 분석하기에는 등장 빈도가 미미해 따로 ‘기타’로 포함시켰습니다. 

2. 신문 보도에 등장한 ‘실명 부동산 전문가’ 분석

신문의 ‘인터뷰 인용 횟수’, 금융업계 61회 VS 시민사회 2회 

9‧13대책이 발표된 9월 14일부터 21일까지 8일간, 7개 신문의 ‘실명 부동산 전문가’는 총 154회 등장했습니다.

   

신문 보도 분석 결과, ‘금융업계 내 부동산 전문가’가 25.97%(40회)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직군은 부동산 관련 교수로 21.43%(33회)를 차지했습니다. ‘금융업계’도 13.64%(21회)가 세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처럼 분명하게 부동산과 이해관계가 높은 직군이 부동산 전문가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금융업계 내 부동산 전문가’, ‘부동산학 교수’, ‘금융업계’ 세 직군을 합하면 61.04%(94회)나 차지합니다. 

반면 이해관계에서 떨어져 부동산 시장을 공적 가치의 기준에 따라 분석할 수 있는 ‘시민단체’의 경우 불과 2회 등장(경향신문 2회,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산업팀장‧백주선 민변 민생경제위원장)에 그쳤습니다. 신문들이 집값 안정 대책을 보도하면서 ‘집값 안정’과 삶이 직결된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사실상 완전히 외면한 겁니다. 16회 등장한 ‘기타 전공 교수’의 경우에만 정치학, 경제학, 경영학, 세무학 등이어서 그나마 다양성을 보였습니다. MBC <PD수첩>(10/23)에 등장한 ‘더리서치 연구소’의 빠숑(김학렬) 소장은 3차례(한국경제 2회, 중앙일보 1회) 등장했습니다. 

편중된 취재원…상위 9명 ‘전문가’가 50% 육박

신문들은 부동산 대책을 보도하면서 특정 직군만 실명 취재에 동원했을 뿐 아니라, 특정 인물만 집중적으로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많이 등장한 실명 취재원을 인물별로 살펴보았습니다. 권대중, 박원갑, 심교언, 함영진, 김규정, 고준석, 이상우, 양지영, 김종필이 상위 9명이었는데요. 9명 중 3명이 ‘금융업계 내 부동산 전문가’, 1명이 ‘금융업계’였고, ‘부동산 전공 교수’가 2명, ‘부동산 업계’와 ‘연구소’, ‘기타’가 각 1명이었습니다. ‘금융업계 집중 현상’을 거듭 보여줍니다.

   

이 9명의 인물들은 전체 ‘실명 전문가 취재원’의 등장 횟수 중 절반 가량(49.36%)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혼자서 무려 15회(9.74%)나 인용됐습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12회, 7.79%의 등장 비율을 보였고,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10회, 6.49%로 뒤를 이었습니다. 직군별로 볼 때는 ‘금융업계’가 압도적이었으나 인물별 등장횟수에서는 권대중, 심교언 두 ‘부동산 전공 교수’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이는 소수의 ‘전문가’들이 9‧13 대책에 대한 평가와 전망, 즉 발언권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9‧13대책에 ‘부정적’, ‘대책 강화’는 ‘소수 의견’

그렇다면 이렇게 특정 직군과 특정 인물들에 집중된 전문가 실명 취재원들은 신문에서 어떤 발언을 했을까요? 총 154회 등장한 전문가 실명 취재원들의 발언을 유형별로 분석했습니다. ‘집값 상승 진정’ 등 9‧13대책의 효과를 논한 경우 ‘긍정’, 효력이 없다거나 역효과를 낼 것이라 평가한 경우 ‘부정’, 특정 조건에서는 효과가 성립할 것이라고 전망하거나 대책의 효과와 집값 추이에 모두 유보적 태도를 경우 ‘중립’으로 분류했습니다. ‘부작용 우려’, ‘대책 강화 주문’, ‘공급 확대 필요’ 등 추가적 대책을 요구한 맥락의 발언은 따로 집계했습니다. 이 6가지 유형에 포함되지 않는 일반적 서술, 조언 등은 ‘기타’로 분류했습니다. 하나의 발언에 여러 의견이 혼재한 경우 중복 집계했습니다.

   

그 결과 ‘부정적 평가’가 39회로 가장 많았으며 ‘긍정 평가’는 31회, ‘중립’은 23회로 나타났습니다. ‘금융업계’와 ‘부동산 전공 교수’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전문가 실명 취재원’들은 대체적으로 9‧13대책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에 비중을 둔 겁니다. 

