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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관료들이 文대통령에 분노? 조선일보의 오버

기사승인 2018.10.30  17: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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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비평] 트럼프 대통령 비판 발언은 왜 쏙 뺐나

<“美관료들, 文대통령 과속에 매우 우려… 심지어 분노”> 

지난 29일자 조선일보 5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대북 제재 면제와 남북 경협 등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異見)이 심각하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조선일보가 뽑은 제목은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의 발언입니다.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미 국무부 초청으로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 외교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은 공개적으론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노력을 지지하는 듯하지만, 미 정부 관계자들과 얘기해보면 상당수가 그의 대북 정책에 매우 우려하거나 심지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이 ‘이런 논평’을 할 ‘자유’는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최소한 근거는 제시해야 합니다. 그냥 ‘미 정부 관계자들과 얘기해보니 이렇더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건 곤란하다는 얘기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CIA 출신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 … 대북 강경파 대표적 인물

더구나 그동안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한반도나 대북 문제에 있어 언론에 논평을 할 때 미국 보수성향 ‘전문가’ 중에서도 가장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 온 인물입니다. 

적어도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의 발언을 언론이 인용하거나 소개할 땐 그가 CIA에서 한국지부 부과장을 역임했고, 보수적 성향의 헤리티지 재단에서 11년간 동북아를 담당한 ‘대표적 대북 강경파’라는 점을 소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선일보처럼 ‘미 중앙정보국(CIA) 한반도 분석관 출신’이라고만 언급하면 충분하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오늘(30일) CBS 노컷뉴스는 <文과속에 美관료가 분노? 해당 관료 누군지 살펴보니>라는 기사에서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CBS노컷뉴스는 “브루스 클링너가 미국 관료 가운데 어떤 사람들이 분노했는지 밝히지 않아 관료들의 시각을 대변한 것인지, 본인의 우려를 섞어 전달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면서 “분명한 점은 그가 미국의 한반도 문제 연구자 가운데서도 상당히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 <사진=YTN 화면캡처>

그러면서 국내 안보전문가들의 평가를 소개했는데요. 좀 길게 인용합니다. 

“한 안보전문가는 ‘클링너가 박사학위도 없지만 CIA 분석관 경력을 활용해 왔다’면서 ‘수년 동안 미국이 주도하는 MD 방어망 로비스트 비슷하게 활동했다’고 말했다. 미국 주도의 MD 체계에 대해서는 중국 등 주변국들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보수적인 박근혜 정부 때도 거리를 뒀던 사안이다.

이 관계자는 워싱턴 주변에 있는 한반도 문제 전문가 풀의 미약한 영향력에 대해서도 귀뜸했다. ‘워싱턴에서 한반도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영향력이 없는데 조금 있는 사람들도 한미 갈등을 부풀려서 욕도 많이 먹는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워싱턴에서 진행되는 (비핵화 관련) 프로세스를 대변해 주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서 한반도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영향력에 물음표를 던지지 않는 언론

클링너 선임연구원이 △미국이 주도하는 MD 방어망 로비스트 비슷하게 활동한 인물이라는 점 △워싱턴에서 한반도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영향력이 없는데 조금 있는 사람들도 한미 갈등을 부풀려서 욕도 많이 먹는다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저는 조선일보를 비롯해 일부 언론이 보도한 ‘미 전문가들 간담회’ 기사의 문제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그들’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하건 그건 그들의 자유지만 ‘그들의 발언’에 무게를 실을지 여부는 ‘한국 언론’이 판단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조선·중앙일보를 비롯해 일부 경제지들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라는 타이틀 속에 일단 ‘받아쓰고’ 보는 분위기입니다. 해당 발언이 얼마나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영향력이 있는 전문가인지,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등은 따지지 않습니다. 

이번 ‘간담회 기사’에서 재밌는 건,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 발언 중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부분은 소개가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文대통령 비판 발언만 소개하고 트럼프 비판은 ‘모른 척’한 언론들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간담회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 문 대통령, 폼페이오 장관 모두 김정은 위원장 속임수에 말려들고 있다. 북한이 동의하기는커녕 되레 거부하는 내용들에 대해 ‘동의했다’고 주장한다”며 “김대중 정부 햇볕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은 문 대통령과 성과를 과대 포장하고 싶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합의에 조바심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관련 발언은 한국일보 10월29일자 6면에서 소개됐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를 비롯해 상당수 언론은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의 ‘트럼프 대통령 비판’을 모른 척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문재인 정부가 대북 문제에 있어 과속하고 있고, 미 관료들이 여기에 분노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적인 발언 감추기’ 아니었을까요? 

조선일보를 비롯해 ‘관련 내용’을 보도한 다른 언론사 기자들에게 조언하나 드릴까 합니다. 과거에는 ‘이런 기사’가 통했을지 몰라도 이제 이런 기사는 대접받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인용 보도를 하려면 ‘제대로’ 하시고, 발언 소개도 ‘제대로’ 하시기 바랍니다. 자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의도’에 ‘팩트’와 ‘멘트’를 편집하지 마시길. 이거 저널리즘의 기본입니다. 

   
▲ 2017년 3월 22일 당시 바른정당 소속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해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과 월트 로만 아시아연구센터소장을 면담했다. 왼쪽부터 브루스 클링너, 김영우 의원, 월트 로만 <사진=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 블로그>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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