여타 보완을 요구한 의견에서도 ‘시장 혼란’ 등 부작용을 우려한 부정적 기조가 20회, 보완책으로 거론되기는 하나 부동산 투기를 더욱 부추길 우려가 큰 ‘공급 확대 요구’가 23회로 상당히 많았습니다. 반면 ‘종부세 강화’ 등 규제의 강화를 요구한 ‘대책 강화 주문’은 10회로 가장 적었습니다. ‘대책 강화 주문’의 경우 한겨레, 중앙, 경향에서만 등장해 타사는 완전히 외면했다는 점도 두드러집니다. 이를 총체적으로 살펴보면 9‧13대책이 집중한 대출 규제 및 종부세 강화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대책의 강화’보다는 더 많은 물량으로 거래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겁니다. 

최다 인용된 ‘교수 전문가’, 9‧13대책에 ‘비판 일변도’

가장 많이 인용된 5명의 ‘전문가’들의 발언을 따로 분석해보면 그 성향이 더욱 명확히 드러납니다. 일단 이들 5명은 더 강화된 부동산 규제를 요구한 의견은 단 1번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5명 중에서도 가장 많이 등장한 권대중 교수의 경우 ‘긍정 평가’나 ‘중립 평가’가 아예 없고 ‘부정 평가’만 8차례나 됩니다. 투기 우려가 있는 ‘공급 확대 주문’ 4회, 부정적 평가와 맥락이 비슷한 부작용 우려도 6회나 발언해 권 교수는 9‧13대책을 상당히 비판적으로만 봤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성향의 권 교수가 7개 신문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겁니다.

   

비슷한 사례로 심교언 교수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심 교수는 긍정, 부정, 중립이 확연히 드러나는 발언을 남기지는 않았고 ‘공급 확대 주문’과 ‘부작용 우려’만 각 5회씩 주장했습니다. ‘공급 확대’는 부동산 폭등의 원인을 투기가 아닌 ‘공급 부족’에서 찾는 시각으로 9‧13대책의 기본 취지에 정면으로 반합니다. ‘부작용 우려’ 역시 9‧13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는 않은 겁니다. 신문들이 가장 신뢰한 두 ‘교수 전문가’가 모두 9‧13대책을 대단히 부정적으로만 본 겁니다.  

반면 ‘금융업계’의 박원갑, 김규정 두 위원, ‘부동산 업계’의 함영진 랩장은 다양한 의견을 남겼습니다. ‘긍정 평가’가 박 위원 6회, 김 위원 5회, 함 랩장 4회로 비교적 많습니다. 이들은 ‘부정 평가’와 ‘중립 평가’를 인터뷰한 사례도 있어 9‧13대책을 다각적으로 분석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상위 취재원 대부분은 부동산 ‘투자’ 분야에서 활동

7개 신문사에 인용 횟수가 많은 상위 9명 ‘부동산 전문가’의 더 상세한 이력을 살펴보면 신문들이 지나치게 이해관계에 매몰된 입장만 보도하고 있음을 더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박원갑 위원은 <박원갑의 부동산 투자 원칙>(2017, http://bitly.kr/dGA2 )을 출간했습니다. 스스로 이 책을 “투자 심리를 활용한 노후 부동산 성공 법칙을 다룬 책”이라 소개했고 “분야별로 생생한 투자 사례는 물론 개인의 심리적 특성을 고려한 자산 관리법까지도 다룬 것이 특징”, “변함없는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의 대원칙”을 제시한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신문들은 박 위원을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라고만 소개했으나 박 위원은 ‘부동산1번지’와 ‘스피드뱅크’ 등 부동산중개업에서 활동해왔으며 한국부동산산업학회 부회장도 역임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업계 인물’이나 다름없습니다. 현 소속인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의 경우 “개인 10억원, 법인 50억 원 이상 보유고객”을 대상으로 자산 컨설팅을 제공하는 전문가 집단입니다. ‘10억 이상의 자산가’의 관점에서 시장을 분석한다는 의미입니다. 9‧13 대책이 목표로 하는 부동산 시장 안정, 주거권 확보 등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심교언 교수는 <부동산 왜 버는 사람만 벌까>(2017, http://bitly.kr/vNao )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은 “하늘이 무너져도 버는 사람은 벌기 마련!?”, “부동산 투자의 중심을 바로잡아주는 단 한 권의 책”이라고 소개돼있습니다. “저자는 먼저 ‘가장 뜨거운 지역을 사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부동산 거품으로 인해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무려 십수 년간 계속된 목소리다” 등 적나라하게 ‘부동산 불패’를 선전하는 문구도 있습니다. 이 역시 부동산 투기 억제라는 정부 대책의 취지와는 정반대입니다. 신문들이 ‘부동산 학과 교수’라고만 소개했으나 심 교수는 과거 정부 발주 신도시 개발과 경제자유구역 개발 등 국책사업에 참여하여 자문 및 연구를 수행한 경력도 있습니다. 역시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타 인물들도 이력은 비슷합니다. <부동산 투자, 9호선에 돈 있다>(http://bitly.kr/O2t8 )을 쓴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사야 할 아파트, 팔아야 할 아파트>(2018, http://bitly.kr/8Ky0 )을 쓴 양지영 R&C 소장 역시 모두 ‘부동산 투자 컨설팅’에 가까운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부동산 투자 전략 관련 강연을 자주 엽니다. 지난 4월 알비 부동산종합서비스 그룹에서 주최한 ‘부동산시장의 트렌드 변화와 투자전략 세미나’에서 ‘2018년 부동산 투자 전략’ 강연을 연 바 있습니다. 고준석 센터장은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투자전문가로 활동 중입니다.

   

이처럼 상위 9명의 취재원 중 7명은 부동산 투자와 관련된 책을 저술하거나 강연을 하거나 관련 직군의 종사자입니다. 이는 취재원들이 부동산을 ‘사는 집’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으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시각이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사실처럼 전달된 겁니다. 

‘집값 안정 효과 없으니 세금 내려라’?

신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권대중 교수의 경우 대부분의 발언이 9‧13대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였습니다. 

대표적 사례는 동아일보 <2주택자 종부세 873만 →1970만원… 보유세 부담 3배까지 늘수도>(9/14 http://bitly.kr/TAkE )입니다. 동아일보는 “(9‧13 부동산 대책은)‘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규제 강화를 밀어붙였던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 하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면서,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보유세를 높이려면 거래세를 낮춰 거래 절벽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정부는 소극적”, “결국 시장 안정보다 세수 확보에 초점을 맞춘 대책일 뿐”이라는 발언을 덧붙였습니다. ‘규제 강화’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까지 동원한 동아일보가 스스로의 논지를 강화하기 위해 ‘전문가’로 권대중 교수를 동원한 겁니다. 권 교수도 동아일보에 발맞춰 ‘거래세를 낮추지 않으면 시장 안정을 꾀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는 9‧13 대책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입니다. ‘세금을 올려 투기를 막겠다’는 정책에 ‘세금을 내려 거래를 활성화하라’는 정반대의 요구를 한 것인데 사실상 투기를 막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권 교수는 이에 동조하여 9‧13대책의 시장 안정 효과를 부정하고 ‘세수 확보일 뿐’이라 깎아내린 겁니다. 정부는 보유세인 종부세 인상은 추진했으나 거래세는 인상하지도 않았습니다. 거래세 인상은 오히려 투기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이외 ‘전문가’들이 신문에 남긴 ‘부정 평가’들 역시 모두 ‘집값 안정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결론입니다. “세금으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 건 심리적 부담감 외에는 큰 효과가 없다”(매일경제 9/14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강남 등 고가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의 매도를 유도할 만한 정책이 없어 매물이 늘거나 집값이 안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중앙일보 9/14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 등 비슷한 내용들입니다. 

‘공급 확대’에 핏대 세운 중앙‧한경, 과연 해결책일까

신문사별로 실명 취재원의 발언 내용을 보면 각 신문사가 집중한 ‘프레임’이 무엇인지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먼저 ‘공급 확대’를 요구한 실명 취재원 발언을 가장 많이 인용한 중앙일보와 한국경제가 눈에 띕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중앙일보 <강남에 1억 내린 급매물 등장…오늘 나올 공급대책이 분수령>(9/20 http://bitly.kr/70l5 )입니다. 중앙일보는 “세제·금융 규제를 망라한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주택시장의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며 정부 대책의 효과를 논하는 듯 했으나 “하지만 이런 분위가기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고 우려했습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부동산 규제책 발표 후 급매물이 나오는 건 일반적 패턴”, “중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위해선 강남권 등 서울과 인접한 곳에 집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주장을 전했습니다. ‘집값 안정에 공급 확대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단언입니다. 

이외에도 “용산은 인프라가 뛰어나 서울 외곽에 아파트를 짓는 것보다 집값을 안정화하는 데 효과가 클 수 있다”(중앙일보 9/21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 팀장), “정책 규제로는 수요를 잡을 수 없다. 관건은 좋은 입지에 집을 공급하는 것”(한국경제 9/15 김학렬 더리서치연구소장) 등 중앙일보와 한국경제에서 ‘공급 확대 요구’가 상당히 많이 인용됐습니다. 중앙일보, 한국경제 각각 8회, 6회입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은 단 한 번도 ‘공급확대’를 요구한 취재원 발언을 인용하지 않았습니다. 

주택 공급확대는 집값 안정 대책이 아니라 오히려 집값 폭등을 야기할 것이라는 반론은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민중의 소리와의 인터뷰(9/10 http://bitly.kr/Emyo )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고 있는 지금 상황은 수요보다 공급이 적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이미 서울, 특히 집값이 뛰는 강남과 일부 강북지역의 집들은 서민들을 위한 집이 아니라, 전국의 자산가, 부유한 전문직 종사자들의 투기상품이 된 지 오래”, “공급을 늘린다고 해서 서민들의 집이 늘어나고 가격이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투기꾼들이 취급할 수 있는 ‘실탄’만 더 늘리는 꼴”이라 지적했습니다. 

부동산 폭등의 원인은 주택 공급부족 때문만은 아닙니다. 2015년 기준, 전국의 주택 보급률은 109.8%로 100%를 넘어섰으나, 자가 점유율은(자신이 소유한 주택에서 사는 가구의 비율)은 56.8%에 불과합니다. 주택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주거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죠. 시장에 집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싹쓸이’, 즉 ‘투기’ 때문에 주거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는 방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또 공급을 늘리면 투기를 부추길 위험이 상당히 큽니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의 주거를 보장할 수 있는 공공 임대 주택 확대 등이 집값 안정을 위한 ‘진짜 공급책’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조선․매일경제 “부작용 우려”, ‘세금폭탄론’ 뛰어넘은 ‘종부세 징벌론’

‘공급 확대’만큼이나 인용 빈도가 높았던 ‘부작용 우려’는 조선일보와 매일경제에 집중됐습니다. 조선일보는 8회, 매일경제는 7회 ‘부작용 우려’를 주장한 ‘전문가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한겨레와 경향은 이것도 단 한 번도 인용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가 가장 우려한 ‘부작용’은 ‘종부세 피해’입니다. 조선일보는 <1주택자도 보유세 2~3배 뛸 수 있다>(9/15 http://bitly.kr/cbuk )에서 “집 한 채 가진 중산층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도 2022년까지 최대 2~3배 오를 전망”이라더니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로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실거래가 13억 9000만원)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등 고가의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의 보유세가 2~3배 오르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재산이 집 한 채 뿐이고 일정한 수입이 없는 은퇴 세대는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집을 처분하고, 집값이 싼 동네로 이주를 해야 하는 등 피해를 입을 우려가 크다”고 첨언했죠. ‘종부세로 인한 피해가 크다’는 겁니다. 그러나 2016년을 기준으로 전국에 주택을 가진 사람 1331만 명 중 종부세 납부자는 27만 4000명으로 집을 가진 사람의 2.05%에 불과합니다. 종부세 납부 기준은 1주택자 기준으로는 공시가격 9억원, 다주택자는 공시가격 6억 원으로서, 실거래가가 17억 원에 형성되는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 1채를 가지고 있어도 종부세 납부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매우 극소수의 ‘초고가 주택 보유자’들을 조선일보의 주장처럼 ‘선의의 피해자’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집값 폭등으로 인한 ‘시장 혼란’, ‘종부세 때문’이라니…

신문들이 전문가를 동원해 피력한 ‘부작용 우려’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장불안을 걱정하는 의견도 많습니다. 한국경제 <서울‧세종 등 2주택 이상 ‘징벌적 종부세’...22만명 세부담 확 늘어난다>(9/14 http://bitly.kr/5xxq )는 이미 제목에서 ‘징벌적 종부세’라는 적나라한 표현을 썼는데요. 한국경제는 9‧13대책을 아예 “서울, 세종 등 집값이 급등한 지역에 징벌적 차등 과세를 하는 게 골자”라고 요약했습니다. ‘9‧13대책=징벌적 과세’라는 일차원적이고 과장된 도식입니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징벌적 과세’가 위헌소지가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덧붙였는데요.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의 “납세자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 “세제로 집값을 잡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과거 노무현 정부 때와 같은 혼란이 일까 걱정된다”는 발언을 인용한 겁니다. ‘종부세는 징벌’이라더니 갑자기 ‘노무현 정부 때와 같은 시장 불안’으로 도약하는 놀라운 전개입니다. 이는 집값 폭등으로 인해 다수 국민들의 주거가 불안정해지고 전체 시장이 왜곡된 현실을, 극소수 ‘부동산 부자들’에 매긴 세금 때문에 혼란이 발생한 것처럼 윤색한 겁니다. 

이외에도 “임대차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지 모른다”(한국경제 9/14 홍기용 인천대교수), “시장 불안정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조선일보 9/14 심교언 건국대 교수), “규제 강화로 시장 왜곡 강화, 시장 불안 높이는 규제(매일경제 9/14 심교언 건국대 교수) 등 한겨레와 경향, 한국경제를 제외한 모든 신문에서 ‘규제’를 무조건 ‘시장불안’과 연결시키는 논리들이 인용됐습니다.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는 정부대책을 시행하면 시장 혼란이 올 것이라는 주장들입니다. 

3. 방송 보도에 등장한 실명 취재원 분석

‘금융업계 내 부동산 전문가’, ‘부동산학 교수’, ‘금융업계’가 70% 차지

9‧13대책이 발표된 9월 13일부터 20일까지 8일간,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 ‘실명 부동산 전문가’는 총 40회 등장했습니다. 신문과 같은 방법으로 취재원의 직군을 분류했고 신문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부동산 전문가’라는 네임수퍼가 TV조선에서만 등장하여 추가했습니다.

   

방송 보도 분석 결과, ‘금융업계 내 부동산 전문가’가 37.5%(15회)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직군은 부동산 관련 교수로 27.5%(11회)를 차지했습니다. 세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 직군은 각 7.5%(3명)씩 구성된 인정한 연구소, 교수(기타)입니다. 방송은 부동산과 이해관계가 높은 직군이라 할 수 있는 ‘금융업계 내 부동산 전문가’, ‘부동산학 교수’, ‘금융업계’가 70%(28회)나 차지하여 신문의 61.04%보다 더 높았습니다. 부동산 업계나 투자자들과는 달리 이해관계에서 독립된 시각으로 부동산 정책을 바라볼 수 있는 ‘시민단체’는 KBS‧MBC에서만 1차례씩 등장해, 방송사들이 외면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방송 보도의 경우 부동산과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직군이 87.5%, 이해관계가 없는 직군은 12.5%를 차지했습니다. 

TV조선이 새로운 직업을 창출? ‘부동산 전문가’

한편, 오직 TV조선에서만 등장시킨 ‘부동산 전문가’라는 정체불명의 취재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TV조선은 아주 기본적인 소속도 밝히지 않은 채 ‘부동산 전문가’라고만 소개한 채 인터뷰를 땄는데요. 여기에는 장재현‧함영진‧김규정 세 사람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중 김규정 씨의 경우 타사에서는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이라고 소개해 ‘금융업계 내 부동산 전문가’로 집계됐습니다. 그렇다면 TV조선이 소속을 숨긴 장재현‧함영진 두 취재원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TV조선이 소속을 밝히지 않은 의도를 납득하기 어려우나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이들의 소속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장재현 씨의 경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 함영진 씨는 직방 빅데이터랩장입니다. 두 사람 모두 ‘부동산 업계’에 직접적으로 몸담고 있는 인물들인 겁니다. 장재현 씨가 소속된 리얼투데이는 건설 부동산 마케팅 회사로서 <성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성남판교 대장지구’>(10/25 https://bit.ly/2yCkzuI )와 같이 ‘돈이 될 만한 부동산 투자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함영진 씨가 소속된 ‘직방’은 이미 잘 알려진 대표적인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입니다.

   

‘금융 업계 내 부동산 전문가’, ‘교수’의 인터뷰도 소수 인원에게 집중

   

7개 방송사에 등장한 ‘전문가 실명 취재원’의 등장 횟수를 인물별로 분석해도 ‘금융업계 내 부동산 전문가’와 ‘부동산학과 교수’가 단연 많이 인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와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7개 방송사에서 각 6회 등장으로 최다 출연횟수를 기록했고 뒤를 이어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가 5회,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이 4회 순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금융업계 내 부동산 전문가’의 경우 총 15회의 등장 횟수를 박원갑‧김규정‧안명숙 씨 3명이 독식했다는 사실입니다. ‘부동산학과 교수’ 직군도 마찬가지입니다. 권대중‧심교언 씨의 출연 횟수만 총 11회로서 ‘부동산학과 교수’ 직군 전체 보도횟수 11회를 독식했습니다. 방송사들이 특정 인물들만 집중적으로 ‘부동산 전문가’로 인용하고 있는 겁니다. 

‘부동산 투자 전문가’라고 왜 말을 못하니

그렇다면 방송사들이 ‘부동산 전문가’로 내세우는 인물들은 과연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일까요? 최다 출연 상위 5인의 실제 이력을 보면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부 방송사는 이들이 ‘부동산 관련자’임을 슬쩍 숨기기도 했습니다.

   

상위 5명의 취재원은 모두 ‘금융업계 내 부동산 전문가’와 ‘교수’입니다. 대부분의 방송사들은 이들을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등 실제 직책으로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부동산 관련 직책’임을 숨긴 사례가 있습니다. KBS‧MBC‧TV조선은 각 1차례씩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을 ‘부동산’을 쏙 뺀 채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이라고만 소개했습니다. 분명 ‘부동산 업계 관련자’인데도 마치 부동산 업계와 이해관계가 없는 ‘은행 연구원’인 것처럼 표기한 것이죠. TV조선과 MBN은 각 1차례씩 권대중‧심교언 두 ‘부동산학과 교수’를 역시 ‘부동산’을 빼고 ‘교수’라고만 표기했습니다. 

가장 심각한 사례는 TV조선입니다. TV조선은 2차례나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을 ‘부동산 전문가’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소개했습니다. 이는 정확한 직책은 물론 ‘투자증권사’라는 소속까지 숨긴 겁니다. 시청자에 대한 기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초고액 자산가 대상 자산관리 전문가’가 ‘집값 안정화 대책’을 평가한다?

실제 직책과 소속이 표기됐다고 하더라도 이들 ‘전문가’들의 자세한 이력을 보면 객관성을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방송사들이 핵심적인 내용을 누락했기 때문입니다. ‘금융업계 내 부동산 전문가’로 소개된 박원갑‧안명숙‧김규정 씨 3인의 경우 모두 ‘고액 자산가 대상 자산 관리 서비스’에 몸담고 있습니다. 박원갑 씨는 KBS‧MBC‧TV조선에서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 SBS‧JTBC에서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으로 출연했습니다. 박 씨의 실제 직책은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인데 방송사들이 빼먹은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WM스타자문단’이라는 소속입니다. KB국민은행 홈페이지에는 ‘WM스타자문단’을 “분야별 최상의 자산관리 토탈솔루션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가 집단이라 설명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신청대상’은 “개인 10억 원, 법인 50억 원 이상 보유고객”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즉, 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자문 서비스입니다. 박원갑 씨는 KB국민은행의 ‘개인 10억, 법인 50억 이상’의 ‘고액 자산가 고객’들 중 ‘부동산 투자에 관심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문가’라는 겁니다. 무주택자의 거주권 보장과 부동산 시장이라는 공공의 목적과는 거리가 멉니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으로 등장한 안명숙 씨 역시 실제로는 ‘우리은행 WM자문센터’ 소속으로서의 ‘TWO CHAIRS(투 체어스)’라는 자산관리 프로그램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우리銀,10억이상 자산가 대상 '투체어스'오픈>(2003/10/17 https://bit.ly/2CFGWlz )에 따르면 이 역시 ”거액 예금자 중에서도 10억원이 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안 씨 역시 ‘고액 자산가’의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맡고 있는 것이죠.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으로 소개된 김규정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김 씨가 속한 NH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 부동산 투자자문업 인가를 받았고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서비스는 앞서 살펴본 우리은행, KB국민은행과 비슷하게 ‘WM컨설팅부’라는 이름을 달고 있습니다. 김규정 씨는 바로 여기에 소속된 ‘부동산 연구위원’입니다. 방송사들이 9‧13대책에 대한 평가와 분석에서 가장 많이 인용한 ‘부동산 전문가’들은 바로 ‘은행의 고액 자산가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연구위원’이었던 겁니다. 

방송 뉴스에서도 부정적 논조 중심의 인터뷰

그렇다면 이렇게 ‘특정 전문가 집단’에 집중된 취재원들은 보도에서 9‧13대책을 어떻게 평가했을까요? 실명 취재원들의 발언을 분석해보니 9‧13 부동산 대책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값 폭등 안정화’ 등 9‧13대책의 효과를 논한 경우 ‘긍정’, 효력이 없다거나 역효과를 낼 것이라 평가한 경우 ‘부정’, 대책의 효과와 집값 추이를 모두 ‘관망’한 경우 ‘중립’으로 분류했습니다. ‘부작용 우려’, ‘강화 주문’, ‘공급 확대 필요’ 등 추가적 대책을 요구한 맥락의 발언은 따로 집계했습니다. 하나의 발언에 여러 의견이 혼재한 경우 중복 집계했습니다. 그 결과 부정적 논조가 15회로 가장 많았고 중립적 논조가 12회, 긍정적 논조는 4회에 그쳤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9‧13 대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오직 MBC‧SBS 두 방송사에서만 각 두 차례씩 등장했다는 겁니다. ‘부정’과 ‘중립’이 모든 방송사에서 나타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특히 TV조선의 경우 ‘부정적 평가’만 5번이나 인용됐습니다.

‘부동산 전문가’가 남긴 ‘부정적 평가’ 중 대표적인 것은 ‘이주하려는 1주택자가 피해를 본다’는 논리입니다. TV조선 <‘9‧13 대책’에 불만 높아지는 1주택자>(9/17 https://bit.ly/2OC7FTu )에서 TV조선은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를 ‘부동산 전문가’라고만 소개했는데요. 장 씨는 “1주택자 중에서 작은 면적에서 살고 있어서 큰 면적으로 갈아타려는 수요의 경우에는 이번 기회가 축소되면서 불만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TV조선은 그 근거를 ‘인기지역 청약’이 “무주택자에게 우선 당첨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요. 그러나 다른 방송에 등장한 ‘전문가’는 이에 완전히 상반된 평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SBS <유리해진 무주택자..청약 당첨 기회 커진다>(9/14 https://bit.ly/2CYwZBv)에서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무주택자들은 추첨제 물량에서도 우선 배정을 받기 때문에 기존 매매시장보다는 분양 시장에 더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라고 긍정적으로 진단했습니다. ‘무주택자’의 관점에서 시장의 흐름을 예상한 것이죠. 

인터뷰이 출연횟수 상위 5명도 부정적 논조 중심

실명 취재원 중 등장 횟수가 가장 많은 5인의 발언을 따로 분석해도 결과는 비슷합니다. ‘부정’이 9회로 가장 많고 ‘중립’이 7회, ‘긍정’은 4회에 불과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금융업계 내 부동산 전문가’로 ‘고액 자산가’들의 자산 관리를 담당하는 전문가들, 박원갑‧김규정‧안명숙 3인의 경우 ‘부정’, ‘중립’적 평가와 함께 ‘긍정적 평가’도 함께 남긴 것과 달리 ‘교수’에 속한 권대중‧심교언 씨는 ‘긍정 평가’가 아예 없었다는 점입니다. 특히 권대중 씨의 경우 ‘부정 평가’만 3회 발언했습니다.

   

권대중 씨는 매체를 가리지 않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JTBC <“안 잡히면 추가 조치”…더 강력한 ‘한 방’은?>(9/14 https://bit.ly/2xkXCuw )에서 “시장을 안정화시키고 잡는데는 역부족이라고 생각되고요. 부동산 가격 자체가 세금보다 많이 오르기 때문에 기꺼이 투자자들은 또 투자하거든요”라며 아예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남겼습니다. MBC <상승세 일단 ‘주춤’…“집값 잡혔다고 보긴 일러”>(9/15 https://bit.ly/2xf8H0P )에서도 “종부세를 중심으로 규제했기 때문에, 종부세는 당장 세금을 물리는 게 아니고 내년 12월에 부과됩니다. 부동산 가격을 잡는 데는 역부족”이라며 ‘종부세 확대’ 역시 효과가 없을 것이라 예견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9월 14일~2018년 9월 2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한국경제, 2018년 9월 13일~2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http://www.ccdm.or.kr)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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